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사진 문진정 충북 음성의 한적한 농촌 마을에 유난히 강아지 소리로 시끌벅적한 집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푸른 눈의 스위스 할머니 마가렛 닝겟토(67)씨가 살고 있습니다. 30여 년 전 홀로 한국으로 와 보육원, 고아원 등에서 봉사하며 평생을 보낸 그녀는 영락없는 푸근한 시골 할머니입니다. 그녀의 한국 이름은 인진주. 스위스에서 태어나 어려운 가정 환경 때문에 어릴 적부터 청소, 요리, 탁아소… Continue reading
"문화"
가을의 길목에서 개구리 왕자님을 만나다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가을의 길목에 세상 구경 나오신 진짜 개구리 왕자님을 만났습니다. 이슬을 머금은 방울토마토와 발갛게 잘 익은 사과에 관심이 많으시더군요. ‘이 붉은 것은 무엇인고? 백성들에게 유용한 것인가?’ 꼼꼼히 살펴보시는 듯했습니다. 아, 언제나 백성 생각뿐인 멋진 왕자님…. 초가을 햇살처럼 싱그러운 상상 한번 해봤습니다. 2004년 9월. 경기도 화성 옛날에 엄마 말이라면 덮어놓고 반대로만 하던 청개구리가… Continue reading
지금, 바로 이곳이 천국입니다 ‘디센던트descendants’
글 배정희 문화칼럼니스트 ‘당신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 아마도 그동안 하고 싶었으되 할 수 없었고 이룰 수 없었던 것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내일 당장 죽는다면 혹은 당신의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죽는다면 그때는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라고 질문이 바뀐다면, 적어도 ‘로또 1등 당첨이나 세계 일주’라고 말하는… Continue reading
뼈대 있는 우비
이름은? 접이식 우비(텔레스코픽 우비, Telescopic Raincoat). 접이식 우산처럼 접어서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든 우비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우산보다 우비가 비를 피하는 데 훨씬 효과적임에도 사람들은 우비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물기를 닦고 접고 보관하는 등의 불편함 때문이다. 펼치고 접고 운반하기 쉬운 우산을 사용하는 것은 우아하고 품격 있는 행동인데 반해 젖은 우비는 큰 짐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Continue reading
소년시대
나는 50여 년간 ‘인간’을 찍어왔다. 길 위에서 만난 ‘소년’은 벌써 노인이 되었다. 아이들의 표정은 뭔가 수줍은 듯하면서도 순수함이 넘친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 아이들에게 ‘웃어 달라’ ‘이쪽을 봐 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순간 포착한다. 연출하는 순간 진실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1950~1990년대에 부산의 자갈치시장, 광안리 해변, 영도 골목, 부산역 등에서 만난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은… Continue reading
다문화가정 기념사진 찍어주는 제주다문화센터 김정림씨
취재 문진정 “아유~ 예쁘다~ 여기 보자!” 찰칵, 찰칵. 제주시 도남동에 위치한 제주다문화센터에는 아기 돌 사진 촬영이 한창입니다. 비록 번듯한 스튜디오는 아니지만 색색의 종이를 배경 삼아 찍고, 컴퓨터의 힘을 약간 빌리면 그럴듯한 돌 사진이 완성됩니다. 돌 사진의 주인공들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지요. 사진가는 다름 아닌 중국인 김정림(40)씨. 제주다문화센터의 교육팀장이자 결혼이주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다문화센터를 만든 사람입니다. 일본에서 직장을 다니던 그녀는,… Continue reading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사진, 글 김선규 부산 범어사에 다녀왔습니다. 금정산 자락에 자리 잡은 범어사는 천년고찰답게 뭇 중생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듯했습니다. 감지덕지 비까지 내려주었습니다. 메마른 세상이 촉촉해지기 시작하고, 이렇다 저렇다 열기 가득했던 내 마음도 정갈하게 식혀줍니다. 머릿속도 그 어느 때보다 맑아지는 듯했습니다. 덕분에 비 오는 날의 수채화 한 폭 담아봅니다. 2005년 8월. 부산 범어사에서 창문에 매달리는 빗방울들 연못에… Continue reading
마음까지 따듯해지는 힐링무비 ‘컬러풀colorful’
자신을,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자신을 둘러싼 관계들을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우리에겐 없다. 나의 삶을 객관적으로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이 애니메이션은 한 죽은 영혼이 ‘프라프라’라는 사후 세계의 안내자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당신은 살면서 죄를 지었지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마코토’라는 학생의 몸으로 들어가 살면서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전생의 잘못을 깨닫는다면 새로이… Continue reading
반딧불이_ 별들처럼 빛나거라, 아름답게 춤추거라
1998년 여름 처음 큐슈(九州) 지역에서 반딧불이가 춤추는 광경을 보았을 때 정말 놀랍고 기뻤다. 작은 숲속에서 반딧불이 하나가 빛을 내기 시작하자, 어느덧 일제히 빛을 내기 시작했고 그것은 마치 빛의 물결과도 같았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후대에 남겨주고 싶어 매년 여름 반딧불이 촬영을 시작했고, 어느덧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사진, 글 오하라 레이(Ohara Rei) 번역 오쿠토미 코우지 ▲ 히메반딧불이가… Continue reading
백만 송이 꽃을 피우겠어요
백합의 말 지금은 긴 말을 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을 만나 되살아난 목숨의 향기 캄캄한 가슴속엔 당신이 떨어뜨린 별 하나가 숨어 살아요 당신의 부재조차 절망이 될 수 없는 나의 믿음을 승리의 향기로 피워 올리면 흰 옷 입은 천사의 나팔 소리 나는 오늘도 부활하는 꽃이에요 시 이해인 사진, 글 김선규 백합은 알뿌리 백 개가 겹으로 쌓여 있다…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