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면목동 최고의 오지랖, 최경자 여사

  나는 우리 면목동의 아름다운 마담 한 분을 소개하고 싶다. 이 마담을 소개하자면 면목시장 내에서 미용실을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면목동에서 제일 오지랖이 넓은 분이다. 나 또한 면목동 토박이로 이 시장에서 20년 이상 사진관을 운영하며 알게 된 분으로, 이분을 앞에 놓고 인정(人情)을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 마담(애칭)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른 아침 출근해 양은… Continue reading

안녕, 당나귀

오랜 세월 잘 버텨온 내 차가 주저앉았다. 견인차를 불러 정비소에 갔더니 사장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엔진을 바꾸든지 폐차를 시키든지 하란다. 일찍이 가난한 집에 와서 고락을 함께한 정든 당나귀처럼, 헤어지려니 마음이 영 좋지 않았다. 그리고 당장에 주말마다 시골 어머니 집에 가야 할 일도 난감했다. 하지만 나는 이 급작스러운 사태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마음을 비우면 편하고 궁하면 통한다…. Continue reading

우리 집에는 다섯 명의 현인이 삽니다

글 백일성 거실에 앉아 있는데 부모님 방이 시끄럽습니다. 두 분 다 극에 대한 몰입도가 굉장하십니다.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가서 두 분 옆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극이 끝나갈 쯤 한마디 했습니다. “만날 그게 그거고 뻔한 드라마 뭐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보세요?” 어머니가 힐긋 고개를 돌리고 한마디 합니다. “그래서 너는 술맛을 몰라 만날 처먹고 다니냐?” 43살 범인이 물었습니다. “뻔한 드라마… Continue reading

따듯한 사람들이 함께 차려내는 ‘내 인생의 밥상’ 이야기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준 푹신한 부드러움, 오믈렛 이유석 셰프 33세. <맛있는 위로>의 저자. 프렌치 레스토랑 운영 유난히 비가 많이 오던 날 밤, 열한 시 반을 넘길 무렵이었다. 가게엔 손님 한 분만 남아 있었다. 오랜 단골이지만 나이도 이름도 직업도 알지 못하는 손님이었다. 대략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였다. 가게를 찾으면 늘 와인 한 병을 혼자 조용히… Continue reading

응급실로 향하는 아내의 굳은 심지

글 백일성 일요일 오후 아내가 안방 화장실 안에서 문을 빼꼼 열고, 마치 영화 ‘링’에 나온 귀신 사다코처럼 머리를 풀어헤치고 화장실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놀래서 지켜보고 있는 저에게 힘겹게 한마디 합니다. “자기야… 아… 아… 병원… 가자… 아….” 전날 밤부터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속이 안 좋다고 하더니 아침에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밥도 못 먹고 죽도 겨우 한 수저… Continue reading

따듯한 사람들이 함께 차려내는 ‘내 인생의 밥상’ 이야기

엄마의 김치와 마음수련 신윤경 34세. 직장인. 경남 하동군 하동읍 하동에서 생활하는 딸에게 김해에 계시는 엄마가 김치를 담갔다며 보내주셨다. 택배를 통해 받아보니 냉장용 플라스틱 박스에 여러 개의 봉지, 봉지에 갖가지 김치를 담고, 일일이 어떤 김치인지 알아보기 쉽게 견출지 같은 것에 파김치, 새김치, 찌개용김치, 무우김치, 도라지무침 등등 밑반찬까지 종류도 다양하게 다 적었다. 제일 눈에 띄는 건 엄마의… Continue reading

마음의 카타르시스를 주던 그 선배

우리가 살면서 가장 믿을 만한 친구를 만나는 시기라는 게 있다면, 아마도 고등학교 이전이나, 대학교 이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마음을 열고 편하게 이야기할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그 선배를 통해 알게 되었다. 15년간의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 생활 끝에, 나는 결국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대학원에 들어가 조교를… Continue reading

그 어떤 평가도 높고 낮음도 의미 없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살아가는 재미에 관한 이야기들

유럽의 강남스타일 열풍 그리고 민간외교관 스타일 손수아 24세. 영국 서식스(Sussex)대 영문학과 교육학 전공 나는 얼마 전 남자 친구 마크의 어머니 헤다의 50세 생신 잔치에 초대받아 네덜란드에 다녀왔다. 남자 친구는 네덜란드 서쪽의 아주 작은 마을 오멘 출신이다. 7개월 전 한국 덴마크 대사관과 네덜란드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우리는 강남에서 처음 데이트를 했다. 한국에 있을 당시 우린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Continue reading

마흔 살 넘으면 나 이렇게 살 줄 알았다

글 백일성 요즘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면서 문득 차창에 비친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화장대 거울이나 화장실의 거울에 비친 모습과는 달리 많은 사람 속에 묻혀 있는 내 모습을 볼 때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영락없는 불혹의 아저씨 한 명이 초점 없이 멍하니 서 있습니다. 많은 사람 속에서 이리저리 내동댕이쳐지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