"에세이"

한결같이 믿고 따라주는 반려동물들. 상처받고 힘들 때면 더욱 큰 위로가 되어주는 또 하나의 가족 이야기입니다.

행운의 삼색 고양이 그리고 내게 힘이 돼준 길고양이들 고경원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저자. 서울시 도봉구 도봉2동 누구나 사는 동안 한 번쯤 잊지 못할 인연을 만난다. 내겐 2002년 7월에 만난 ‘행운의 삼색 고양이’가 그랬다. 당시 인터넷서점에 전시 리뷰를 쓰며 생계를 유지하던 때라, 종로 일대 서점가를 돌며 신간을 훑고 인사동과 사간동 화랑가에 들러 전시를 취재했다가 다시 전철역으로… Continue reading

진심의 힘 알려준 대만 바이어 부부

나는 우리 매장의 가장 큰 바이어 부부를 소개하고 싶다. 바로 윈과 그의 아내 링. 대만에서 굉장히 큰 액세서리 도매 숍을 운영하는 중년의 동갑내기 부부다. 이들을 처음 만난 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액세서리 도매 매장엔 한국 물건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대만,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국 바이어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남의 나라에 왔으니 더… Continue reading

참외

며칠 전, 발송자를 알 수 없는 참외 한 상자가 어머니 집으로 부쳐 왔습니다. 단내가 코끝에 느껴지는 노란 참외였습니다. 엄마는 노란 참외를 보다가 당신 가슴속에 있던 70년 전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낳지 못했습니다. 딸만 둘 낳았습니다. 그것이 멍에가 되어 혹독한 시집살이를 하였습니다. 아들 보자고 딴살림 차린 아버지한테 말대답한다고 발길에 차이고, 아들도 못 낳는 주제에 꾸역꾸역… Continue reading

아내가 쌈닭이 됐습니다

글 백일성 우리 집에는 축구의 명가 ‘FC 바르셀로나’에 버금가는 존재가 있습니다. 일명 ‘FC 복희’로 불리는 제 아내가 있습니다. ‘파이터 치킨’ 약자 FC입니다. 즉 쌈닭입니다. 어젯밤도 FC 복희가 상대를 찾아 거실을 어슬렁거립니다. 고개를 까딱까딱 움직이며 주위를 돌아봅니다. 자율 학습을 끝내고 온 고1 아들 녀석이 걸렸습니다. 일단 톡 톡 쪼기 시작합니다. “30분이나 늦었네?” “뭐,.. 그냥… 뭐…” 아들… Continue reading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페스티벌은 언제였나요? 우리 삶은 늘 축제입니다.

작은 드로잉 수첩이 가져다준 기적 이은경 47세. 경기도 과천 역경은 거꾸로 읽으면 경력이 된다는 말이 있다. 어릴 때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몰랐고, 늘 똑같이 평온한 삶이 지루하기만 했다. 그런 날들이 얼마나 행복이었는지도 모른 채…. 그러다 결혼을 하게 되면서 삶의 역경이 시작되었다. 경제적 무능력, 알코올 중독, 권위적인 분위기, 지인의 자살, 치매…. 결혼과 동시에 내가 감내해야… Continue reading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페스티벌은 언제였나요? 우리 삶은 늘 축제입니다.

일본 하나비 축제에서 만난 사람들 안창규 37세. 다큐멘터리 <청춘유예> 감독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다. 당시 나는 영화감독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20대 청년이었다. 하지만 가진 것이 없었던 나는 학비도 벌고, 카메라도 마련할 겸, 일본 아사히신문 배달 장학생에 지원했고, 일본 가나가와현 아츠기시에서 2년의 일정으로 신문 배달을 하며 공부를 했다. 하루에 4시간밖에 잠을 못 잘 정도로 고된… Continue reading

우리반 2.9(이쩜구) 그리고 진욱 오빠

2.9(이쩜구) 너무나 익숙한 이름. 의정부여고 2학년 9반. 이과반의 맨 끝 교실. 유난히 개성이 강했던 우리는 공부보다는 체육대회, 백학제(학예회), 연극회 같은 것들을 더 즐겼었어. 담임 선생님은 매번 꼴찌를 하는 성적 때문에 꽤나 골치 아파하셨지. 학기 초 게시판을 꾸밀 때였어. 우리는 노오란 주전자에 휴지를 휘휘 풀어 종이죽을 만들고 물감을 섞어 색을 낸 다음, 던졌지! 뒤편 게시판으로 던져지는… Continue reading

선생님과 선생놈

오래전, 나는 우리 반 한나를 데리고 ‘군내 가훈 자랑 대회’에 출전하였다. 애석하게 입상권에는 들지 못했다. 대회가 끝나고 우리는 근처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들과 인솔 교사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문한 음식은 늦어지고, 이래저래 심기가 불편해진 목소리 하나가 풀 죽은 정적을 깨뜨렸다. “무슨 심사를 그따구로 하고 말이야!”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목을 빼고 쳐다보았다…. Continue reading

미움도 원망도 놓아버리자 더없는 평화가 찾아왔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들의 진심 어린 이야기들입니다.

큰 슬픔을 아름다운 용서로 승화시킨 분들을 떠올리며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교사.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1동 시내 변두리 고향을 지키며 농사일만 하던 외삼촌이 계셨다. 그때 외삼촌은 매일 아침 오토바이 뒤에 매달린 리어카에 채소를 가득 실어 시장에 내다 팔았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밖에 몰라 온몸에서 흙냄새가 나던 분이셨다. 벌써 10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그런 외삼촌이 교통사고로 응급실에서 사경을 헤매다… Continue reading

미움도 원망도 놓아버리자 더없는 평화가 찾아왔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들의 진심 어린 이야기들입니다.

이제 나 자신을 용서할까 합니다 이한라 27세. 직장인. 경기도 의왕시 청계동 지난 1월, 나는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고등학교 때 대학에 들어가면 꼭 하겠노라고 공언했던 그 유럽 배낭여행을 스물일곱이 되어서야 떠났다. 그리고 45일간의 여행 일정에 프랑스 니스와 모나코를 넣었다. 이유는 지금 생각해도 확실하지 않다. 아마도 그저 탁 트인 산호빛 에메랄드 지중해를 보면서 ‘힐링’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