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잘 버텨온 내 차가 주저앉았다. 견인차를 불러 정비소에 갔더니 사장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엔진을 바꾸든지 폐차를 시키든지 하란다. 일찍이 가난한 집에 와서 고락을 함께한 정든 당나귀처럼, 헤어지려니 마음이 영 좋지 않았다. 그리고 당장에 주말마다 시골 어머니 집에 가야 할 일도 난감했다. 하지만 나는 이 급작스러운 사태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마음을 비우면 편하고 궁하면 통한다…. Continue reading
"에세이"
우리 집에는 다섯 명의 현인이 삽니다
글 백일성 거실에 앉아 있는데 부모님 방이 시끄럽습니다. 두 분 다 극에 대한 몰입도가 굉장하십니다.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가서 두 분 옆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극이 끝나갈 쯤 한마디 했습니다. “만날 그게 그거고 뻔한 드라마 뭐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보세요?” 어머니가 힐긋 고개를 돌리고 한마디 합니다. “그래서 너는 술맛을 몰라 만날 처먹고 다니냐?” 43살 범인이 물었습니다. “뻔한 드라마… Continue reading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수많은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모아봤습니다.
평범한 대한민국 고3이 되기까지 한나경 고등학교 3학년.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 나는 이제 수능을 바라보는 고3이 되었다. 때론 동정심, 때론 존경심으로 바라보던, 평생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고3이 내게도 다가온 것이다. 10대의 끄트머리에서 나의 공부 인생을 돌이켜보니 참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겹기도 했고 잠깐 놓다가 부여잡기도 했고 후딱 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코앞에 다가오니… Continue reading
마음의 카타르시스를 주던 그 선배
우리가 살면서 가장 믿을 만한 친구를 만나는 시기라는 게 있다면, 아마도 고등학교 이전이나, 대학교 이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마음을 열고 편하게 이야기할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그 선배를 통해 알게 되었다. 15년간의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 생활 끝에, 나는 결국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대학원에 들어가 조교를… Continue reading
극락조 열여덟 마리를 팔았다
따듯한 사람들이 함께 차려내는 ‘내 인생의 밥상’ 이야기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준 푹신한 부드러움, 오믈렛 이유석 셰프 33세. <맛있는 위로>의 저자. 프렌치 레스토랑 운영 유난히 비가 많이 오던 날 밤, 열한 시 반을 넘길 무렵이었다. 가게엔 손님 한 분만 남아 있었다. 오랜 단골이지만 나이도 이름도 직업도 알지 못하는 손님이었다. 대략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였다. 가게를 찾으면 늘 와인 한 병을 혼자 조용히… Continue reading
응급실로 향하는 아내의 굳은 심지
글 백일성 일요일 오후 아내가 안방 화장실 안에서 문을 빼꼼 열고, 마치 영화 ‘링’에 나온 귀신 사다코처럼 머리를 풀어헤치고 화장실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놀래서 지켜보고 있는 저에게 힘겹게 한마디 합니다. “자기야… 아… 아… 병원… 가자… 아….” 전날 밤부터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속이 안 좋다고 하더니 아침에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밥도 못 먹고 죽도 겨우 한 수저… Continue reading
따듯한 사람들이 함께 차려내는 ‘내 인생의 밥상’ 이야기
엄마의 김치와 마음수련 신윤경 34세. 직장인. 경남 하동군 하동읍 하동에서 생활하는 딸에게 김해에 계시는 엄마가 김치를 담갔다며 보내주셨다. 택배를 통해 받아보니 냉장용 플라스틱 박스에 여러 개의 봉지, 봉지에 갖가지 김치를 담고, 일일이 어떤 김치인지 알아보기 쉽게 견출지 같은 것에 파김치, 새김치, 찌개용김치, 무우김치, 도라지무침 등등 밑반찬까지 종류도 다양하게 다 적었다. 제일 눈에 띄는 건 엄마의… Continue reading
할머니,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요~♡
사람이 사람에게 감탄을 하는 때는, 그 사람에게서 강한 생명력이 느껴질 때가 아닐까? 나의 이익이 아닌 남을 위해 묵묵히 할 일을 하는 사람의 얼굴에 패인 주름살, 겉모습은 보잘것없어도 세상을 밝게 보고, 그 사람을 생각만 해도 다시 열심히 살아봐야겠다는 마음이 다져지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의 할머니라서 나는 정말 복이 많은 것 같다. 우리 할머니는 정말 어렵게… Continue reading
둥근 해가 떴습니다
음악 전담 시간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음악실로 가고, 나는 교실에서 일기장 검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밖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가 보니 1학년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계단 난간을 잡고 엉엉 울고 있었다. 무슨 사연이 있어 3층까지 올라와 통곡을 할까. 아이한테 다가가서 왜 우느냐 물었다. “우리 선생님이… 엉엉… 막… 화내고… 엉엉… 나가라고 했어요.” 친구와 장난치다가 부딪쳤는데, 선생님이 자기만…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