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위로 미끄러져 들어가면 모든 것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루에 50잔 이상의 커피를 마셨다는 프랑스의 문학가 발자크의 말처럼 커피는 전 세계인의 삶에 조용히 그리고 깊게 스며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지요. 각성 효과, 감미로운 향과 질리지 않는 씁쓸한 맛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를 깨워주고,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고, 친밀한 소통을 끌어내주는 커피. 우리는 커피를 왜 마실까요?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커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숫자로 보는 커피
커피콩 100개 100ml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커피콩 100개가 필요하다.
하루 3잔우리나라 식약청의 카페인 일일 섭취 권고량은 400mg 이하. 아메리카노 커피 3잔 이하가 적당하다.
전 세계 커피 소비량 17억 잔 국제커피협회(ICO)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소비된 커피는 모두 17억 잔으로, 정확히 1초당 1만9,675잔이 팔렸다. 1,142만 명이 매일 1,522만 잔의 커피를 마시는 셈이다.
무역 거래량 2위 커피는 무역 거래량 세계 2위로 석유 다음으로 많은 양이며, 연간 생산량 700만 톤에 달한다.
1인당 1년에 484잔 한국은 세계 7위의 원두 수입국으로, 국민 1인당 1년에 484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추정된다.
2만 개의 커피 전문점 국내 커피 전문점 숫자는 2007년 2,305개에서 2013년 4월 기준 1만8천 개를 넘어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곧 2만 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커피와 신조어
카페라떼 효과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 한 잔 값(4천 원)을 아껴 저축할 경우 물가 상승률과 이자 등을 포함해 2억 원 이상의 재산을 축적할 수 있다는 논리.
카페 맘 ‘Cafe Mom’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커피 전문점에 모여 아이 교육 정보를 나누는 엄마.
코피스족(Coffee+Office) 커피 전문점에서 노트북과 휴대전화로 사무를 보는 직장인.
카페브러리(Cafe+Library) 도서관처럼 공부나 스터디를 하는 대학가의 커피 전문점.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하다
1645년경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에 유럽 최초의 카페가 생겼다. 당시 시민들은 그 카페를 매음과 도박의 온상으로 지목했지만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여러 카페들이 들어섰고, 이용객 수는 점차 늘어났다.
1674년에 런던에서 발간된 팸플릿 중에 <커피하우스의 규율과 질서들>이 있다. 거기에는 [고상한 귀족이나 사업하는 부르주아 층이나 누구든 환영합니다. 그러나 누구든 높은 신분의 사람이 들어왔다고 해서 자리에 일어나 그에게 자리를 권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쓰여 있다. 말하자면 카페는 특정인에게 특별한 대우를 해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그동안 유럽에는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사적으로 자유롭게 만나는 공간이 없었다. 게다가 중세에는 공동체를 중심으로 술을 마시는 관습이 있었는데 절차와 예법이 아주 까다로웠다. 그런데 커피는 그럴 필요가 없다. 술처럼 잔 뚜껑도 필요가 없고 절차도 따지지 않고 한꺼번에 들이킬 필요도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즐기면 되는 것이다.
이런 대화의 장은 문학인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거의 매일 카페에 드나들었던 17~18세기 문학인들은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하면서 나온 말들을 생생하게 문학에 옮기게 되었고 ‘대화체 문장’이 등장하게 된다. 문어체에서 대화체로! 그것은 문학의 일대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들도 왕이나 귀족, 장군이 아니라 서민들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커피는 사실 유럽 문화 자체를 변화시키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나아가 카페는 이런 음용 관습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사회적 변화와 정치적 변화를 끌어내는 공간으로 작용하게 된다. 커피하우스에 드나드는 사람들 중에는 저널리스트, 정치가, 학자, 부르주아, 교인들도 있었는데 이런 사람들이 카페에 모인 것 자체가 집회의 자유를 의미했다. 이렇게 카페는 그 자체만으로도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된 것이다.
커피에 대해서 공부도 해야 되겠지만 사람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 마지막에는 본인과 커피의 관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커피란 과연 무엇인가를 각자 찾아가야 하는 것이 숙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 커피를 누구나 많이 마시잖아요. 사람들이 물질적인 부분에서 시달리면서 정신적인 행복감을 얻기 위해서 더 커피를 찾는 것 같아요. 커피를 내리고, 또 마시면서 커피라는 존재 자체가 행복을 주니까요. 저는 그 행복감이 한 나라에 머물지 않고 국경을 넘어서 그 행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그것이 또 커피를 통해 이룰 수 있는 유토피아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그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과 커피를 통해 꿈과 희망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한 포털 사이트가 직장인 503명을 대상으로 하루 커피 섭취량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1.9%인 110명이 하루에 커피를 4잔 이상 마신다고 답했다. 커피를 마시는 이유로는 ‘습관이 돼서’(25.7%)가 1위로, ‘기분 전환하려고’(18.3%), ‘잠을 깨려고’(16.9%), ‘집중력을 높이려고’(12.9%), ‘식사 후 마땅한 입가심거리가 없어서’(11.1%),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10.1%), ‘나만 안 마실 수가 없어서’(4.1%)가 뒤를 이었다.
또한 응답자의 39%가 커피의 부작용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속쓰림’이 27.4%, ‘불면증’(22.4%), ‘신경과민’(14.9%), ‘소화불량’(11.1%) 순이었다.
또 다른 설문 조사에서 ‘커피숍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43.9%가 ’맛’이라고 했다. 이어서 ‘가격’이 24.9%로 2위, ‘위치’(20.2%)가 3위였다.
