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by "월간마음수련"

The Original Birthplace

Do you know your original birthplace? It is not where you were physically born; it is the original foundation that is the source and the origin – a place of great freedom without obstacles or hindrances. Those who have left their original birthplace do not want to return because of their sins; they have acquired many illusions while living away from home, and it is in those illusions that they now live. They have forgotten their birthplace; they do not even bother to think about such things. In the original birthplace the parents’ hearts must bleed when they think of their suffering children. They are asking their children to return instead of suffering far from home, that they will give them the world of the birthplace and cleanse away their sins, so that they may live with a clean mind and body.    

Believing the sins to be interesting and fun, the children live in sin, not knowing they are in sin. Can there be anything more pitiful and frustrating? Don’t live by yourself far from home only to die and disappear. Come back to your birthplace, cleanse away your sins and become a new person; become an eternal and never-dying immortal, and live forever in your birthplace with your parents. Then, there are no worries, no anxieties, and no stress; the five desires and seven sins and tamjinchi – desires, anger, foolishness – do not exist; it is the state of freedom and liberation, free from all human suffering and all human conceptions and habits. It is a place beyond everything of the human world. Let’s live forever with peace of mind and freedom, in this place.  

Woo Myung founded Maum Meditation. For his outstanding dedication to the service of humanity, he was awarded the Mahatma Gandhi Peace Award by the United Nations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Educators for World Peace (IAEWP). He is the author of numerous books including World Beyond World, The Way To Become A Person In Heaven While Living, Nature’s Flow, Mind and Stop Living In This Land, Go To The Everlasting World Of Happiness, Live There Forever which have been published in English. His other books, Heaven’s Formula For Saving The World, The Living Eternal World, The Book Of Wisdom, and The Enlightened World are in the process of being translated into English as well as Chinese, French, German, Italian, Japanese, Portuguese, Spanish and Swedish.

마흔 살 넘으면 나 이렇게 살 줄 알았다

백일성

요즘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면서 문득 차창에 비친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화장대 거울이나 화장실의 거울에 비친 모습과는 달리 많은 사람 속에 묻혀 있는 내 모습을 볼 때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영락없는 불혹의 아저씨 한 명이 초점 없이 멍하니 서 있습니다. 많은 사람 속에서 이리저리 내동댕이쳐지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 마흔 넘으면 골프 치고 다닐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난… 가끔 동네 사람들이랑 아직도 당구 치고 다닌다. 웃긴 건, 20년 전에 200 쳤는데 지금 120 놓고 물리고 다닌다.

나 마흔 넘으면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 맡아서 팀원들 이끌고 밤샘 회의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난… 아직도 아침에 출근해서 밑에 직원들 오기 전에 화장실 청소한다. 웃긴 건, 직원들이 변기가 막혀도 날 찾는 거야. 부장은 부장인데 화장실 관리 부장인가 봐.

나 마흔 넘으면 항공사 마일리지 엄청 쌓여 있을 줄 알았다. 사진첩에 몽마르트 언덕 노천카페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 한 장쯤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난… 태국에서 코끼리 엉덩이 만지며 어색한 미소 짓는 사진 한 장이 다다. 웃긴 건, 그 사진도 신혼여행 때 사진이야. 그때 태국이라도 안 갔으면 아직 외국 한 번 못 나가 본 거였다.


나 마흔 넘으면 드라마에 나오는 집처럼 집 안에 계단 있는 복층 집에서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난… 좁은 집에서 부모님, 우리 부부, 남매. 이렇게 여섯 식구가 박 터지게 살고 있다. 웃긴 건, 방은 세 갠데 남매들이 자꾸 커 간다는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형제나 자매를 낳을 걸 그랬어.

나 마흔 넘으면 부모님께 효도하며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80세 되신 아버지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다니고 밤에는 집 안의 재활용 분리수거 담당이다. 웃긴 건, 재활용 버리러 나가셨다가 아깝다며 주워 오는 물건이 더 많으셔.

그리고 어머니 아침, 점심, 저녁으로 화투패 뜨기를 하시는데 똥광이 한 장 없어서 서비스 패를 똥광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치셔. 웃긴 건, 어느 날 똥광이 있기에 찾으셨나 했는데, 여전히 서비스 패가 한 장 보여서 물었더니 이번엔 홍싸리 한 장이 없어졌대.

나 마흔 넘으면 우리 남매 남부럽지 않게 키울 줄 알았어. 그런데 TV 같은 데서 다른 사람들이 자식들 잘 입히고 잘 먹이고 잘 교육시키고 하는 장면 나오면 다른 데 틀어…. 웃긴 건, 애들도 공부의 왕도 같은 모범생들 나오면 다른 데 틀어.

나 마흔 넘으면 동갑내기 아내 호강시키며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아내 몇 년째 맞벌이하면서 살고 있어. 슬픈 건, 아내는 아직도 내가 결혼하기 전에 호강시켜 주겠다는 말을 현재 진행형으로 알고 지금도 살고 있다는 거야.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튕겨 나가듯 지하철에서 내려 아직도 쌓여 있는 눈을 밟으며 집에 들어왔습니다. 현관문을 여는데 아버지와 아내가 식탁에서 막걸리 한 병과 돼지고기 보쌈을 먹고 있습니다.

