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by "월간마음수련"

서커스단의 코끼리

 

한 소년이 아빠와 함께 서커스 구경을 왔습니다.
재밌게 코끼리 쇼를 보던 중 소년이 문득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저 코끼리 위험하지 않아요? 묶여 있는 끈이 되게 가늘어요. 저 정도 줄은 금방 끊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걱정하는 소년을 안심시키며 아빠가 말했습니다.
“괜찮아. 저 코끼리는 어릴 때 굵은 쇠사슬에 묶여서 훈련을 받았단다. 그때는 아무리 끊으려고 해도 끊을 수가 없었어. 끊으려 하면 발만 아팠지. 세월이 흘러 저렇게 큰 어른이 되고 힘도 세졌지만 이제는 아예 줄을 끊으려고도 하지 않는단다. 자기는 끊을 수 없다고 믿게 된 거야.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는데,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된 거지.”
 
결국 그 끈은 코끼리의 발이 아니라, 마음을 묶고 있었던 겁니다.
혹 지금 내 마음을 묶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끊어낼 수 있는데, 벗어날 수 있는데…,
나의 어떤 기억이 어떤 경험이 그 길을 막고 있지는 않는지요.
이 봄 그런 기억 따위는 훌훌 털어내 봅니다.
그 어떤 것에도 묶여 있지 않는 내 마음…
그 자유를 만끽합니다.

 

 
 
 
 
 

진리가 무엇이며 진리의 존재가 무엇인가

우리는 세속에 살면서 진리라는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배워왔다.
나는 이렇게 진리는 영원히 변하지 않고 살아 있는 존재라고 가르치고, 세속에서 배우지 않는 진리의 존재를 이 세상의 물질 이전의 자리, 다시 말하면 우주에서 하늘의 별 태양 달 지구를 또 물질인 공기 중에 있는 물질을 없애면 이 세상에는 허공만 있을 것이라고 가르친다.
이 존재는 시작 이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영원 후에도 존재하는 살아 있는 존재라. 이 세상에 있는 일체가 모두 없는 허공에서 나타났고 이 존재가 진리의 원래라. 있는 일체 모두는 이 존재에서 와서 있어도 이 존재요 없어도 이 존재라.
이 존재는 항시 그냥 있었으나 사람들은 근원이시고 본래이신 이 존재가 사람 마음에 없기에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것이라.
이 존재와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고는 이 존재를 보고 알 수가 없는 것이라.
사람의 마음은 세상의 것을 사진 찍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 사진 속의 하늘은 살아 있지 않아 이 존재를 알 수가 없는 것이라.

이 존재는 시작 이전에도 있었고 이 세상이 다 없어져도 존재하는 살아 있는 신의 존재라.
각 종교에서는 이 존재를 한얼님 하나님 부처님 알라 창조주라 일컫는 존재라. 천지만상을 나타낸 주인이시라.
이 세상의 물질은 이곳에서 와서 이곳으로 가는 것이 진리인 세상의 이치라. 이 땅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과 동식물이 이 지구상에 살다가 다 어디를 갔는가. 없어지지 않았는가.
이 자체는 모두가 근원이고 본래인 이 존재인 없는 허공으로 가지 않았는가.
이것이 세상의 이치라.
물질은 있어도 이 존재요, 없어도 이 존재라.
이 진리의 존재가 사람으로 세상 왔을 때 천극락인 이 존재의 나라에 이 존재의 몸과 마음으로 이 세상이 다시 나 영원히 죽음이 없고 살아 있는 나라가 이 나라라.
이 나라는 물질 이전의 영혼의 나라이라. 성령 성부의 나라이고 보신불 법신불의 나라이고 정과 신의 나라이라.

이 세상의 물질의 세계가 본래인 근원의 나라에 근원의 영과 혼으로 거듭나 사는 곳이 바로 천국이라. 이 세상에 물질은 영원한 것이 없지 않은가. 그러나 진리 존재인 우주의 하늘은 영원하듯이 하늘 중 하늘인 근본의 하늘의 영과 혼인 정과 신으로 다시 나는 것만이 진리가 되어 영원히 살 수가 있는 것이라.
진리란 있는 것이고 영원불변 살아 있는, 물질 일체를 뺀 빈 하늘이 근원이고 본질이고 본래인 진리라.

