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이십사 시 김재숙 69세.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강석로 사십 년 가까이 교직에서 종사하다 퇴임한 지 올해로 7년이 되어간다. 정말 거짓말처럼 세월이 빨리 지나갔다. 오늘 손가락을 꼽아보고 새삼 놀랐다. 지난해 서울로 시집간 딸이 바로 곁으로 이사를 왔다. 시집가기 전에는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는 일은 없을 거라 장담하더니 둘째 아기를 갖고는 출산 한 달 전에 이사를 왔다…. Continue reading
"에세이"
당신이 가진 것 중 가장 위대한 것은 바로 당신 앞에 있는 24시간이다.
나는 떡집 셋째 아들이다 최대한 27세. 2011 대한민국 ‘떡 명장’ 나는 떡집 아들 4형제 중 셋째로 태어났다. 내가 아버지를 도와 떡을 배우기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부터였다. 초등학교 때 뚱뚱하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던 나는 어쩌다 나를 괴롭히는 아이를 한 대 쳤다가, 나도 싸움에 소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 중학생이 되기까지 제일 좋아하는 게… Continue reading
우리 식구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고1 아들 녀석이 휴대폰을 잃어버려 요 며칠 밤마다 제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카톡을 합니다. 그 녀석이 한번 쓰고 나면 아들 녀석 친구들이 한두 명씩 친추가 돼 있습니다. 그리고 대화 내용도 다 안 지우고 그대로 있습니다. 한번 들여다봤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유치원 2년,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1년 한글을 배웠다는 놈들이 왜 이러는 걸까요? 도대체 둘이… Continue reading
포항 신도여관 주인 할머니의 러브스토리
2010년 7월, 드디어 오랫동안 벼르던 국내 일주를 시작했다. 부에서 출발해 김해 봉하, 경남 창원…. 그 여행길에서 만난 한 분을 소개한다. 9월 초, 나는 경북 포항으로 향했다. 이름난 명소인 간절곶을 보고 나오는 길, 구룡포 마을 앞에서 왠지 모르게 발길이 멈췄다. 그리고는 무려 한 주를 머물렀다. 내가 묵었던 곳은 구룡포의 ‘신도여관’. 오랫동안 그곳에서 여관을 운영해온 할머니는 푸근하게… Continue reading
보고 싶다 다람쥐
내가 그 학교에 부임한 날이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배정받은 교실로 가는데, 교실 앞 골마루에 한 아이가 어슬렁거리더니 꾸벅 인사했다. “선생님이 우리 반 선생님이세요?” “그래, 너도 5학년 5반이냐? 아이와 나는 그렇게 첫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아이는 소문난 말썽쟁이였다.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넘나들다가, 교사가 방심하면 한순간에 수업 분위기를 제멋대로 만들어버리는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하교할… Continue reading
때로는 용기가 없어 때로는 쑥스러워서 못 했던 그 한마디. 한 해를 보내며 글로나마 전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부지, 그때 그 영수의 점수가 말입니다 전원일 59세. 소설가, 시인. 경남 밀양시 내이동 나는 시골 대농가의 2남 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고 아버지는 면 소재지 중학교 생물 선생님이셨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소 풀 먹이는 목동(牧童)이 나의 중요한 일과였다. 그 이유는 선생의 아들로서 항상 공부는 물론 언행이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아버지의 독려로… Continue reading
때로는 용기가 없어 때로는 쑥스러워서 못 했던 그 한마디. 한 해를 보내며 글로나마 전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10년 만에 고백하나니… 남편, 난 당신이 좋다 신순화 44세. <두려움 없이 엄마 되기> 저자 꿈에서 나는 남편을 떠나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 결혼하려는 순간 남편이 있다는 것을 떠올린다. 남편의 슬퍼하는 얼굴이 떠오른다. 후회가 밀려온다. 그런데 너무 늦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고 두렵다. 마음이 너무 괴롭다. 그러다 잠에서 깨어난다. 이런 꿈을 꿀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진다. 왜 이런… Continue reading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792 모처럼 마감 회의가 빨리 끝나고 차도 안 막혀서 평소 퇴근 시간보다 집에 40여 분 빨리 도착했습니다. 현관문을 들어서기 전 아내에게 문자가 옵니다. “오늘도 많이 늦을 거 같다.” 요즘 아내 회사의 기계 교체 작업으로 업무가 많이 늦어지는 바람에 며칠 계속 아내가 늦었습니다. “송이랑 밥 챙겨 먹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집이 조용합니다. 누님 집에 다니러 간… Continue reading
마음까지 치유해주는 우리들의 노바이처
“왜 그렇게 울었어요? 그깟 놈 보내기가 그렇게 서러웠어요?” 두 번째 수술(전절제) 후 첫 회진 때 오셔서 하신 노동영 박사님의 첫 말씀이었다. 수술 결과가 어땠는지 초조하게 기다리던 나는 그만 피식 웃음이 난다. 긴장되고 아마득한 상황에서도 박사님의 ‘툭’ 던지는 한마디는 긍정의 힘이 되어 잔뜩 웅크렸던 마음이 풀어지곤 했다. 대한민국 최고 명의답지 않은 소탈함과 친근함에 두려움은 어느덧 절반이… Continue reading
북덕 바람
어머니가 살고 계신 동네 근처로 근무지를 옮겨 일 년을 살았다. 떨어져 있을 때는 혼자 계신 어머니에게 늘 미안할 뿐이었는데, 막상 함께 살게 되니 괜한 일로 속상할 때가 많았다. 작년 김장철이었다. 퇴근하고 대문을 들어서니, 여기저기 배추 이파리와 김장용 비닐 같은 것들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었다. 어머니가 또 혼자 기어코 김장을 시작한 것이다. 수돗가 커다란 물통에 소금 간을…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