“다녀오셨습니까~~.” 비모범생 남매의 인사. “애비야 수고했다, 한잔해라.” 음식물 담당 아버지의 얼큰한 목소리. “자기야, 한잔하고 씻어.” 볼이 발그레 달아오른 아내의 더 얼큰한 목소리. “홍싸리 찾았다.” 타짜 어머니의 해맑은 목소리.
엉거주춤 식탁 앞에 서서 목구멍으로 시원하게 넘어가는 막걸리 한잔에 마흔의 또 어느 한 해를 시작합니다.

 

올해 마흔세 살의 백일성님은 동갑내기 아내와 중학생 남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이야기 방에 ‘나야나’라는 필명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고 있으며, 수필집 <나야나 가족 만만세>를 출간한 바 있습니다.

열린 고민 상담소

임신 8개월 차 예비 맘입니다. 맞벌이를 하고 있고요,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친정엄마는 언니 아기를 돌보고 계셔서 시어머니께 부탁하려고 하는데, 남편은 그 핑계로 시댁에 많은 돈을 드리자 하네요. 시아버지도 일을 하시는데 시댁 가계까지도 책임지고 싶은가 봐요. 저보고는 절대 직장을 그만두면 안 된다고 하면서. 시댁에 많은 돈을 드리면 제가 직장 다닐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남편이 설득되지 않습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저도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만, 저는 일단 고민녀님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직장에 다니는 이유가 과연 돈만 벌기 위해서인지, 자기 계발적인 부분도 있다면 얼마나 직장에 다니고 싶은지. 사실 애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은 정말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결국은 그만둘 고민을 하게 되어 있어요. 그럴 것 같으면 차라리 마음고생 하지 마시고, 아이를 조금 키운 후에 다시 직장에 다니겠다고 남편과 조율을 해보세요. 그리고 나를 위해 직장에 다니겠다면, 돈에 대한 마음을 접고 남편의 의견을 수용하는 거죠. 무엇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점 잊지 마시고, 어떻게 하는 게 본인에게 가장 행복한 것인지를 생각해보시고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 나지영 학원원장

아기를 가족에게 맡기려고 하는 건 믿을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얼마나 고마워요. 수고에 대한 답례를 하는 건데, 그 계산이라는 게 정확히 나오는 게 아니어서 갈등이 생기곤 하는 것 같아요. 나도 외손주, 친손주 다 키워봤는데, 내가 먹던 숟가락으로 외손주는 먹여도 친손주는 못 먹였어요. 그런 게 있더라고요. 그렇게 시어머니도 며느리가 어려운 법이에요. 아무리 잘 키운다고 해도 아기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원망하기 쉬운데, 그럴 때도 되새겨 봐요. 아기의 무엇에 가치를 두고, 그래서 누구에게 맡겼는가를. 엄마가 감사할 줄 알면 아기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크지 않을까요. ♣ 한일선 주부

저는 간곡하게 얘기해주고 싶은 게 부부가 서로에 대한 감사함을 따져봤으면 하는 거예요. 남편 입장에서는 아내가 직장을 다니며, 함께 경제를 책임지고 있으니까 고맙고. 아내 입장에서는 시부모님이 건강하셔서 돌봐주실 수 있는 조건이 되니까 감사하잖아요. 서로의 장점과 고마움, 서로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을 솔직하게 대화해보고 “내가 얼마나 힘들게 버는 돈인데 시부모님 다 주면 어떡해?” 하기보다는 “어머니께서 건강하셔서 남한테 안 맡겨서 너무 좋아. 내가 돈을 안 드리자는 건 아니고, 우리 형편도 있고 미래 아이를 위해서도 생각해야 되니까”라면서 지혜롭게 남편을 설득하면 좋겠어요. 돈의 액수보다는 감사한 마음을 남편과 시부모님께 더 많이 당당하게 표현하신다면 미안한 마음, 돈 때문에 주눅 드는 마음 없이 아이를 잘 맡기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이은혜 주부

얘기를 들어보니 참 딱하네요. 어렵게 돈 벌었는데, 다 시댁으로 간다고 생각하면 정말 짜증이 나겠지요. 저도 며느리도 있고, 어린 손녀딸도 있지만, 저는 어릴 때는 그냥 아이를 돌보면 좋겠네요. 그게 아이한테도 정서적으로 좋더라고요. 돈은 조금 덜 모은다고 생각하고요. 나도 하루도 안 놀고 열심히 살아봤는데, 그렇게 멀리 보고 준비한다고 해서 완벽하게 준비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괜히 애들만 외롭게 만든 거 같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언제라도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준비는 놓지 마세요.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정 안 되면 일단은 들어주세요. 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니까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실제로 살아가다 보면 남편의 마음도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 임해숙 요양보호사

제가 구닥다리인지도 모르는데, 저는 너무 돈은 생각지 말고 시댁에 아이를 맡기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며느리를 둔 시아버지지만 손자 손녀를 낳아주는 며느리가 내 딸보다 더 사랑스럽다는 게 대체로의 시아버지 마음일 거예요. 옛말에 누구든 자기 먹을 것은 갖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좋은 마음으로 하다 보면, 좋은 일들도 많이 생길 겁니다. 주는 게 있으면 어떻게든 돌아오게 돼 있답니다. ♣ 박도 작가