우 명(禹明) 선생은 마음수련 창시자로서, 시인, 저술가, 강연가입니다. 2002년 인간 내면 성찰과 본성 회복, 화해와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UN-NGO 산하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교육자협회로부터 ‘마하트마 간디 평화상’을 수상했으며 세계 평화 대사로도 활동 중입니다. 저서로 <세상 너머의 세상> <살아서 하늘사람 되는 방법> 등이 있으며 그의 저서 중 <이 세상 살지 말고 영원한 행복의 나라 가서 살자>의 영역본은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에서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5개 국제도서상 2013 LNBA, NIEA, IBA, IPPY Awards, 2012 eLit Awards에서 영성, 정신, 철학 분야 금메달을 수상하였으며, 최근 <진짜가 되는 곳이 진짜다>의 영역본이 2014 에릭 호퍼 북 어워드에서 ‘몽테뉴 메달’을 수상하는 등 마음과 비움, 깨침에 대한 우 명 선생의 철학이 전 세계의 관심과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열린 고민 상담소

제 고민은요?

전 50세의 주부(백수)인데 지독한 손치, 몸치, 느린 행동, 안경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고도근시, 사고로 인해 못 듣는 왼쪽 귀를 지녔습니다. 올봄 수급자를 위한 취업을 했지만 한쪽 귀만 들어서 일하는 데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중도 탈락했습니다. 요즘처럼 살기 빠듯한 세상에 남편만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 제가 답답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모든 걸 빠르게 빠르게, 더 빠른 사람만이 인정받는 세상에서 제가 살아갈 길은 없을까요?

제 생각은요!

저는 올해로 67세 되는 요양보호사입니다. 지금 나이까지 살다 보니, 사람의 행동이 느리고 빠르고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닌 거 같습니다. 아무리 빨리 잘하는 사람도 마음이 곱지 않으면 그리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왠지 고민녀 님께서는 마음이 참 고우실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귀 한쪽 안 들리는 것은 큰 문제가 안 돼요. 한쪽 귀만 듣고 한쪽 눈만 갖고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취업에 탈락한 것은 일 자체가 님 하고 안 맞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요양보호사 일은 어떠실는지요. 저도 사는 게 어려워지면서 58세에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 일은 어르신들하고 소통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가능하지요. 한쪽 귀가 안 들리면 다른 한쪽 귀를 기울여 대화를 하면 됩니다. 손이 느리고 몸이 느리면, 조금 더 일찍 출근하여 미리미리 해야 할 일을 준비하면 됩니다. 저도 행동이 그렇게 빠르지도 않고, 작은 체구에 힘도 세지 않지만, 거구의 어르신들도 보살필 정도의 요령이 생겼습니다. 꼭 이 일이 아니더라도, 50세면 한창인 나이시니, 희망을 가지고 멋지게 님만이 가진 능력을 펼치며 사시길, 인생 선배의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박승금

저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우선 저는 님께서 조금만 더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일을 하러 가서도 “저런 사람이 왜 여기 왔나” 그런 시선에 많이 부딪혔을 수도 있습니다. 위축되어 자신을 그 시선 안에 가두지 마세요. 손치, 몸치, 느린 행동들…, 그런 사람도 분명히 잘할 수 있는 게 있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희 어머니가 시각장애 1급이십니다. 어머니 나이 40대 전후에 시각장애가 찾아왔지요. 처음에는 진짜 힘들어하셨는데 곧 “이게 내 복이고 내가 헤쳐 나가야 하는 일이다, 여기서 내가 힘들다고 하면 나는 무능력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다.” 그렇게 마음을 바꿔 먹으시더라고요. 지금은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지원하여 복지관 식당에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저희 엄마지만 대단해 보이는 건, 어디에 가서든 당당하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한다는 겁니다. 나는 이러이러해서, 이런 일은 못한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 그래서 주로 칼질과 식당 정리를 하시는데 그 일에 인정을 받고 계십니다. 나는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되는 사람…, 혹여라도 스스로에 대해 그런 부정적인 게 있다면 조금 긍정적으로 바꿔 보세요. 그리고 낮은 등급이라도 병원에서 장애 등급을 받을 수 있다면, ‘장애인 일자리’를 구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게 어렵다 해도 동 주민센터, 여성일자리센터 등을 방문해서 사회복지사와 상담해보세요. 꼭 일자리를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박소정

