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봄이여 봄이여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나의 모든 욕망과 굴욕과 고통과 곤란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 이양하 <신록예찬> 중에서 사진, 글 김선규 신록은… Continue reading

‘메디피스Medipeace’ 베트남 현지 코디네이터 박연출씨

취재 문진정 베트남 중부의 광찌(Quang Tri)성 여린(Gio Linh)현. 이곳은 과거 군사분계선이 위치하던 곳이자 베트남전쟁 때 고엽제가 가장 많이 뿌려진 지역이기도 합니다. 고엽제 속 다이옥신은 아주 적은 양으로도 암과 백혈병을 유발하고, 기형아를 출산하게 하여 그 피해가 2, 3세대까지 이어지는 무서운 물질이지요. 여린현도 예외는 아닙니다. 인구 2만 명의 지역에 천 명이 넘는 장애인이 있다고 하니 한 집… Continue reading

언터처블, 1%의 우정

정말 오랜만에 억지스럽지 않은 웃음을 내내 머금게 만든 영화를 만났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내 곁에도 드리스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은 제멋대로이고, 깐족거려도 저렇게 유쾌한 사람이 옆에 있다면 나도 저절로 행복해질 것 같다. 1%의 우정이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는 상위 1% 귀족남 필립과 하위 1% 무일푼 드리스의 우정을 그리면서 인종차별과 소통에 대한 화두를 유쾌하게… Continue reading

빅 아이 니들, “바늘에 실 꿰기, 어렵지~ 않아요”

이름은? 바늘구멍을 영어로 표현하면 바늘의 눈이다. 큰 바늘구멍이어서, 빅 아이 니들(big eye needle)이라 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재학 시절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 과제를 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유니버셜 디자인은 모두가 사용 가능한 디자인을 말하는 것으로, 장애인이나 노약자분들도 제약을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가 바느질할 때 실 꿰기의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 대학교… Continue reading

야생화가 말을 걸다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지만 강하고, 단아하지만 우아한 매력을 지닌 꽃이 바로 우리의 야생화다. 그렇게 우리 꽃에 매료당한 지 30여 년, 그동안 산과 들을 헤매며 숨 막히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이른 봄, 눈 속을 뚫고 나오는 새싹들이 나올 무렵이면 어느덧 내 발길은 산과 들로 향했다. 꽃에는 제 스스로 열을 발산하면서 언 땅을 녹이는 위대함이… Continue reading

사종사색四種思索

사진, 글 김선규 나 는  가 장 家 長 이 다 외줄 타듯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도 식구 생각에 잠시도 멈출 수 없는 저 분주한 발걸음. 2008년 7월. 서울 여의도 한강 둔치 어 디  일 자 리  좀  없 나 내가 빨리 취직해야 부모님이 덜 고생하실 텐데 동생들도 돌봐줄 텐데 취직만 되면 성실하게 월급의 열 배로… Continue reading

페루에서 한국문화원 ‘사랑채’ 운영하는 길동수, 박은미 부부

사라진 잉카문명의 마지막 걸작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여행가라면 꼭 들른다는 페루의 쿠스코. 한국에서라면 꼬박 하루를 넘게 날아가야 하는 페루 쿠스코에도 한국의 문화를 전하는 곳이 있습니다. 스페인어로 까사 꿀뚜랄 뻬루 꼬레아(Casa Cultural Peru-Corea)로 불리는 한국문화원 ‘사랑채’입니다.    취재 문진정 이 문화원을 만들고 운영해온 사람은 한국인 길동수(50), 박은미(39) 부부입니다. 2004년 당시 한국에서 ‘잘나가던’ 도예가와 도자기 회사 직원이었던… Continue reading

1박 2일, 가장 그들다웠던 마지막 여행… 이젠 안녕!

드디어 5년 동안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1박2일’의 마지막 회가 방송되었습니다. 마지막 회인 만큼 미션 하나하나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노력한 제작진의 정성이 엿보이더군요. 41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해장국집, 32년째 운영되고 있는 케이블카, 무려 40년 된 정읍의 유일한 영화관까지 모두 과거에서 현재로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온 공간입니다. 그들은 언제나처럼 황당한 미션을 수행하러 뛰어다녔고, 여느 때처럼 잠자리 복불복 게임을… Continue reading

하늘이 태어난 땅 한반도

프랑스에서 생태전문가이자 항공사진가로 활동 중인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 4년 동안 한반도 하늘을 날면서 우리나라를 재발견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하늘에서 본 땅과 바다 그리고 다양한 자연의 오브제들은 신神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빚을 수 없는 자연의 미학美學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의 항공사진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내 가슴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우리만의 시각으로 촬영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2008년 10월부터 2010년 8월까지… Continue reading

‘춘삼월 눈 녹듯 한다’는 말처럼

춘설이 내린 3월의 첫날 아침, 고봉산을 찾았습니다. 눈은 머리에 이었지만 생물들의 몸짓은 모두 경쾌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봄은 온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춘삼월 눈 녹듯 한다’는 말처럼….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니 어느새 눈이 녹아 있었습니다. 우리 마음도 이 봄에 다 녹아내리면 좋겠습니다. 2006년 3월. 경기도 일산 고봉산에서 사진, 글 김선규 조잘조잘 버들강아지들의 수다 “쟤는 봄이 온…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