4년 차 주부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시부모님을 친정 부모처럼 모셔보리라 생각했고, 전화도 자주 하고 용돈도 자주 드리는 며느리였습니다. 그런데 점점 시어머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불편하게 다가왔어요. “오징어 데침을 한 번 더 썰어라.” “명절선물은 다른 걸 준비해라.” 별것 아닌 말씀에도 상처를 받기 시작하면서 이젠 전화도 하지 않는 무심한 며느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저에게 어머니는 “우리 며느리가 변했네” 하십니다. 그렇지만 저는 시골 가기 전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잔소리와 트집 잡히는 것이 두려워서요. 물론 필요한 대화는 하지요. 시부모님께 죄송하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하기엔 또 너무 불편합니다. 현명하게 시부모님과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소셜 벤처 ‘빅워크’ 기부의 일상화를 만들어가다

취재&사진 문진정

매일 아침 나의 걸음걸음이 누군가의 삶에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만 명의 작은 걸음을 의미 있는 큰 걸음으로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기부의 일상화를 꿈꾸는 소셜 벤처 ‘빅워크’다. 한완희, 이동희, 박관웅, 이재권, 신용우, 방혜인 씨가 함께하고 있는 빅워크는 2011년 한완희 대표와 이동희씨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 재능기부 디자인 동호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이들은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는 절단장애아동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걷기’를 스마트폰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수치화하여 100m당 1원을 기부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 걸을 때마다 쌓이는 기부금은 앱을 실행할 때 나오는 광고 업체에서 받은 비용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2012년 4월부터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으로 서비스를 시작, 현재 가입자 수는 3만여 명, 평일 하루 쌓이는 기부금은 3~4만 원 정도다. 지난 11월, 드디어 이들의 걸음이 모여 40만km에 달했고 덕분에 첫 번째 수혜자 김도영(11)군에게 400만 원 상당의 의족을 선물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는 단순히 걷기를 넘어 특화된 길을 안내하는 등 사람들에게 즐거운 걷기를 알려나가는 일도 계획 중이라고 하니, 전국 빅워커들의 착한 발걸음도 더욱 힘찰 것 같다.

걷기로 기부하는 빅워커 되기

① 스마트폰에서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설치한다. (아이폰용 앱은 곧 출시 예정!)

② 출근, 등교, 쇼핑 등 걸을 수 있을 때면 언제든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다. 100m당 1‘눈(기부금 1원에 해당하는 포인트 단위)’이 쌓이며 자동차나 자전거 등 시속 15km가 넘는 경우는 ‘눈’으로 쌓이지 않는다. 500눈 이상 모이면 수혜자의 손편지, 머그컵, 티셔츠 등 보답 상품도 제공된다. 건강도 챙기고 환경도 지키고 기부도 하고 선물도 받는 1석 4조 애플리케이션이다.

  빅워크 바로가기 http://www.bigwalk.co.kr/

빅워크 이동희씨

사용자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빅풋’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신비로운 미지의 설인(雪人), 빅풋의 걸음이 모이고 ‘눈’이 쌓이면 탄소발자국을 덮고 지구 온난화도 방지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빅워크 애플리케이션의 주 사용자층은 20-30대 젊은 여성분들인데요, 건강이나 다이어트 때문에 시작하셨다가 환경, 기부 등 좋은 취지에 공감하셔서 오래도록 애용해주고 계십니다. 의족을 만들어주신 업체도 무료로 A/S를 해주시는 등 수혜자 이외에도 함께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오히려 더 기뻐해주셔서 저희도 보람을 느낍니다.

언젠가는 걷기뿐 아니라 모든 일상이 기부로 연결되는 세상을 꿈꾸고 있어요. 먹고 자고 걷는 모든 일이 나도 모르게 좋은 마일리지로 적립이 된다면 얼마나 멋질까, 얼마나 가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걷기 대회 등을 열어서 사용자분들과 만나고, 보답 선물을 만들고,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하게, 더 걷기를 즐겁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빅워크 방혜인씨

첫 번째 수혜자는 김도영군입니다. 11살 도영이는 수학, 피아노 연주, 체육 시간을 아주 좋아하는데요, 장애 아동이라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밝은 개구쟁이에요. 한창 성장기라 1년에 한 번씩 의족을 바꿔줘야 하는데 150만 원 정도 하는 딱딱한 나무 의족은 활동에 제약이 많고 접촉 부위도 많이 아프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부드러운 의족으로 교체를 해주게 되었어요. 도영이는 이제 달리기 때 꼴등은 면할 수 있겠다고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어머님께서도 도영이가 받은 복이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한테 좋은 일로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도영군! 곧 사춘기도 오고 앞으로 여러 가지 겪어야 할 일이 많을 텐데요, 지금처럼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만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길 바랄게요. 보이지 않는 많은 분들의 응원이 있다는 거 알고 앞으로도 언제나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게! 파이팅~^^

할머니,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요~♡

 

사람이 사람에게 감탄을 하는 때는, 그 사람에게서 강한 생명력이 느껴질 때가 아닐까? 나의 이익이 아닌 남을 위해 묵묵히 할 일을 하는 사람의 얼굴에 패인 주름살, 겉모습은 보잘것없어도 세상을 밝게 보고, 그 사람을 생각만 해도 다시 열심히 살아봐야겠다는 마음이 다져지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의 할머니라서 나는 정말 복이 많은 것 같다.