저는 님과 비슷한 또래의 주부입니다. 주부인데 본인을 백수라고 표현해서 깜짝 놀랐어요. 일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처지가 참 안타깝지만 주부 역시 참으로 중요한 역할임을 잊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남편이 맘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집안을 살피고, 편히 쉬고 다시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닐 테니 말예요. 경제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모르지만, 돈보다 마음이 행복해지는 일을 찾으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님보다 어려운 사정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 일주일에 한 번 봉사를 하는 것입니다. 사실 돈이 없으면 봉사도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내 마음에 행복이 깃들면 자연스레 님이 원하시는 일도, 행복도 찾아오지 않을까요? 사정을 자세히 모르면서 조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세상이 꼭 빠른 사람에게만 손길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마음으로나마 파이팅을 보냅니다. 신재숙

지금 고민 중이신가요. 혼자
힘들어하지 마시고 함께 나눠보아요.
고민과 의견이 실리신 분께는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엽서, 이메일 edit@maum.org
SNS 관련 게시글의 댓글로도
참여 가능합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다음 고민입니다.

직장 생활한 지 10년 차가 다 되어가는 30대 여성입니다. 요즘 저의 최대 고민은 정말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겁니다. 요즘에는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재밌는 사람이 인정받잖아요. 꼭 인정을 원하는 건 아닌데 재밌는 사람이 사람들에게 즐거운 에너지를 주고 흥을 돋우는 걸 보면 정말 부러워요. 저 같은 경우는 소심해서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회식 자리 같은 데 가서도 뻘쭘히 아무 말도 못 하고 와서는 후회를 하곤 합니다. 코미디 프로를 보고 따라해 보려고 해도 어색하고 쉽지 않더라고요. 유머 감각도 후천적으로 키워질 수 있는 걸까요?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할머니의 잔인한 복수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중학교 2학년 딸아이에게 전해주면 좋을 거라며 아이돌 그룹의 화보집을 선물받았습니다. 반갑게 화보집을 들춰보는 딸아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얘들이 엑스오냐?”
저의 물음에 딸아이가 피식 웃었습니다.
“엑스오가 뭐예요, 엑소지.”
딸아이의 썩소에 발끈해 한마디 더 했습니다.
“엑스오나 엑소나 그게 그거지, 가시나야.”
그러자 딸아이도 발끈합니다.
“엑소를 엑~~스오라 그러면 안 되죠. 아빠가 좋아하는 씨스타를 ‘씨소타’ 뭐 ‘그네타’ 이러면 안 되지 않겠어요?”
이런…. 마지막 페이지를 다 넘기고 첨부터 다시 펼쳐 보는 딸아이가 화보 속의 아이들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찬열이… 그리고 세훈이… 백현이….”
아무리 봐도 똑같이 생긴 아이들 이름이 신기해서 다음 페이지 아이를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얘는 누구냐?”
“찬열이라고 했잖아요. 앞에 찬열이… 얘는 세훈이 아까 말한 세훈이.”
그리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며 다시 저에게 묻습니다.
“얘가 누구라고요? 모르죠? 찬열이요, 찬열이. 다 같은 찬열이.”
그리고 12명의 멤버들 이름을 손가락을 짚어가며 나열합니다.
“크리스, 레이, 디오, 타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얘 누구라구요? 찬열이 찬열이 찬열이!!!”
내 딸이지만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5년 전 썼던 글이 생각나 소개합니다.

제목 할머니의 잔인한 복수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서는데 어머니와 5학년 3학년 두 남매가 거실에 앉아 무언가에 열중이다.
“할머니 이게 뭐라고요?”
“케….”
“케로로라구요.”
“이게 뭐라고요?”
재차 이어지는 질문에 어머니는,
“케… 로… 로….”
그러자 아이들이 박수를 치며,
“맞았어요! 할머니.”
“자, 그럼 이건요?”

