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고1 아들 녀석이 휴대폰을 잃어버려 요 며칠 밤마다 제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카톡을 합니다. 그 녀석이 한번 쓰고 나면 아들 녀석 친구들이 한두 명씩 친추가 돼 있습니다. 그리고 대화 내용도 다 안 지우고 그대로 있습니다. 한번 들여다봤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유치원 2년,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1년 한글을 배웠다는 놈들이 왜 이러는 걸까요? 도대체 둘이 대화는 통하는 걸까요?

중학교 2학년 딸아이 방에 네임펜을 빌리러 들어갔더니 딸아이가 휴대폰으로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책상 쪽으로 몸을 옮기는데 딸아이도 저를 따라 각도를 틀며 휴대폰 화면을 가립니다. 다시 반대편 책장 쪽으로 몸을 옮기자 딸아이도 휴대폰 각도를 바꾸며 움직입니다. 제가 몸을 옮길 때마다 휴대폰 화면을 주시하면서도 어찌 그리 각도를 사각지대로 잘 트는지 신기합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제 딸이 30여 년 전 제 짝꿍 봉구일까요? 시험 시간 책가방으로 가리다 못해 손바닥으로 가리며 답을 적었던 그 봉구일까요? 시험 문제 중에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곳이 어디냐는 문제에 봉구가 각도를 틀며 안 보여줘서 얼핏 보고 하얼빈을 허허벌판도 아닌 허벌판으로 적어서 선생님한테 뒈지게 혼나게 한 그 봉구일까요?

아내가 식탁에 큰 냄비 하나를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뚜껑을 엽니다. 먹어 보랍니다. 묵은지 갈치조림이랍니다. 국물이 많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김치찌개에 갈치를 넣은 거 같습니다. 은빛 비늘이 살아 숨 쉽니다. 조림 무라도 있나 들춰 봤더니 무는 먹지 말랍니다. 깜박 잊고 늦게 넣어서 안 익었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요리 연구가 빅마마가 만든 묵은지 갈치조림이 진정 이런 비주얼이었을까요? 더 조리든지 더 익히든지 하라고 해도 말도 안 듣고 그냥 먹으라며 자기가 떠먹어보고 시원하고 맛있다며 먹어 보라는데 진짜 맛있어서 저렇게 갈치 비늘을 숟가락으로 치워가며 떠먹는 걸까요? 왜 아내는 점점 더 미각을 잃어가는 걸까요?

회사에 있는데 흑형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들 녀석 친구한테 카톡이 옵니다.
“어디삼? 지중해로 빨리 튀튀”
진짜 지중해는 아닌 거 같고 피시방 이름 같습니다. 제가 그냥 답장 한번 보내봤습니다.
“우헤헤~~~”
답장이 옵니다.
“케쿠에하앙러 우헤헹우헤헹~~~~~~~”

왜 이러는 걸까요? 도대체 흑형이 하고 싶은 말은 뭘까요? 진짜 외국인 친굴까요?

백일성

백일성(43)님은 동갑내기 아내와 중딩, 고딩 남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이야기 방에 ‘나야나’라는 필명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고 있으며, 수필집 <나야나 가족 만만세> <땡큐, 패밀리>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