우리 할머니는 정말 어렵게 자라셨다. 형제도 없는 외동딸이셨는데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열 살 즈음에 어머니마저 돌아가셔서 그야말로 혈혈단신으로 살아남으셔야 했다. 그래도 우리 할머니는 억척스럽게 공장에서 일도 성실히 하고 계를 하면 제일 먼저 입금을 하는 등 주위 사람들에게 신용을 많이 쌓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할머니는 옛날에도 무지하게 머리가 좋으셨던 것 같다. 초등학교도 채 마치지 못하셨는데도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에 있어서는 주변에서 다들 한마디씩 할 정도였다. 그 당시엔 시골에서 돈을 벌러 도시로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었고, 집이 모자라 전셋값이 계속 뛰고 있을 때였다. 할머니는 여기에 착안하셨다. 가진 게 없었지만 그동안 쌓아왔던 신용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집을 사고 세를 놓아서 다시 그 빚을 갚고, 계속 그런 방식으로 가난에서 벗어나셨다. 지금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은 직접 지으셨는데, 건축업자, 자재 공급업자들이 우리 할머니 일 시키는 걸 보고 “아이큐 200이여” 했을 정도라니까 할머니는 정말 웬만한 남자보다도 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준 덕분에 우리 엄마를 포함해서 4남매가 대학까지 다 공부할 수가 있었고 원만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 나는 우리 엄마와 아빠가 대학교 캠퍼스 커플로 만나지 않았으면 태어나지 못했으므로 할머니 덕분에 나도 태어났다고 할 수가 있다.(^^)

할머니 옆에 있으면 인생을 사는 지혜를 참 많이 배운다. 할머니 말로는 돈을 꽉 쥐고 안 내놓고 있으면 그 사람에게는 돈이 안 들어오고, 나가는 돈이든 들어오는 돈이든 만지는 돈이 많은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다고 하셨다. 한마디로 배포가 커야 돈을 벌 수 있다고 하신 것이다. 할머니와 같이 시골에 있는 날이면 더 실감나게 배울 수가 있다. 옆집 할머니든 손주든 손님이 오면 주려고 과자랑 아이스크림, 박카스 같은 자양강장제를 하도 많이 사놓으셔서 내가 우스갯소리로 “할머니는 슈퍼 차려도 되겠다”라고 한 적도 있다. 주는 것을 생활화하시는 할머니에게서 사람은 넉넉한 맛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런데 이렇게 여장부 스타일로 보이는 할머니도 집에서 나랑 단둘이 있을 땐 마냥 소녀 감성이 되신다. 할머니가 젊었을 때 들으셨던 음악 테이프를 틀어놓으시고 개밥을 끓이시거나, 텃밭에 심어놓은 꽃을 보시고 곱다 하신다. 드라마를 보시고 눈물 흘리실 때도 있다. 할머니가 많이 하시는 말은 “아유 불쌍해, 아유 딱하지”다. 외롭고 어려운 시기를 맞는 캔디 같은 드라마 주인공을 보고 혼자여서 더 외롭고 힘들었던 젊으실 때가 떠올라 연민을 느끼시는 거겠지.

예전에 할머니께 추석 보름달을 보면서 무슨 소원 빌었냐고 여쭤봤던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셨다. “아유, 우리 동영이랑 식구들 건강하기만 하면 돼유, 이 할미는 한 번도 돈 많이 벌게 해달라 빈 적 없슈, 부처님에게 매일 우리 식구들 건강하게만 해달라고 빌어유.”

고생을 그렇게 하셨는데도 또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그 마음에 자꾸 눈물이 난다. 할머니는 내 목소리만 들으면 하나도 안 아프시다고 해서 종종 전화를 드리는데, “우리 공주 마마, 하늘만큼 땅만큼 세~계만큼 사랑해요” 하시면, 할머니는 모르셨으면 좋겠지만 또 목이 멘다. “할머니 저도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만큼 사랑해요.”

신동영 24세. 약사.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김영례님께 ‘사랑하는 할머니께, 할머니의 팬 손녀딸 동영이가 보냅니다’라는

문구를 담아 꽃바구니를 보내드렸습니다.

나에게 감동을 준 사람, 특별한 사람, 너무나 고마운 사람이 있으신가요?

그 사연을 소개해주세요. (edit@maum.org) 독자님의 마음을 대신 전해드립니다.

협찬 예삐꽃방 www.yeppi.com

나가사키 짬뽕탕

불 맛으로 볶은 채소와 돼지고기 육수가 어우러진 시원한 짬뽕탕입니다. 푸짐하게 끓여서 식사는 물론 술안주로도 대신할 수 있어 연말연시 손님들과 함께할 음식으로 그만이에요.