“…….”
어머니는 코에 걸친 돋보기 너머로 두 눈만 껌뻑인다.
“기로로요, 기로로, 이건 타마마, 이건 쿠루루, 이건 도로로 아셨죠? 이게 뭐라고요?”
“…쿠….”
“쿠루루요, 쿠루루.”
두 남매가 서로 마주 보며 낄낄거린다. TV 만화영화 캐릭터 카드를 들고 할머니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 사실 나도 며칠 전에 당했던 일이라 어머니의 맘을 이해한다. 당해보면 알지만 은근히 약이 올라서 끝까지 받아준다. 이런 쓸데없는 오기로 난 2시간에 걸쳐 ‘개구리중사 케로로’란 만화의 캐릭터를 구분하게 됐다. 두 남매가 개구리 캐릭터를 가지고 어른들을 놀려 먹는 데 신이 났나 보다. 그래도 손자 손녀들이라고 끝까지 받아주며 노력하시는 어머니의 인내심에 경의를 표하며 난 욕실에서 샤워를 끝마치고 나왔다.
여전히 거실에 모여 있는 세 사람 곁을 지나치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풍”… “똥”… “비”….
“이게 뭐라고?”
어머니가 호기에 찬 음성으로 아이들에게 질문을 한다.
“…….”
아이들은 꿀 먹은 벙어리 모양 묵묵부답.
“풍이라고 몇 번을 말하냐!!! 이게 오동, 이게 메조, 이게 난초, 이게 홍싸리, 흑싸리….”
어머니의 능숙한 패 돌림과 화려한 손목 스냅 앞에 아이들은 여전히 묵묵부답. 케로로 캐릭터 카드는 이미 한쪽으로 물려 있고 어머니 손에는 화투짝이 쥐어져 있었다.
“너희 아빠한테 물어볼까?”
어머니가 나를 한번 넌지시 쳐다본다. 난 어머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비풍초똥팔삼…”이란 한마디를 남기고 유유히 방으로 들어왔다. 짜식들….
좀 전까지 남매들의 낄낄거림은 온데간데없고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어머니의 복수에 찬 다그침만이 거실을 맴돌았다.
너희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봐라, 70년 세월을 이길 수 있나.ㅋ

백일성(43)님은 동갑내기 아내와 중딩, 고딩 남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이야기 방에 ‘나야나’라는 필명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고 있으며, 수필집 <나야나 가족 만만세> <땡큐, 패밀리>를 출간했습니다.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터치’

취재 최창원

왼쪽부터 심은영(23), 곽선희(23), 나현수(23), 김정윤(23, 성신여대 의류학과), 김주영(27) 학생.

소외된 이웃들에게 옷을 만들어주는 학생들이 있다. ‘우리의 손짓이 당신의 희망을 터치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는 재능 기부 ‘터치’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2011년 3월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학생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수업하고 남은 원단으로 독거노인들에게 따뜻한 점퍼를 만들어드리자.”
독거노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던 안경호(06학번) 학생이 제안했고, 뜻을 함께한 이들은 패딩 30벌을 만들어 서울 자양동의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선물해드렸다. 그 후 2012년 청각장애인 단체 ‘사랑의 달팽이’가 재활 치료를 위해 운영하는 클라리넷 연주단의 여름용 단복 30여 벌을 선물해주었다. 합주단에서 활동하는 동생을 둔 터치 회원의 제안으로 진행된 일이었다. 회원 한 명이 아이들 한 명을 맡아 일대일로 사이즈를 재고, 재단과 재봉 바느질까지 하여 완성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맞춤복. 아이들은 자신들을 생각하고 관심 가져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했다. 그다음 해에는 아동 청소년 공동생활가정(그룹홈) 아이들로 구성된 ‘행복나무소년소녀합창단’ 단원 31명의 단복을 제작해주었다. 수업하고 남은 원단 품목이 한정돼 업체들을 찾아다니며 필요한 원단을 지원받아 진행했다. 올해는 여건이 안 돼서 결혼식을 못 올린 다문화가정 부부들을 위한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만들어드리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울 100% 소재로 만든 합창단 단복(2013). 아이들의 빠른 성장을 고려해 사이즈 조절이 가능하게 만들고, 바지, 치마, 조끼, 나비넥타이, 케이프 등도 각각 만들어서 활용도를 높이려고 했다. 외모에 민감한 나이라 예뻐 보일 수 있게 디자인을 고려했다. 완성된 옷에는 그 옷을 만든 회원의 이름과, 학생 이름을 새겨 넣었다. 터치 활동은 50여 명의 학생들이 함께하고 있다.
www.facebook.com/touchproject

