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이별을 경험합니다. 이별을 통해 새로운 세상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374   큰딸을 시집보내고 추창연 59세. 농부. 전남 장흥군 안양면 사랑하는 딸 미란이에게 미란아, 네가 시집을 간 지 벌써 1년여가 되어가는구나! 물가에 놔둔 어린 사슴처럼 항상 걱정이었는데 이십여 성상을 훌쩍 넘어 이제는 한 가정을 꾸리는 어엿한 어른이 되었구나! 너를 시집보내는 날, 참 많은 감회가 교차했었단다. 네가 태어난 첫해, 크리스마스이브 밤에 엄마 품에 안겨 교회에 다녀오는… Continue reading

자장면 세 그릇

  중학생 2학년 때였다. 기차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났다. 점심때가 되어서 부산역에 도착했다. 선생님은 역 근처 중국집에서 자장면 한 그릇씩 먹고, 경주로 가는 열차로 갈아탄다고 하셨다. 아! 자장면!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부산역을 빠져나와 중화반점을 향해 조랑말처럼 달렸다. 빨간 차양이 드리워진 입구를 통과하자 뚱뚱한 반점 주인이 우리를 맞이하였다. 그는 속속 도착하는 들뜬 조랑말들을 2층 내실 안쪽 자리부터… Continue reading

문득 놓치고 살아온 것에 대한 후회보다 현재의 삶을 가꾸고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356   마흔에는 미처 몰랐네, 사랑하면 보인다는 걸 허두영 52세. 출판인. <사랑하면 보이는 나무>의 저자 “아빠, 저 나무가 무슨 나무예요?” 마흔도 훌쩍 중반에 들어선 나른한 봄날, 함께 목욕 갔다 돌아오는데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우리 아파트 현관 바로 앞에 있는 나무를 가리키며 물었을 때, 멀뚱거리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며칠 뒤, 아들이 같은 질문을 반복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Continue reading

문득 놓치고 살아온 것에 대한 후회보다 현재의 삶을 가꾸고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357   내가 8살 땐 미처 몰랐던 것들 장유진 18세. 학생 시인.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저는 아나운서와 시인 그리고 교수를 꿈꾸는 18살 소녀입니다. 음. 좀 더 솔직히 털어놓자면, 왼손과 팔다리가 조금 불편한 뇌병변 장애인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제가 거리를 지나가면 가던 걸음도 멈춰 서고, 절뚝거리는 제 걸음을 신기한 듯 쳐다봅니다. 한번은 어떤 건물 위층에서, 또래… Continue reading

나는 누구인가요? 나를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요? 진짜 나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들입니다.

334   나는 싱글맘이다 유인숙 52세. 보험설계사. 서울시 송파구 가락2동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진짜 행복이 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였다. 속물처럼 돈 많은 것만 부자인 줄 알았다. 결혼 4년 차인 어느 날 나는 가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벼랑 끝에 서 있었다. 그토록 사랑했던 남편은, 모든 것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좇아 집을… Continue reading

나는 누구인가요? 나를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요? 진짜 나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들입니다.

335   나는 소방관이다 신동철 35세. 서산소방서 119구조대 “몸 조심해야 돼.” 출근할 때면 아내는 늘 그렇게 이야기한다. 언제나 위급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을 구해야 하는 것이 소방관의 일이다. “그래, 알았어.” 아내를 안심시키지만, 막상 위급한 상황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 몸을 사릴 겨를이 없다. 그냥 자동적으로 몸이 반응한다. 몸이 먼저 앞선다고 우리 구조대에서는 나를 행동대장이라고 부른다. 사실… Continue reading

잘났다, 까미!

아내는 설거지 중이었다. 어머니가 과일을 깎으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며칠 전, 어머니 집 고양이 까미가 달걀만 한 생쥐를 물어왔다. 까미는 생포한 전리품을 단박에 처치하지 않고 현관 앞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는 앞발로 툭툭 치면서 장난감 굴리듯 가지고 놀았다. 달걀만 한 생쥐는 죽기 살기로 탈출하려 하고 까미는 잽싸게 제자리에 물어다 놓기를 되풀이하였다. 나중에는 생쥐도 지쳤는지 꼼짝도 않고 앉아… Continue reading

주어진 조건을 탓하기보다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을 통해 기적 같은 감동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312   시각장애인, 뉴스 앵커가 되다 이창훈 28세. KBS 프리랜서 앵커 “안녕하세요. <뉴스 12>의 생활뉴스 앵커 이창훈입니다.” 2011년 11월 7일, 뉴스 앵커로서 첫 방송을 했다. 523: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국내 방송 최초로 시각장애인 앵커로 뽑혔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생후 7개월 만에 뇌수막염을 앓아 시력을 완전 잃었다. 딸만 셋이었던 집안에서 아들로…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