재료(2인분) 돼지고기 뒷다리살 100g(한 줌 정도), 라면 사리 1개, 오징어 1마리,

칵테일 새우 8마리, 홍합 16개, 양배추 잎 2장, 양파 1/4개, 당근 1/4개, 대파 1/2대, 다시마 1장, 물 4컵, 조선간장 2큰술, 후춧가루 약간, 소금 약간

① 오징어는 내장을 제거한 후 파칼로 칼집을 내어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새우와 홍합은 깨끗이 손질해 준비한다. 돼지고기도 5cm 길이로 썰어둔다. ② 양배추와 양파는 도톰하게 채 썰고, 당근은 납작하게 썬다. 대파 뿌리 부분은 육수용으로 굵게 썰고 나머지는 어슷하게 썰어 준비한다.   ③ 냄비에 양배추와 양파, 당근을 넣고, 노릇하게 볶아지면 분량의 다시마와 돼지고기, 대파, 물 4컵을 넣고 푹 끓여준다.   ④ 채소가 부드럽게 익으면 해물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⑤ 반 정도 익으면 라면과 파 녹색 부분을 넣고 조선간장,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Single’s Tip

돼지고기 육수 대신 불고깃감으로 손질된 뒷다리살로 빠른 시간에 맛을 낼 수 있어요. 라면 사리 대신 생라면을 넣으면 더 좋아요.

문인영 / 자료 제공 <메뉴 고민 없는 매일 저녁밥>(지식채널)

문인영님은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현재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다양한 잡지와 방송매체를 통해서 메뉴 개발과 스타일링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싱글만찬> <다이어트 야식> <메뉴 고민 없는 매일 저녁밥>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가디언즈Guardians>

김대형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왜 그리 무서운 것들이 많았는지 모른다. 잠자리에 들어 불만 끄면 움직이는 그림자에 놀라고, 무서운 꿈에 가위눌려 끙끙 앓다가 일어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엄마 품을 파고들기도 했지만 커가면서는 쫓겨나기 일쑤다. 누군가 옆에 있으면 든든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결국은 곰 인형 하나 끼고 잠이 든다. 이렇게 어른이 되면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졌던 일들이 어린 마음에는 모두 두려움이요, 불안함이었다.

<가디언즈>에는 동화와 전설 속에 존재하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착한 일을 한 아이들에게만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준다는 ‘산타클로스’, 부활절 계란을 숨겨 놓고 찾게 하는 ‘부활절 토끼’, 즐거운 꿈속으로 안내하는 ‘샌드맨’ 그리고 가장 익숙한 ‘이빨 요정’ 등 우리의 동심 속에 살아 숨 쉬는 존재들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두려움의 실체로 ‘나이트 매어’ 악몽의 신인 ‘피치’를 등장시키는데, 아이들의 마음속에 두려움을 심어 놓고 자신의 존재감을 돋보이려고 한다.

이렇게 영화가 보여주는 선악의 구도는 명료하고 단순하지만 결코 유치하고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새로운 가디언인 동(冬)장군 ‘잭 프로스트’의 등장이다.

아이들의 동심이 ‘피치’에 의해 위협받게 되자 가디언즈를 믿는 아이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가디언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마는 위험한 상황에서 등장한 ‘잭’은 자신의 잃어버린 정체성과 과거를 찾아가며 이들 ‘가디언’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의 동심에서 나오는 ‘믿음’이다. 사실 악몽의 존재인 ‘피치’도, 아이들에게 악몽을 꾸게 하고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의 표현이고 관심받고 싶어 하는 외로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두려움으로써 인정받으려고 하는 피치보다, 자기 일로 바쁜 다른 가디언들보다도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동네 형 같은 ‘잭’이야말로 어쩌면 진정 아이들에게 필요한 존재인지 모른다. 그렇기에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아이들을 위해 ‘피치’와 그렇게 사생결단을 하며 그들을 지키는 든든한 수호천사로 거듭난 게 아닐까.

영화 <가디언즈>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나 어른들에게도 잊고 있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어른이 된 지금 느끼는 것은 그때의 동심 속에 있던 수호천사들을 왜 잊고 살았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존재들이 가짜라고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그들을 잊고 부정하는 순간 우리의 머리에서 지워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사실 <가디언즈>는 지금 우리 어른들에게 더 필요해 보인다. 지금도 온갖 삶의 두려움들이 하루하루 우리를 엄습하지 않는가.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안 잊었다 말하고 싶다, 지켜달라 하고 싶다. 정의에 보상이 있고 맛난 꿀잠 속에서 근심 걱정 없이 살아 보고 싶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아이들과 좋은 영화 한 편 보고자 한다면 <가디언즈>를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함께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믿어주는 이야기 한마디쯤 나누어 본다면 그간 무관심했던 자신이, 외로웠던 마음이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엄마하고 나하고’

사진 & 글 후쿠다 유키히로(Fukuda Yukihiro) 번역 오쿠토미 코우지

‘엄마하고 나하고’는 25년에 걸쳐 촬영한 것 중에서 동물 모자(母子)의 사진들을 모은 것이다. 약육강식(弱肉强食)으로 알려진 야생동물의 세계에도 나름 행복한 순간은 있다. 서로에게 다가가고 맛있는 것을 먹고 또래들과 재밌게 놀고 새근새근 잠을 자고…. 그런 모습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동물 사진을 찍는 이유다.

