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어진 조건을 탓하기보다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을 통해 기적 같은 감동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313   하나씩 나의 재능을 발견하는 기쁨 국지혜 27세. 병원 코디네이터.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학창 시절 나는 예체능을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그림 그리고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평소 손재주가 있다는 소리도 들었기에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은 커져갔다. 하지만 미대 입시를 준비하기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컸다. 그래서 택한 것은 실기 시험이 없는 대학이었고, 수능 시험만으로 입학을 하게 되었다. 내가… Continue reading

순천 미인

일개미 같은 어머니입니다. 동생을 보낸 뒤부터 당신의 노동은 텃밭으로 옮겨 갔습니다. 맑은 하늘 구름에 앉아 어머니 집을 내려다봅니다. 눈 아래 아득한 성냥갑 집에서 허리 굽은 점 하나가 나옵니다. 그 점을 따라 한참 동안 눈길을 긋습니다. 어머니 발자국이 남긴 실곡선이 텃밭과 마당에 가득합니다. 부엌강아지 같은 어머니입니다. 아직도 목이 늘어진 양말을 기워 신고 밭일을 나가십니다. 내 아들이… Continue reading

‘아빠’ ‘아버지’… 가슴 깊이 불러봅니다. 괜스레 마음이 뜨거워지는 우리 시대 아버지 이야기.

294   아버지가 나의 아버지였기에 김충근 51세. 농부.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박수근 작 <소와 유동> Oil on Canvas. 116.8×72.3cm. 1962. 아버지! 그저 이름만 불러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아버지는 어린 저를 무릎에 앉혀 당신의 심장 소리를 들려주셨습니다. 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도 매로 다스리는 엄마와 달리 그저 마음 아파 어쩔 줄 몰라 하셨습니다. 시골에서 말과 소를 끌고 다니며… Continue reading

‘아빠’ ‘아버지’… 가슴 깊이 불러봅니다. 괜스레 마음이 뜨거워지는 우리 시대 아버지 이야기.

295   어느 추운 겨울 아침 청승 김수련 38세. 직장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박수근 작 <아기 보는 소녀> Oil on Hardboard. 48.2×22.2cm. 1960년대. 날이 차다. 그래서 하늘이 더 시리다. 기러기 두 마리 날다. 멍하니 바라보던 나. “기~러~기 울어에~는 하늘 구만~리 / 바람이 서늘도 하여 가을은 깊었~네 / 아~아~ 아~아~ 너도 가하고 나도 가한다” 한… Continue reading

책상 줄을 맞추며

얘들아. 맑은 겨울 수요일 아침이다. 교실에는 토수가 제일 먼저 와서 혼자 책을 읽고 있다. 신입 사원처럼 단정한 토수와 인사를 나누고, 휴게실에 가서 커피 한 잔을 타서 다시 교실로 돌아오니 우진이와 주환이가 아침 인사를 한다. 둘은 입을 맞춘 듯 내게 “선생님 오늘 뭐 해요?” 하고 물었다. 오늘은 졸업 예행 연습하는 날이라고 대답하니, 둘은 멀뚱한 표정으로 “졸업식… Continue reading

알아주지 않아도, 아무런 대가가 없어도, 어떤 조건도 내걸지 않고 무조건 사랑하고 무조건 도전해 본다면….

270   2년 2개월, 짧았지만 영원할 우리의 사랑 이금자 49세. 대구시 북구 태전2동 2009년 5월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너무 심각해서 가망이 없다고 했는데 그 이후 2년 2개월이라는 짧디짧은 생을 살다 지난 7월 떠나 버렸다. 25년 전,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며 남편과 난 자주 싸웠다. IMF가 터진 후 일이 안 풀려 우리 부부 사이는 더 나빠졌고, 아이들… Continue reading

알아주지 않아도, 아무런 대가가 없어도, 어떤 조건도 내걸지 않고 무조건 사랑하고 무조건 도전해 본다면….

271   ‘난 약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이 마음부터 무조건 버려보겠습니다 정진미 33세. 인천시 계양구 작전동 정신없이 살다 보니, 2012년도 이제 바로 코앞이라는 것을 잊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2012년 1월 주제, ‘무조건 무조건’ 꼭 지키고 싶은 것을 편지글로 써봅니다. 이렇게 다짐이라도 하면, 약한 제 자신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저는 남편 없이 세… Continue reading

파랑새처럼

아이가 바삐 강당 계단을 올라간다. 깡총깡총 내딛는 발걸음이 얼마나 날렵한지, 파랑새가 실개천을 스쳐 나는 듯하다. 아이들에게는 어른이 갖지 못한 가벼움의 미학이 있다. 아침이었다. 열한 살 지우양이 교실에 들어오면서 제 자랑을 쏟아놓았다. “선생님, 우와! 나 어제 대박 났어요.” “뭔데?” “원호가요, 나를 좋아한대요. 문자로 그랬어요.” 덜렁이 원호가 여학생한테 관심을? 그 개구쟁이가? 아무래도 뻥일 것 같았다. 그래서 ‘어디… Continue reading

이제 비밀이 아닌 것이 되어버린 여섯 가지 비밀 이야기.

250   그 겨울, 대학 입학 원서비 유용 사건 유연철 33세. 직장인.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 1998년. 혹독하게 힘들었고 너무나도 길었던 고등학교 3년이 끝난 후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 당시 우리 또래에게는 수능을 보자마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동안의 억압된 청춘의 로망, 이성 교제를 하는 것이 유행이자 희망이었다. 나 역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 수능 점수 발표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Continue reading

이제 비밀이 아닌 것이 되어버린 여섯 가지 비밀 이야기.

251   꼭꼭 숨겨둔 비밀을 고백한다는 것만으로 이희윤 24세. 고려대학교 <쿠스파> 동아리 팀장. ‘포스트시크릿 코리아’ 진행 “난 수영할 때 쉬하는 걸 좋아해.” 흥겨운 물놀이 때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웠던 꼬꼬마.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귀여운 고백으로 시작된 이 영상은 미국의 ‘포스트시크릿’이라는 프로젝트 소개 영상이었다. 자신의 비밀을 익명으로 엽서에 적게 했고 이것은 수많은 미국인들의 고해성사 창구가…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