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종사색四種思索

사진, 글 김선규

나 는  가 장 家 長 이 다

외줄 타듯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도

식구 생각에
잠시도
멈출 수 없는
저 분주한 발걸음.

2008년 7월. 서울 여의도 한강 둔치

어 디  일 자 리  좀  없 나

내가 빨리 취직해야
부모님이 덜 고생하실 텐데
동생들도 돌봐줄 텐데

취직만 되면 성실하게
월급의 열 배로 일할 텐데
정말 잘할 자신 있는데
일자리만 생기면….

2009년 3월. 서울 광진구 화양동

서 울 에 서  내  집  마 련 하 기 란

새들이 둥지를 트는 계절,
집 장만에 여념이 없는 까치는,
주차장 좁은 틈에서 제 몸집의 두세 배나 되는
나뭇가지를 물어 나릅니다.

까치집을 지으려면 나뭇가지가 적어도 천 개는 필요하다던데,
도심에 사는 까치에게는
마음에 드는 자리를 정하는 것도,
집 지을 재료를 구하는 것도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소중한 새끼들을 길러낸다는 생각에
오늘도 까치는
시멘트로 뒤덮인 도심을 부지런히 누비고 다닙니다.

2005년 3월. 서울 여의도에서

이 게  웬  떡 이 냐

금강산 구룡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르자
마침내 비경이 펼쳐졌습니다.
푸르고 맑은 물줄기와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머릿속의 번잡함도 함께 날아가는 기분이었지요.

발밑 바위 위에서 조그만 다람쥐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온통 바위투성이에 소나무만 듬성듬성 있는 이곳에는
다람쥐가 먹을 것이 별로 없을 것 같았습니다.
비상식량으로 챙겨두었던 떡 한 조각을 던져주었습니다.
다람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한입에 물고 달아났습니다.

험준한 산, 척박한 땅에서도 꿋꿋하게 금강산을 지키는 다람쥐야,
떡으로 맺은 우리 인연 금강산처럼 아름답게 지켜나가자.

2004년 7월. 금강산에서

 

사진가 김선규님은 1962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87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하여 시사주간지 한겨레21 초대 사진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문화일보 사진부 부장으로 재직중입니다. 보도사진전 금상, 한국언론대상, 한국 기자상 등을 수상했으며, 생명의 숲 운영위원과 서울그린트러스트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우리고향산책> <까만 산의 꿈> <살아있음이 행복해지는 편지93통> <희망편지>등이 있으며 <6시내고향>(KBS-1TV)에서 ‘강산별곡’을 진행했습니다. http://www.ufo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