동물에게 다가가는 건 마치 놀이 같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지만 동물들은 어느새 도망가 버린다. 하지만 나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긴다. 비록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올 수 있었구나, 하는 식으로….

▲ 치타_ 케냐 마사이마라 야생동물 보호구역

네발 달린 짐승 가운데 지구 상에서 가장 빠른 치타. 하지만 언제나 사냥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아직 사냥이 뭔지 모르는 아이들이 흥분해서 다가가는 바람에 사냥감이 도망가 버렸다. 그래도 엄마는 묵묵히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사자_ 케냐 마사이마라 야생동물 보호구역

한낮의 더위가 한풀 꺾인 저녁 무렵, 내내 낮잠을 자고 있던 어미 사자가 사냥을 시작했다. 어미 사자는 꼬리를 흔들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그 뒤로 아기 사자가 엄마 꼬리 잡기 장난을 치며 달려든다. 이런 놀이는 새끼 사자에게는 사냥 연습이 된다.

▼원숭이_ 일본 나가노현 지고쿠다니

봄에 태어난 아기 원숭이는 여름에 접어들면 아이들끼리 놀게 된다. 원숭이를 지켜보노라면 아기가 떨어져 놀고 있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엄마와 자기 옆에서 떼어놓으려 하지 않는 엄마 두 부류가 있다. 어미 원숭이들에게도 방임형과 과보호형이 있는 모양이다.

동물 사진 촬영에서 제일 중요한 건 시간을 들이는 일이다. 동물을 이해하기 위해서 계절이나 시간대를 바꿔가며 몇 번이고 발걸음을 옮기는 게 중요하다. 지금도 일본 나가노현 지고쿠다니의 일본원숭이는 15년, 미국 플로리다의 마나티(manatee)는 10년 이상 계속해서 촬영하고 있다.

동물들을 촬영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나가노현 지고쿠다니에서 일본원숭이와의 만남이었다. 커다란 나무에 기대서 원숭이를 촬영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등을 두드려 뒤돌아보니 커다란 원숭이 한 마리가 잠이 덜 깼는지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게 아닌가. 그 장소를 살짝 비켜나자, 원숭이는 내가 기댔던 나무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야생동물이 이런 행동도 하나?’ 싶어 매우 기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보는 사람마저 행복하게 해주는 ‘동물들의 행복한 순간’을 찍고 싶다. 그 순간을 담기 위해 나의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후쿠다 유키히로님은 1965년생으로 일본대학(日本大學) 수의학부를 졸업했으며, 두루미에 반해서 홋카이도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동물 사진가로서의 길을 걷습니다.

현재 주요 테마로 5년 넘게 일본장수도롱뇽을 촬영하고 있으며, 저서로 <아기 원숭이의 1년> <북여우의 아기> <마나티는 다정한 친구> 등이 있습니다.

둥근 해가 떴습니다


음악 전담 시간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음악실로 가고, 나는 교실에서 일기장 검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밖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가 보니 1학년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계단 난간을 잡고 엉엉 울고 있었다. 무슨 사연이 있어 3층까지 올라와 통곡을 할까. 아이한테 다가가서 왜 우느냐 물었다.

“우리 선생님이… 엉엉… 막… 화내고… 엉엉… 나가라고 했어요.”

친구와 장난치다가 부딪쳤는데, 선생님이 자기만 야단치더라는 것이다. 나는 아이를 데리고 와서 교탁 옆에 앉히고, 그 반에 전화를 했다. 아무도 받지 않았다. 너희 담임 선생님과 반 친구들이 너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있을 터이니 함께 교실로 가보자고 했다. 아이는 앙앙 울며 도리질을 했다. 고집이 불통이었다.

할 수 없이 혼자 1학년 3반 교실로 내려갔다. 담임 선생님은 벌써 학교 한 바퀴를 돌고 와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사연인즉, 개구쟁이는 애먼 친구한테 주먹질을 했고 때마침 선생님한테 걸려 혼쭐이 나자, 떼를 쓰고 달아났다는 것이다. 선생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었다. 나는 이번 시간 마칠 때까지 작은 악당을 데리고 있겠다고 했다.

외로우면 사람이 그리운 법. 나는 좀 까칠하게 대했다. 아이가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시선을 주지 않고 턱으로 화장실 쪽을 알려주었다. 뽀르르 화장실을 다녀온 녀석이 마치 자기 교실 제 자리인 것처럼 의자에 앉아 욜랑거렸다. 그러다가 책꽂이에서 5학년 읽기 교과서를 꺼내 읽었다. 또록또록 잘 읽어 내심 놀랐지만, 나는 바쁜 척 일기장만 내려다보았다. 아이의 글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번에는 마시라고 준 우유를 제 머리 위에 올렸다 내렸다 하며 내 반응을 유발하려 하였다. 그래도 나는 꾹 참고 이따금 곁눈질만 하였다. 한참 뒤, 마침내 일기장 검사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꼬마가 말을 붙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어디 갔어요?” “음악실에 노래 부르러 갔다.” “아, 노래!” 꼬마가 갑자기 생각난 듯 동요를 불렀다.

