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밴댕이 선생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속설이 있지요. 지당한 말씀입니다. 하루 여덟 시간씩 개구쟁이 등살에 속이 상할 대로 상해 나온 것이니 지나가던 견공이 피해 갈 법도 합니다. ‘초등학교 선생들은 쩨쩨하다’는 말 또한 일리가 있습니다. 온종일 철부지들 속에서 아옹다옹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 수준이 된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깜짝 놀랍니다. 우리 반 녀석들이 요즘 아주 드러내놓고 나더러… Continue reading

소원을 말해봐

젊은 교생 선생님들이 실습하는 동안 내 인기가 추락했다. 교생 실습이 끝난 월요일, 나는 우리 반 아이들한테 쪽지를 나누어주고 소원을 적으라고 했다. 선생님이 들어줄 수 있는 소원이라면 들어줄 것이고, 부모님이 해줄 수 있는 소원이라면 너희들 대신 부탁드리겠다고 했다. 열한 살 꼬마들이 나에게 바라는 소원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 옆 짝꿍은 여자끼리 앉기 * 중앙 현관으로 다니고… Continue reading

우리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꽃으로 피어난 저마다의 바람들….

99 사랑하니까! 황교진 42세. 출판 편집자. <어머니는 소풍 중> 저자 그해 가을은 이상한 마음이 들 만큼 기쁜 일들이 많이 몰려왔다. 대학 졸업반 내내 밤을 새우며 준비한 건축 구조 졸업 작품이 교내 과학상에서 대상을 받았고, 꿈 같은 이성 교제를 시작했으며, 대학원 특차 합격으로 진로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했다. 그러나 1997년 11월 27일, 밤늦은 시간에 응급실로 급히… Continue reading

우리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꽃으로 피어난 저마다의 바람들….

내가 바랐던 수많은 것들… 그리고 지금 김달래 44세. 주부.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내 나이 삼십 대 후반, 그렇게 바라 마지않던 내 집을 마련했다. 안방에 누우면 회색빛 하늘이 손바닥만큼만 보이던, 그래서 숨이 턱턱 막히던 전셋집과는 달랐다. 전망이 어찌나 좋고 햇볕도 잘 들든지, 꼭 하루가 25시간으로 길어진 듯 햇볕이 아주 오래오래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눈이 내린…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