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바담 풍 선생

교육도 생물이다. 못난 스승이 ‘바담 풍’이라 가르쳐도, 슬기로운 제자들이 ‘바람 풍’이라고 알아서 깨치는 일도 있다. 이른바 청출어람. 선생치고는 좀 어리버리한 내겐 가끔 있는 일이다. 사춘기 초입 열세 살 인생들에게 젊은 교생 선생님은 그야말로 로망이다. 실습 기간 불과 2주일 만에 아이들은 제가 가진 도토리를 몽땅 드릴 만큼 가까워져, 마침내 헤어지는 날 교실 풍경은 가랑잎 분교 졸업식장을… Continue reading

늘 곁에 있어 자칫 잊고 있던 ‘베프’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합니다.

172 온 마음으로 사랑해주는 친구가 있기에 이윤아 32세. 물리치료사.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고등학교 1학년 때 알게 된 내 친구 이현승! 체구도 작고, 산만하고, 수업 시간에 매일 졸던 아이. 오지랖이 넓어 작은 고구마 몇 개라도 쪄오면 반 친구들 모두에게 나누어줄 정도로 정이 많은 아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좀 힘든 일을 겪으며 중학 시절을 보내고 고등학교에 진학한지라… Continue reading

늘 곁에 있어 자칫 잊고 있던 ‘베프’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합니다.

173 나의 소망은 오직 내 친구 영애를 찾는 것입니다 윤경선 56세. 미국 오리건주 힐스보로 거주 39년 전, 그러니까 1972년 여고 2학년 때 난 친구들과 헤어졌다. 이름은 최영애, 이해숙이다. 특히 영애와의 소중했던 우정은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 있다. 여고 시절 나는 반항기 어린 사춘기를 보냈다. 당시 남존여비 사상이 강했던 아버지는 내가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을 원하지… Continue reading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쿠키

오늘 아침 8시 50분 독서 활동 시간, 기특한 내 아이들은 하나같이 책 읽기에 열중하고 교실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그런데 교실 뒷문이 살그머니 열리더니 옆 반 여선생님 얼굴이 빼꼼 들어왔다. 그 선생님은 우리 반 독서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는 듯 손가락으로 ‘밖에 누가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나가 보니 우리 반 그 아이가 가방을 멘 채, 골마루… Continue reading

각자의 삶에 주어진 그 목적지를 향해…. 신나게 행복하게 기쁘게 내 삶 속으로 떠난 진정한 여행 이야기.

141 “동생아, 꼭 일어나야 해, 그때 우리 또 여행 가자” 박소정 26세. 사회복지사. 경남 거제시 고현동. “저에겐 전신 마비로 누워 있는 남동생, 시각 장애를 갖게 된 어머니, 당뇨 합병증으로 힘든 아버지가 계십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도 나는 당당하게 나의 가족을 소개한다. 그러면 대개 힘들지 않냐고 묻는다. 그럴 때면 “가족이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Continue reading

각자의 삶에 주어진 그 목적지를 향해…. 신나게 행복하게 기쁘게 내 삶 속으로 떠난 진정한 여행 이야기.

142 은둔녀, 방문을 활짝 열고 세상 속으로 여행을 떠나다 김진영 35세. 프로그래머.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나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집에만 있기를 좋아했다. 멋진 풍경을 봐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소풍, 수학여행, 엠티….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여행들은, 발표되는 순간부터 갔다 올 때까지 스트레스였다.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고 적응하는 게 어려웠다…. Continue reading

둥지 세탁소

맑은 날에는 걸어서 출근한다. 도시의 길은 아침과 낮과 저녁의 모습이 판이하게 다르다. 가로수 속 새소리가 선명한 아침 거리는 도로 저 먼 곳까지 시원하게 열려 있어서, 무심결에 스쳐간 사물들이 새롭게 느껴진다. 이를테면 사거리 모퉁이에 국수집이 새로 생겼고, 동네에 하나뿐인 줄 알고 있던 약국이 하나 더 있었고, 시내버스 정류장 옆에 하늘색 공중전화 박스가 그대로 있음을 알게 해준다…. Continue reading

간절히 원하는 바로 그것을 찾았을 때, 누구나 그 순간을 경험할 수 있기에, 인생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121 내 삶의 방향 찾게 해준 바다의 메시지 이동호 33세. 직장인.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7가 24살, 이제 몇 개월 후면 제대를 앞두고 휴가를 나왔다. 강렬한 햇살이 따가울 정도인 8월 초순, 친구들과 함께 동해안 경포대 해수욕장에 놀러온 나는 시원한 파도에 몸을 던졌다. 언뜻 오늘은 바람이 거세니 깊이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가 들렸으나 우리 중 누구도 그 말에 신경을… Continue reading

간절히 원하는 바로 그것을 찾았을 때, 누구나 그 순간을 경험할 수 있기에, 인생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122 어떤 것이 사회를 위한 진정한 길일까? 평생의 의문, 그 답을 찾다 최상림 55세. <마음코칭센터> 이사, 전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대학 시절 야학 교사를 시작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학생들은 늦은 밤, 하루 12시간 일하고 온 피곤한 몸으로도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열심히 공부했다. 학생들을 보면 가슴이 뛰었다…. Continue reading

기다려주는 이들이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 나의 오늘을 있게 한 소중하고 감사한 이야기들, 그 기다림에 관하여….

24 건강한 나, 그날이 오면… 장유진 17세. 시인. 경기도 안산시 초지중학교 3학년 엄마와 나는 일찍이 기다리는 것에 도가 텄습니다. 2002년 7월 7일 저녁 7시 이후부터입니다. 뇌동정맥 기형. 8살 때 처음 발병된 그 병 때문에 내 삶은 건강하기만을 기다리는 인생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1년에 한 번꼴로 중환자실로 실려 갑니다. 엄마는 항상 병원 복도에서 면회 시간을 기다리고 중환자실의…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