김주영(4학년) 학생의 이야기

저는 2012년 군 전역 후에 참가하게 되었어요.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게 멀게만 느껴졌는데, 내 근처에서 이뤄지니까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13년에는 터치 대표를 맡아 그룹홈 아이들로 이뤄진 합창단 아이들의 단복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11월에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을 하는데 단복이 없어서 고민한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회원 한 명이 아이 한 명씩을 맡아서 치수를 재고 그 아이를 위한 옷을 만들었어요. 옷 한 벌이 완성되기까지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그 과정에서 힘들어하는 회원들도 많았어요. 과제, 시험 등을 같이 병행해야 했으니까요. 저 역시 힘들 때도 많았지만, 아이들 생각하면 정신을 차리게 되더라고요. 치수를 재는 것부터 가봉이 되면 입혀보는 등등 그러면서 10번 정도 만났는데, 처음에는 “왜 우리한테 옷을 만들어줘요?”라며 낯설어하던 아이들이, 갈수록 반겨주는 겁니다. 특히 애들이 자기들 먹을 간식을 안 먹고 기다리다가 우리들에게 줄 때는 뭉클했어요. 그럴수록 우리가 섣부른 마음으로 하면 안 되겠다, 아이들이 기대한 만큼 제대로 해주자는 마음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여러 번 다시 해오라고 하고 그랬어요. 그렇게 완성된 옷을 11월 5일 공연을 앞두고 전해주었어요. 사실 말이 하나뿐인 맞춤복이지 저희가 아직 배우는 과정의 학생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기성복보다는 못해요. 하지만 공연하는 걸 보니, 단복이 생각보다 괜찮고 빛나더라고요. 처음 내가 만든 옷을 누군가 입는 걸 본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고, 더 잘 챙겨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는 회원들도 많았습니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시작했는데 오히려 제가 더 많이 성장을 했어요. 자기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무언가를 나누는 이런 터치의 활동 같은 것들이 대학 문화 내에 더 많이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생 때 미리 이런 활동을 경험한다면, 사회에 나가서도 작게나마 자기가 할 수 있는 나눔 활동을 찾아 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거 같아요.

정춘수 어른의 가르침

‘어른 말씀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50이 넘어 보니 그 말이 실감이 난다. 나보다 어른들이라면 대개는 60대에서 70대 이상의 분들이다. 그들은 욕심과 거리를 두고 안쓰러운 것들에 눈길을 보낸다. 자신의 젊은 시절을 돌아보며, 그게 누가 되었든 노력하는 젊은이를 위해 손을 걷어붙이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 자신들이 겪었던 어려움, 그 미로에서 헤매는 젊고, 용감하고, 가여운 영혼이 보이는 것이다. 그런 어른들이 있어 세상은 살 만하다. 내 가장 힘든 인생길에서 만난 정춘수 어른도 그렇다.

나는 30대에 사업을 하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IMF로 모든 것을 잃어야 했다. 우연한 계기로 승마 일을 접하게 되었다. 새벽 6시, 마장에서 말똥을 치웠다. 말똥을 치우던 그 첫 삽에서부터 나의 인생은 새로 시작되었다.

이후 ‘찾아가는 승마교실’을 열고 장애인들의 치유를 위한 재활승마교육, 매년 말을 타고 하는 기마국토대장정 등 승마의 대중화를 위해 많은 일을 기획하고 시도했다. 보람도 있었지만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고 힘들 때도 많았다.

그때 정춘수 어른이 들려준 말씀은 늘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 어른은 내가 남양주 쪽에서 운영하던 승마장의 땅 주인이었다. 71세신데, 키가 185에 지금도 사냥하러 다니실 정도로 건장한 장수 스타일의 분이다. 평생 공무원으로 일하다 은퇴하고 농장 일을 하고 계셨다.

어른은 두 번 정도 기마국토대장정에 함께하며 도움을 주셨는데, 그 과정에서 더욱 관계가 깊어졌다. 사업을 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오해를 받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이 사람은 그럴 사람 절대 아니다”라며 당신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셨다. 그분이 3년 전 들려주신 말씀을 아직도 새기고 있다. 스트레스로 힘들었던 그날, 어른은 나를 보더니 식사나 하자 하셨고, 그 자리에서 귀한 말씀을 들려주셨다.

“내가 젊을 때 우리 아버님이 돌아가셨지. 내가 외동이야. 젊을 때 성질도 괄괄했지. 그러니 그분이 돌아가시면서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겠어? 그분이 유언으로 이렇게 말씀하셨어.

‘나 죽고 난 후, 네가 살다가 힘든 일을 만나, 누구 이야기할 데도 없으면 무조건 여행을 떠나라. 어디든 아무 마을에라도 들러서 그곳의 제일 어른을 찾아가. 가서 아무 말씀이라도 들려 달라고 해봐. 아무리 촌로라도, 그분들은 인생을 살면서 굉장히 중요한 어떤 것들을 깨달았을 거야.’

