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인 중3 딸아이가 공부하면서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를 않습니다. 야단을 치고 압수도 해봤지만 그때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또 들려 있습니다. 한 손에는 프린트물 정리해 놓은 걸 보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연신 문자를 하고 있습니다. 시험 기간만이라도 휴대폰을 압수할까 생각했지만 그랬다가는 시름시름 앓다가 파르스름한 입술과 창백한 얼굴로 하직 인사할까 봐 놔뒀습니다. 내일 시험 과목이 뭐냐고 물었더니 영어와 도덕이랍니다. 도덕의 의미와 도덕적 실천에 대해 주절거리더니 이내 다시 휴대폰을 만지작거립니다.
상상 속으로 빠져봅니다.
“송이야, 내일 시험 뭐냐?” “웅 내일 시험은 카톡하고 인기가요예요~” “둘 다 네가 취약한 과목이구나? 열심히 해라~ 근데 너 지금 뭐 하는 짓이냐? 카톡 공부 열심히 해야지 왜 한 손에 책을 들고 있어? 카톡 공부할 때는 제발 책 좀 내려놓고 하랬지? 아빠가 책 압수한다!” “알았어요! 아빠. 카톡은 아무리 해도 모르겠어요. 카톡 너무 어려운 거 같아. 며칠째 밤새 이렇게 휴대폰만 붙잡고 카톡 공부만 하고…ㅜㅜ” “송이야, 아빠가 너 기분 모르는 거 아닌데 좀만 참자. 시험 기간 끝나면 책 맘껏 밤새도록 읽어도 아빠가 아무 말 안 할게. 하지만, 며칠만 제발 책 좀 멀리하고 휴대폰에만 신경 써라! 제발~~ 일단 아빠가 책은 압수한다.”
두어 시간 후 TV에서 인기가요를 합니다. 휴대폰과 씨름하는 딸아이를 불렀습니다.
“아빠, 지금 두 시간이나 쉬지 않고 카톡 하고 있는데 30분만 책 좀 읽다가 인기가요 보면 안 돼요?”
“송이야. 네가 30분 동안 책 읽으면서 놀고 있으면 지금 이 시간에 다른 아이들은 인기가요 보면서 너보다 얼마나 앞서 나가겠니? 지금 앞부분에 한참 중요한 신인 그룹들 나올 시간이란 말이야. 너 요즘 신인 아이돌 너무 신경 안 쓰더라. 조금만 신경 안 쓰면 금방 뒤처지는 게 인기가요 과목인 거 몰라? 기존 아이돌 지식으로는 6월 첫째 주 가요 판세를 모른단 말이야. 전체적인 아웃라인과 흐름을 파악하려면 첫 주가 제일 중요하단 말이야.”
“알았어요! 알았어. 그럼 일단 휴대폰은 좀 쉬어도 되죠?”
“송이야, 인기가요 과목은 눈과 귀로 하고 아빠 욕심에는 그래도 휴대폰은 손에 좀 쥐고 있으면 안 될까? 책 같은 건 좀 멀리하고 항상 휴대폰은 가까이하는 버릇을 들여야 하지 않겠니? 그리고 아빠가 다음 달에는 최신 기종으로 바꿔줄게. 태블릿 PC 기능이 강화된 게 나왔다네.” “아빠~~~ 이 휴대폰 산 지 두 달밖에 안 됐어요. 최신 기종 싫어요. 책 산 지가 언젠지 모르겠어요. 친구들은 현대문학전집 산다는데.”
이때 고2 아들 녀석이 학교에서 돌아옵니다.
“아빠~~~ 오늘 시험 끝났어요.” “오늘 마지막 과목이 뭐였지?” “서든 어택 저격수 과목하고 이성 교제요.” “잘 봤냐?” “서든은 맵이 조금 까다롭게 나왔는데 그래도 망치지는 않았고요. 이성 교제는 저번 달 수행평가가 워낙 좋아서요. 만점 받았어요~”
장하다, 우리 아들. 수행평가 점수가 좋았구나. 그랬구나. 중학교 때부터 선행학습을 잘하더니. 장하다… 장해.
글을 쓰면서 왜 자꾸 눈물이 날까요? 그냥 상상인데. 점심 먹고 커피 한잔 마시면서 그냥 쓸데없는 상상 한번 해봤는데. 왜 이리 울컥하죠?
학부형님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