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우리 식구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고1 아들 녀석이 휴대폰을 잃어버려 요 며칠 밤마다 제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카톡을 합니다. 그 녀석이 한번 쓰고 나면 아들 녀석 친구들이 한두 명씩 친추가 돼 있습니다. 그리고 대화 내용도 다 안 지우고 그대로 있습니다. 한번 들여다봤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유치원 2년,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1년 한글을 배웠다는 놈들이 왜 이러는 걸까요? 도대체 둘이… Continue reading

이 땅의 진정한 농사꾼, 나의 남편

서울에서 이곳 낯설고 물설은 섬, 무의도로 남편이 좋아 32살에 시집을 왔습니다. 그때만 해도 무의도는 연안부두에서 2시간 배를 타야 올 수 있는 곳이었지요. 농사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저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쯤 농사꾼 남편을 따라 들일을 시작했습니다. 바늘에 실이 따라가듯 매일 함께한 시간이 벌써 26년이네요. “땅은 정직하다. 심은 대로 거둔다.”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늘 남편이 하던… Continue reading

당신이 가진 것 중 가장 위대한 것은 바로 당신 앞에 있는 24시간이다.

백수의 이십사 시 김재숙 69세.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강석로 사십 년 가까이 교직에서 종사하다 퇴임한 지 올해로 7년이 되어간다. 정말 거짓말처럼 세월이 빨리 지나갔다. 오늘 손가락을 꼽아보고 새삼 놀랐다. 지난해 서울로 시집간 딸이 바로 곁으로 이사를 왔다. 시집가기 전에는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는 일은 없을 거라 장담하더니 둘째 아기를 갖고는 출산 한 달 전에 이사를 왔다…. Continue reading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792 모처럼 마감 회의가 빨리 끝나고 차도 안 막혀서 평소 퇴근 시간보다 집에 40여 분 빨리 도착했습니다. 현관문을 들어서기 전 아내에게 문자가 옵니다. “오늘도 많이 늦을 거 같다.” 요즘 아내 회사의 기계 교체 작업으로 업무가 많이 늦어지는 바람에 며칠 계속 아내가 늦었습니다. “송이랑 밥 챙겨 먹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집이 조용합니다. 누님 집에 다니러 간… Continue reading

포항 신도여관 주인 할머니의 러브스토리

2010년 7월, 드디어 오랫동안 벼르던 국내 일주를 시작했다. 부에서 출발해 김해 봉하, 경남 창원…. 그 여행길에서 만난 한 분을 소개한다. 9월 초, 나는 경북 포항으로 향했다. 이름난 명소인 간절곶을 보고 나오는 길, 구룡포 마을 앞에서 왠지 모르게 발길이 멈췄다. 그리고는 무려 한 주를 머물렀다. 내가 묵었던 곳은 구룡포의 ‘신도여관’. 오랫동안 그곳에서 여관을 운영해온 할머니는 푸근하게… Continue reading

보고 싶다 다람쥐

내가 그 학교에 부임한 날이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배정받은 교실로 가는데, 교실 앞 골마루에 한 아이가 어슬렁거리더니 꾸벅 인사했다. “선생님이 우리 반 선생님이세요?” “그래, 너도 5학년 5반이냐? 아이와 나는 그렇게 첫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아이는 소문난 말썽쟁이였다.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넘나들다가, 교사가 방심하면 한순간에 수업 분위기를 제멋대로 만들어버리는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하교할… Continue reading

때로는 용기가 없어 때로는 쑥스러워서 못 했던 그 한마디. 한 해를 보내며 글로나마 전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부지, 그때 그 영수의 점수가 말입니다 전원일 59세. 소설가, 시인. 경남 밀양시 내이동 나는 시골 대농가의 2남 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고 아버지는 면 소재지 중학교 생물 선생님이셨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소 풀 먹이는 목동(牧童)이 나의 중요한 일과였다. 그 이유는 선생의 아들로서 항상 공부는 물론 언행이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아버지의 독려로… Continue reading

때로는 용기가 없어 때로는 쑥스러워서 못 했던 그 한마디. 한 해를 보내며 글로나마 전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10년 만에 고백하나니… 남편, 난 당신이 좋다 신순화 44세. <두려움 없이 엄마 되기> 저자 꿈에서 나는 남편을 떠나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 결혼하려는 순간 남편이 있다는 것을 떠올린다. 남편의 슬퍼하는 얼굴이 떠오른다. 후회가 밀려온다. 그런데 너무 늦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고 두렵다. 마음이 너무 괴롭다. 그러다 잠에서 깨어난다. 이런 꿈을 꿀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진다. 왜 이런… Continue reading

바른 생활 시아버지와 불량 며느리

며칠 전 아내와 그리고 같이 살고 있는 부모님과 넷이서 고향으로 벌초를 갔다 왔습니다. 왕복 8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지만 아버지는 일 년에 한 번 고향 가는 길이 기쁘신지 주무시지도 않고 창밖을 내다보며 연신 이야기꽃을 피우십니다. 이때 항상 말동무가 되어드리는 게 아내입니다. 벌초하러 올라가는 길목, 아내가 밤나무 밑에 멈췄습니다. “어머나, 밤이 벌써 익었네요. 아버님 잠깐만요, 여기서 밤… Continue reading

마음까지 치유해주는 우리들의 노바이처

“왜 그렇게 울었어요? 그깟 놈 보내기가 그렇게 서러웠어요?” 두 번째 수술(전절제) 후 첫 회진 때 오셔서 하신 노동영 박사님의 첫 말씀이었다. 수술 결과가 어땠는지 초조하게 기다리던 나는 그만 피식 웃음이 난다. 긴장되고 아마득한 상황에서도 박사님의 ‘툭’ 던지는 한마디는 긍정의 힘이 되어 잔뜩 웅크렸던 마음이 풀어지곤 했다. 대한민국 최고 명의답지 않은 소탈함과 친근함에 두려움은 어느덧 절반이…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