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가장 그들다웠던 마지막 여행… 이젠 안녕!

드디어 5년 동안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1박2일’의 마지막 회가 방송되었습니다. 마지막 회인 만큼 미션 하나하나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노력한 제작진의 정성이 엿보이더군요. 41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해장국집, 32년째 운영되고 있는 케이블카, 무려 40년 된 정읍의 유일한 영화관까지 모두 과거에서 현재로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온 공간입니다.

그들은 언제나처럼 황당한 미션을 수행하러 뛰어다녔고, 여느 때처럼 잠자리 복불복 게임을 했습니다. 오히려 다른 날보다 더욱 잔잔하고 평화로웠지요. 마당에서 스태프들과 족구 시합이라도 벌였다면 좀 더 요란뻑적지근한 마지막 게임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좁은 방 안에서 멤버들끼리 서로를 붙잡으러 다니는 평범한 좀비 게임을 했을 뿐입니다. 화려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던, 그 어느 때보다도 소박하고 평범했던 마지막 여행. 어쩌면 가장 ‘1박2일’다운 마무리였습니다.

수고한 멤버들을 위해 제작진이 마련한 선물은 우정 반지였습니다. 똑같은 반지 5개를 저마다 손가락에 나눠 끼고 새삼 밀려오는 감동에 울컥하려는 순간, 그 반지에도 복불복이 숨어 있었다는 반전을 깨닫고 말지요. 24K 순금 반지는 엄태웅이 차지했고, 김종민은 14K, 은지원은 10K, 그리고 특별 주문 제작한 5K 반지는 이승기의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감동이 극대화되는 순간 뒤통수를 치고, 눈물이 흐르려는 순간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1박2일’ 특유의 코드는 이렇게 변함없이 끝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정직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 태양은 다시 떠오르고 새벽이 밝아왔습니다. 제작진이 특별히 늦잠을 허락했는데도 멤버들은 저절로 하나 둘씩 깨어나 담담한 표정으로 마지막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오직 은초딩, 은지원만이 조금이라도 헤어짐의 시간을 늦추고 싶어 이불을 다 뺏기고도 떼쓰듯 늦잠을 고집해 보았지만, 피할 수는 없는 이별이었습니다.

막내 이승기는 일찍 일어나서 나영석 PD를 비롯한 스태프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등 아침부터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움직이더군요. 혼자서 머리를 감다가 문득 울컥한 나머지 소리 죽여 한참 울기는 했지만, 형들 앞에서는 의연하게 밝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든 눈물을 참으려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떠나는 은지원과 이승기는 물론이거니와, 가장 오랫동안 그들과 함께해온 이수근의 슬픔도 무척 큰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울지 않기로 굳게 약속을 했었나 봅니다. 지원과 승기의 눈에 살짝 눈물이 비치려 할 때마다 이수근은 잽싸게 달래더군요.

“지원아, 울지 않기로 했잖아” “승기야, 울지 마. 참아, 참아” 그래 놓고 나중에는 자기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중얼거리더군요. “참았어, 참았어… 가슴을 이겼어!”

그렇게 참으려 애썼지만 모두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고, 합류한 지 1년밖에 안 된 엄태웅도 슬쩍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닦았습니다.

어쨌든 그들의 마지막 여행은 가장 ‘1박2일’답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평범하게, 소박하게, 담담하게, 눈물은 감추고 웃음은 드러내며, 언제나 그랬듯이, 내일도 어제처럼, 변함없이 계속될 행복한 여행을 꿈꾸며 그들은 헤어졌습니다.

살면서 우리는 수없이 마지막 순간을 만납니다. 처음이 있었기에 마지막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처럼 열정적이나 평소처럼 담담할 때인 것 같습니다. ‘1박2일’ 마지막 회처럼 말입니다.

출연진들이 그랬듯이 이제 시청자로서도 평범하고 소박하게 이 이별을 받아들일까 합니다. ‘1박2일’ 여러분,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며 실컷 웃고 함께 즐겼습니다.

그동안 참 고마웠습니다.

지현정 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