‘♩둥근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 나는 뜻밖의 재롱에 깜짝 놀랐다. 고개를 돌려 자세히 보니 개구쟁이 얼굴에 눈물 자국이 말라붙어 있었다. 그걸 보니 괜히 찡했다. 그래서 ‘♩학교에 갑니다. 씩씩하게 갑니다♩♬~’ 라는 마지막 구절이 끝나자 나는 아이 옆으로 가서 살짝 안아주었다. 그즈음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고 우리 반 짱구들이 우르르 교실로 들어왔다.

“선생님 얘 누구예요?” “내 아들!” 꼬마 손님의 정체를 두고 언니 오빠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그런데 우리 교실 문 앞에 낯선 꼬마들이 나타났다. 1학년 3반 아이들이었다. 수많은 남녀 개구쟁이들은 우리 교실 문밖에 선 채, 내 곁에 있는 친구를 향해 손짓을 하였다. “닭고기야, 빨리 가자. 선생님이 얼른 오시래.”

아이는 맹꽁이처럼 튀어 올라 친구들 속으로 사라졌다. 별명마저 생소한 ‘닭고기’라고 불리는 그 아이는 그렇게 불현듯 내 앞에 나타나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둥근 해가 떴습니다’는 빙빙 귓전에 맴돌았다.
최형식 & 일러스트 유기훈

100호 특집

“그동안 보신 기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월간<마음수련> 애독자에게 나이, 성별, 직업 상관없이 무작위로 여쭤보고 그중 베스트 10개를 뽑아봤습니다. 편집자라서일까요, 막상 소개하려니 저희 자랑 같아 민망하기도 하고, 안타깝게 순위에서 떨어진 꼭지들이 눈앞에 아른거리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 내어 답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09년 2월호
마음으로 만난 사람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 주는, 옛집국수 배혜자 할머니’
이른 새벽, 서울 용산구 어두운 식당 골목의 불을 제일 먼저 밝히는 ‘옛집국수’ 배혜자(72) 할머니 이야기. 할머니가 남편을 여의고 자식들과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국수 가게. 그 후 30여 년 지극하게 온 정성을 다해 국수를 만들고, 누구에게나 넉넉히 퍼주며 귀하게 대접해주셨다. 돈이 없어 국수를 먹고 도망치는 이에게 “저놈 잡아라~”가 아닌 “뛰지 말어, 다쳐~”라고 했던 일화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유명’해졌지만 그전에도, 그 후에도 할머니는 늘 그 마음이었다. 우리도 늘 그런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이순덕 독자님 3년 이상 마음수련을 보았는데 국숫집 할머니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큰아들이 죽고 나서 큰 슬픔에 잠겨 있을 때 다시 국숫집을 열 수 있도록 용기를 준 사람들이 바로 오랜 단골이었다는 얘기에 가슴 뭉클했던 기억….

2009년 2월호
마음으로 만난 사람

‘지구에 태어나줘서 고마운 하프물범 이야기’
보도 사진가로서 겪는 슬픔과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마침 지인이 보내준 아기 물범 사진이 담긴 엽서 한 장 때문에 동물 사진가의 길로 들어섰다는 오하라 레이(Ohara Rei). 영하 20도의 추위마저 잊어버릴 정도로 촬영에 몰입하는 그는 23년째 매년 2월이면 세인트로렌스만의 유빙을 찾으며 지구와 환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석기 독자님 사진들이 너무 좋다. 자연의 사진들을 보면서 공존하는 아름다운 지구를 꿈꾸게 된다.

문일수 독자님 자연환경 사진, 예쁜 사진들을 너무 좋아한다. 특히 하프물범은 진짜 예뻐서 마음에 다가왔다.

2009년 8월호
테마기획

‘죽음, 지금은 죽음 앞에 다가가 삶을 배워야 할 때’
우리는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자신에게는 죽음이 닥쳐오지 않을 것처럼,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또 사람이다. 지금 우리가 한 말과 행동이 어쩌면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 또한 죽음이 갖고 있다. 지금은 막연히 죽음을 외면할 때가 아니라, 죽음 앞에 다가가 삶을 배워야 할 때이다. 테마기획 ‘죽음’ 편은 월간<마음수련>만이 할 수 있는 기획이었다며 독자들로부터 큰 칭찬을 받았다.

성금미 독자님 테마기획 죽음 편을 읽으며 부모님이 생각났었다. 나는 또 얼마만큼 부모님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했다. 죽음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삶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는 거 같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평등한 관문, 죽음. 그것은 삶이 유한함을 깨닫게 하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게 살게 한다.

배점옥 독자님 다른 데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기획이었다. 특히 박정희 여사가 아버님 임종에 대해 적은 임종기는 보물 같은 자료였다고 생각한다.

2008년 2월호
테마기획

‘작심삼일, 새 습관으로 밀어내기’
새해엔 누구나 한 번쯤 갖게 되는 소망, 습관 바꾸기. 하지만 이젠 작심삼일이 아예 습관이 되어버린 우리. 습관은 몸에 배어 있는 마음이기에 진정 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마음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제로 기획,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었다.