그렇게 해서 나는 얻은 게 있었지. 늘 웃는 것과 남에게 굽히는 것. 언제나 뻣뻣하게 덤벼드는 놈들은, 늘 어디서고 깨지지. 굽히고 들어가서 좀 도와달라는데 누가 죽이려 들겠냐 말이야? 게다가 웃으면서 굽히면, 누가 굳이 뺨을 때리려고 들겠어?

내 말 오해 말고 들어요. 김대장도 말이야. 카우보이 모자 쓰고 늘 아주 빳빳하잖아? 특히 승마 부츠를 봐봐. 어른들 볼 때는 딱 일본 순사라니까? 덩치나 작어? 그런 사람이 허리 꼿꼿하게 펴고 다니면 다들 뒤에서 뭐라고 하지. 그러니 늘 웃으면서 굽히고 들어가. 그러면 누가 뭐라 하겠어? 특히나 김대장처럼 큰일 할 사람은 어디서나 적이 있어서는 안 돼요.”

어른의 진심이 전해져 뭉클해졌다. “뭐 그다지 큰일 할 위인은 못 되지만, 그래도 늘 명심하고 겸손하게 살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 이후로 좀 더 유연하게 상대방 입장에서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려 노력했다.

정춘수 어른은 요즘도 혼자 여행을 하신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이제 일흔한 살이니 나도 나이 많이 먹었다 생각했는데, 이번에 여행 가서 혼자서 텐트 치고 다 하는 83세 어른을 만나고 나니 아직 멀었구나 싶었다네. 김대장 자네는 아직 어린 애니 열심히 하시게.”

정춘수 어른을 뵈면 나도 내 후진들에게 뭔가 쓸 만한 말을 남기는,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곱게 나이 들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다.

김명기 53세. 한국국토대장정기마단 단장

“언제나 건강하셔서,
고목의 그루터기처럼 많은
후배들이 쉴 자리를 만들어주세요.”
라는 김명기 님의 마음을 담은
문구와 함께 정춘수 어른께는
난 화분을 보내드립니다.

‘나에겐 꽃보다 아름다운
그 사람’을 소개해주세요.
그에게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담은 편지도 좋습니다.
소개된 분께는 꽃바구니
혹은 난 화분을 보내드립니다.

햇빛을 싫어하는 식물은 없다!

새봄의 햇빛이 인심 좋게 쏟아져 내리는 요즘, 베란다에 앉아 햇빛 샤워를 즐기고 있노라면 몸이 건강해지고 마음도 가벼워지는 느낌입니다. 초록이들도 신이 나서 여기저기 꽃망울을 터뜨리고 어느 때보다도 더욱 선명한 잎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어요.

혹시, ‘햇빛을 싫어하는 식물은 없다’는 말 아세요? 잎에 무늬가 있거나 꽃을 피우는 화초일수록 밝은 햇빛을 필요로 합니다. 햇빛이 모자라면 잎의 무늬가 흐려지고 꽃의 색깔은 약해지거나 아예 꽃이 피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또 아무리 음지식물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햇빛은 있어야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고 보기에도 예쁘게 자란답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화장실이나 현관 같은 곳에 화초를 두면 시간이 가면서 줄기가 점점 가늘고 길어지며 모양이 흐트러지는데 이는 빛이 부족하기 때문에 화초가 햇빛을 찾아 목을 길게 빼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대부분의 화초가 좋아하는 장소는 양지나 반음지랍니다. 실내의 유리창 가까운 곳이 화초 키우기에 가장 좋은 장소이고, 아파트라면 집 안의 가장 밝은 곳인 베란다 창가가 되겠지요. 화초를 화장실이나 현관, 또는 거실과 같은 음지에서 잘 키우는 방법이 있긴 있습니다. 좀 귀찮은 일이지만 화초를 베란다로 옮겨서 하루 3, 4시간 정도 햇빛을 쪼여주고 다시 원래 위치에 가져다 놓는 것이에요.