하루 커피 4잔 이상!
왜 마시는데?
일본 교린대학 코가 요시히코 교수는 작업을 할 때 커피 향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피실험자에게 커피 향을 맡으면서 화면에 숫자가 보이면 버튼을 누르는 간단한 작업을 시켰다. 물 냄새를 맡으면서도 같은 동작을 반복하게 했다. 그 결과 커피 향을 맡으며 작업할 때가 뇌에서 더 적은 혈액을 필요로 했다. 커피 향만으로도 뇌가 많은 활동 없이 작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본 동경자혜의대 스즈키 마사토 교수는 원두커피와 운동성에 대한 연구를 했다. 실험 쥐에게 5주간 운동을 시키고 내장 지방량을 검사했는데, 운동만 한 쥐는 54% 감소한 반면, 커피를 먹인 후 운동을 시킨 쥐는 60%가 감소한 것이다. 실제로 커피 속 카페인은 내장에 축적된 중성지방이 좀 더 쉽게 분해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즉 카페인 섭취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운동만 하는 것보다 체중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커피를 마시고 30분 후부터 혈중 카페인 농도가 높아지는데 그 상태가 3시간 정도 유지되므로 그때 운동을 하면 효과적이다.
이 밖에도 커피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이 여러 가지 항산화작용을 하는데, 하루 3잔의 블랙커피를 꾸준히 4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마시는 경우에 지방간 발생을 40% 억제할 수 있으며, 혈당 수치를 떨어뜨리고, 심혈관질환 예방, 치매 예방과 암세포 전이를 억제하는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것은 모두 폴리페놀이라는 성분이 항산화작용을 하기 때문인데, 커피에는 포도주의 3배, 홍차의 9배나 되는 폴리페놀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매일 질리지 않고 마시는 음료 중에서 가장 훌륭한 폴리페놀 공급원으로 볼 수 있다.
하루 3잔 이상 너무 많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하거나 고칼로리 커피를 마실 경우 카페인 중독, 당뇨, 역류성 식도염, 위궤양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몸에 좋다 VS 안 좋다
내가 핸드드립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핸드드립이 갖고 있는 인간적다인 속도와 자연성에 있다. 핸드드립 커피 한 잔을 내리기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대신 지구 중력 외에 어떠한 인위적인 에너지도 필요하지 않다. 말하자면 아날로그 방식이다. 이렇게 한 잔의 커피를 내리면 그 순간만큼은 의식이 명료해지고 이때 풍기는 커피 향은 세상살이에 지친 나의 영혼을 치유하고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혹자는 말한다. “그거 따로 배워야 하고 기구까지 사려면 돈 많이 들잖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근 유행하는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과 비교하면 핸드드립 커피는 충분히 가격 경쟁력이 있다. 게다가 직업으로 커피를 다루지 않는 한 커피를 일부러 배울 필요도 없다. 우리가 밥 짓는 것을 학원에서 배우지 않듯이 서구에서는 커피도 대를 이은 삶 속에서 소비되어 왔다.
오늘날 커피가 교양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은 자본이 만든 허상일 수도 있다. 커피는 삶의 일부분이 되어야 한다. 핸드드립 커피는 물을 끓일 때 말고는 커피를 내리는 동안에 이산화탄소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다. 한편 커피 산지의 환경을 보호함으로써 생태적 가치를 추구하는 공정무역 커피나 열매우림동맹 커피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커피 생산 방식에 대한 화답으로 핸드드립만큼 적절한 것은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핸드드립 커피는 나와 세상을 돌아보게 만든다. 경쟁으로 인해 지친 당신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똑같은 아파트와 똑같은 커피, 똑같은 욕망을 이식당해 왔던 사회를 다양하게 만들어준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슬로우 커피’는 세상의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더욱 널리 퍼져나갈 것임에 틀림없다.
되어야 한다
“커피가 맛있어지면 어른이 된 거라고 할 수 있지.” 어릴 적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 말이 인상적이었나 보다. 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블랙커피를 마시며 어른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믹스의 맛을 본 후 블랙 마시고 믹스 마시고 하며 교대로 흡입하기 시작했다. 최소 하루에 6-7잔. 40대에 들어서며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하자 다들 커피부터 줄이라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나는 ‘에라, 이대로 살다 죽을란다, 커피 없이 못 산다’ 하며 대놓고 마셨다. 그런 어느 날 업무 차 오지에 일주일 정도 취재를 갔는데 커피 마시기가 여의치 않았다. 뜨거운 물을 구하기도 어렵고 바쁘기도 했다. 그런데 어라, 커피를 안 마셔도 살 만한 게 아닌가.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정화되는 느낌도 들었다. 그때 생각했다. 나는 왜 커피를 마시는가? 1. 어른 흉내로부터 시작된 커피에 대한 막연한 관념 있음. 2. 사실 먹고 나서 후회하면서도 습관적으로 먹음, 특히 믹스. 3. 익숙한 것에 길들여져 카페 같은 데 가도 다른 것을 선택할 용기 없음. 고로, 모든 것이 마음의 문제였다. 커피를 줄이기 시작한 나는 커피가 당길 때면 스스로에게 말한다. ‘에헤~ 왜 이래, 아직도 어른 안 된 거야?’ ‘달달이 믹스 먹고 후회하기는 이제 그만.’ ‘자, 용기 내 새로운 차에 도전해 보자고. 허브차 좋네. 콜~’
커피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