저 햇빛 속에는 도대체 어떤 비밀스러운 힘이 숨어 있기에 세상의 모든 생명체를 살찌게 하는 것일까요? 조건 없이 베푸는 자연의 위력이란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나이 들면서 점점 더 분명해지는 게 있다면 햇빛처럼 늘 내 곁에 있지만 미처 모르고 지내온 것들, 지금의 나를 지탱해주고 있는 내 삶의 햇빛 같은 존재들에 대한 고마움입니다. 결국 나란 사람, 보이지 않는 그들의 수고와 관심이 얽히고설킨 네트워크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에 감사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글 & 사진 성금미 <산타벨라처럼 쉽게 화초 키우기>의 저자

닭고기 냉채

야참에 빠질 수 없는 닭고기. 튀기고 굽고 조려 먹어도 맛있지만 담백한 맛으로 상큼한 맛으로 봄의 입맛을 돋우어주는 건 단연 닭고기 냉채이다. 입맛 없는 분들이라면 쌉싸름한 봄나물을 첨가하여 만들어주면 더 맛있다. 마늘소스 외에도 겨자소스, 칠리소스 등을 이용해도 좋고 닭고기 대신 오징어와 새우 같은 해산물을 이용해도 된다.

글 & 요리 이미경 자료 제공 <국민 야참>(상상출판)

재료 닭 가슴살 1조각, 숙주나물 100g, 풋고추 4개, 식용유, 소금·통깨 약간

마늘 양념장 재료 간장 0.3큰술, 식초 2큰술, 설탕 1.5큰술, 맛술 0.5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소금 약간

① 닭 가슴살은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삶아 물기를 빼서 가늘게 찢는다. ② 숙주나물은 머리, 꼬리를 떼고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쳐 찬물에 헹구어 물기를 뺀다. ③ 풋고추는 반으로 잘라 씨를 긁어내고 가늘게 채 썰어 식용유를 두른 팬에 볶아서 소금으로 간하고 접시에 펴서 식힌다. ④ 준비한 재료를 접시에 돌려 담고 마늘 양념장을 만들어 뿌리고 통깨를 솔솔 뿌려 낸다.

요리 연구가 이미경님은 쿠킹스튜디오 ‘네츄르먼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동양매직요리학원 원장, 선재사찰음식문화 수석연구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건강한 제철 음식, 심플하고 부담 없는 레시피를 대중에게 알려오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국민 야참> <아이요리> 외 다수가 있습니다.

페이퍼 펄프 헬멧

만든 사람
에드워드 토마스, 바비 피터슨, 토마스 고테리어
영국 런던 거주

이름은?
페이퍼 펄프 헬멧 Paper Pulp Helmet. 종이로 만든 자전거 헬멧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영국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의 졸업 작품을 구상하던 중 단순히 종이를 재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도시에서는 아주 방대한 양의 신문지 쓰레기가 매일매일 생산된다. 우리는 이 쓰레기가 다른 물건을 생산하기 위한 재료 공급의 고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종이 펄프의 형태만 바꾸어서 저렴한 자전거 헬멧을 만들었다. 런던의 자전거 대여 시스템(Barclays Bicycle Hire Scheme)과 결합했을 때 좋은 활용 방안이 될 수 있다.

제품의 재료는?
100% 신문지다. 버려진 신문을 모아서 많은 양의 물과 섞어 갈아주면 까만색의 종이죽이 되는데 표백제나 접착제는 들어가지 않고 다만 유기농 첨가제를 약간 넣어 종이 펄프가 더 잘 결합될 수 있도록 한다.

제작 방법은?
혼합된 종이죽에 작은 구멍이 많이 뚫린 거푸집을 담그고 진공 흡입관을 연결해 공기를 빨아들인다. 물기는 진공관을 따라 빠져나가고 종이 섬유에 거푸집이 씌워지면서 헬멧의 모양을 갖춘다. 거푸집을 제거해 말린 후 조이는 끈을 끼우면 완성된다.
헬멧은 6시간 정도 비를 맞아도 괜찮을 정도로 방수가 가능하며 헬멧 사이즈를 색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천연 색소를 첨가하기도 한다. 헬멧은 잠깐 사용하는 용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폐기 또한 쉽다. 헬멧은 물론 조이는 끈까지 그대로 종이 펄프 통에 넣기만 하면 재료의 손상 없이 고스란히 새 헬멧을 만들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중점을 둔 부분은?
헬멧의 구조다. 종이 원래의 형태로는 튼튼하지 않기에 빳빳하게 유지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 종이는 형태만 바꾸면 제품 포장재로도 널리 사용될 만큼 충분히 튼튼하다. 우리는 단지 이런 기술적인 부분을 헬멧에 새롭게 적용시켰을 뿐이다.

주변의 반응은?
모양이 독특하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이 종이 헬멧이 충격에 강할까 의심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주 튼튼하며 계속 강도를 측정하는 실험 중이다. 많은 유럽의 자전거 헬멧 안전 기준을 충족시켜서 이 헬멧이 충분히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판매는 아직 하지 않고 있지만 만들게 되면 1개당 1달러 이하로 하고 싶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세상엔 여러 형태의 가정이 있고 다양한 부류의 부모가 있다. 그러나 부모가 자식과 유대 관계를 쌓는 데 단 하나 절대적인 법칙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함께한 시간’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하지만 시간은 피보다 깊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피를 나눈 자식과 세월을 함께한 자식 사이에서 갈등하는 두 가정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료타와 미도리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남편은 일류 대기업의 인정받는 건축가이며, 엄마는 상냥하고 배려 깊은 살림꾼이다. 부부에겐 아들 케이타가 있다. 애교 넘치면서도 조숙하고 착한 케이타는 부부에게 큰 기쁨이다. 이런 부부의 행복은 어느 날 케이타가 태어난 산부인과 병원에서 전화가 오며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아이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친아들 이름은 류세이. 유다이와 유카리 부부가 기르고 있었다. 두 가정은 병원에 맞서 함께 소송을 진행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바꿀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둘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영화는 두 가정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이에게 필요한 진정한 아버지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를 설파한다.

유다이는 철물점을 운영하며, 세 아이를 둔 아버지다. 그는 아들과 목욕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연날리기를 함께해주고, 놀이방에서 같이 노는 게 책임이라 여기며 아이를 늘 웃게 만든다. 반면, 료타는 다정하지만 동시에 냉정한 아버지다. 대기업에 다니는 엘리트답게 그는 어떤 것이든 자신이 앞서야 하고, 정복해야만 한다. 그 역시 케이타를 사랑하지만 때로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는 케이타가 료타는 아쉽다. 친자 검사 결과가 나온 날, 료타는 “역시 그랬군”이라고 말한다. 료타의 그 말은 그동안 자신만큼 뛰어나지 못한 케이타를 이상하게 여긴 그의 마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료타의 모습을 우리는 아니꼽게만 볼 수도 없다. 료타 그 자신도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들이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 역시 그를 따뜻하게 어루만져주지 않았다. 재혼해서 어린 그의 마음에 상처를 줬고 그래서 그는 새어머니를 향해 한 번도 어머니라고 부른 적이 없다. 료타에게 부자 관계란 그저 일직선적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아들은 나를 닮은 존재이자 나의 분신이다. 그래서 그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나를 이해해줄 존재라고 생각한다.

두 가족은 결국 아이를 바꾼다. 하지만 류세이는 생각보다 잘 적응하지 못한다. 심통을 부리고, 키워준 부모 얘기를 하며 결국 몰래 집을 나가 옛집을 찾아간다.

류세이와 케이타, 상이한 가정에서 자란 두 아이의 대비되는 모습은 짧지만 강렬하게 어떤 서글픔을 준다. 류세이는 직접 보고 싶은 부모를 찾아간다. 반면 케이타는 아버지 료타가 류세이를 찾으러 왔을 때, 벽장에 몸을 숨긴다.

류세이의 가출로 무언가를 깨달은 료타는 결국 조금씩 변화한다. 아이의 총싸움에 응해주고 함께 게임을 하며 시종일관 장난을 걸어준다. 하지만 이런 료타의 변화하는 모습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그렇게’에 해당하는 전부는 아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스러운 장면은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부성애가 들끓는 장면이 아니라 아버지를 향한, 아들의 해바라기 같은 숨겨진 애정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료타는 케이타가 남긴 카메라 속 사진에서 자신을 향한 아이의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 무장해제되고 만다. 자신만을 향한, 자신만을 바라본 아이의 사랑을 깨달은 후 료타는 자신 ‘역시’ 케이타의 아버지였음을 깨닫는 것이다.

어찌 보면 자칫 신파로 흐를 수도 있는 소재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강한 울림을 지닌 가족 드라마로 만들었다. 피보다 서로 함께 나눈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아이들의 순수한 연기로 보여준다. 케이타의 사랑은 료타를 해제시키고 아버지로 만들었듯이, 관객의 마음까지 해제시켜 버린다. 보는 이의 마음을 풀어헤치는, 아이의 눈망울 같은 영화다.

이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