조아람 독자님 항상 작심삼일만 했다. 그런데 이 기사를 보고 나도 많이 실천을 해보았다. 그 책을 옆에 두고 계속 읽었다. 작심삼일 때마다 꺼내보고 하면서 도움이 많이 됐다.

2012년 11월호
에세이 앤 갤러리

‘뒷모습’
누군가의 뒷모습에 감동받은 적 있는가? 표정은 꾸밀 수 있지만 뒷모습은 꾸미지 못하기에, 뒷모습이야말로 가장 정직하다 말한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뒷모습, 잊지 못할 뒷모습을 주제로 우리의 따듯했던 순간을 다시 떠올리게 해준 에세이.

한일선 독자님 얼마 전에 산에 갔다가 내려오는데, 저 앞에서 터덜터덜 힘을 빼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좋다는 생각을 했었다. 늘 살면서 ‘뒷모습’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렇게 에세이 주제로 다뤄주니까 재밌게 읽었다.

최병숙 독자님 에세이를 좋아한다. 힘들 때 불행한 걸 극복한 사연 보면서 위안을 삼게 되고, 좋았던 일 보면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아진다. 어차피 인생은 더불어 사는 것.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공유하게 해줘서 좋은 것 같다.

2012년 8월호, 9월호
행복 토크

‘몸에 대한 예의’ 1, 2편
건강은 습관이고 생활 방식을 나타내주는 결과이다. 몸의 노화에는 유전이나 체질이 아닌 생활 방식이 70~80% 영향력을 끼친다는 사실을 근거, 바빠서, 귀찮아서, 혹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움직이는 걸 게을리하는 것에 대해 짚어봤다. 항상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몸에 대한 예의임을 2회에 걸쳐 실었다.

한서은 독자님 평소 몸에 신경 쓴다 어쩐다 해도, 실질적으로 정작 중요하게 신경 써야 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되었다. 내용이 좋아서 블로그에 포스팅도 했는데, 지인들에게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2011년 10월호
~2012년 3월호

한의사가 된 손자가 직접 만들어보는 ‘외할머니 레시피’
젊은 한의사가 할머니에게 배워 직접 요리를 해보는 꼭지로, 한의사답게 건강에 대한 정보도 함께 주어 일석이조라는 평을 들었다.

윤지윤 독자님 요리 코너 좋아하는데, 특히 외할머니 레시피가 너무 좋았다. 한의사가 된 손자가 직접 만들어보며, 요리에 대한 정보도 주고 건강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 것이 너무 좋았는데, 금방 끝나서 아쉬웠다. 다시 연재해줄 생각은 없으신지.^^

2006년 4월호
생활의 재발견

‘유용 미생물(EM)에 대하여’
먹고 뿌리고 치료하고. 천의 얼굴을 가진 생활 해결사 ‘유용 미생물’에 대한 소개로 독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가정의 생활필수품으로, 친환경적인 산업 제품으로 끝도 없이 연구 개발되고 있는 EM 기사는 지금도 화제가 되고 있을 정도다.

권순애 독자님 마음수련에 나오는 생활 정보는 항상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EM 기사를 보고는 직접 사서 만들어 썼다. 샴푸랑 반반씩 섞어 쓰고, 하수구에 넣고. 잡지의 정보 코너라는 게 가볍기도 하고, 잘못된 것도 많은데 마음수련 정보는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다. 죽염, 설탕에 대한 정보도 큰 도움이 되었다.

 

2010년 2월호
알아두면 편리한 작은 정보

불가사의한 또 하나의 선물 ‘죽염’
우리 조상은 아침저녁 소금으로 양치를 하고, 소금 녹인 침을 눈에 넣고, 평소에도 짜게 먹었다. 덕분에 건강한 치아와 눈을 가졌고, 몸에 염증이 생겨도 덧나지 않고 균이 번식할 수 없었다 한다. 특히 천일염을 왕대나무 속에 다져 넣고 1천5백도 이상 고열 처리하여 아홉 번을 구워낸 죽염은 거의 모든 질병에 효과가 있을 정도로 그 약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소금, 약인가 독인가. 죽염의 탄생과 효과 등을 꼼꼼히 짚어내 독자들로부터 큰 도움이 되었다는 호응을 받았던 기획.

이근준 독자님 소금에 대한 관념을 깨준 기획이었다. 전에는 단순히 짜게 먹으면 안 좋다고 생각했는데, 기사를 보며 나트륨, 정제염이 나쁜 것일 뿐 소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고 음식 먹는 것에서도 자유로워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죽염을 먹고 있고 주변에도 많이 알려주었다.

2010년 1월호
마음기획

‘언제 어디서도 변치 않는 믿음, 자신감’
사람들은 자신감을 ‘내가 뭔가 잘할 수 있다는 믿음’쯤으로 여기고 무슨 능력이 있을 때 생기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감은 특정한 능력이나 외형적인 화려한 성취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진정한 자신감이란 자신의 본성에 대한 믿음이며 상대 또한 그러한 본성의 존재임을 믿고 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열등감과 자신감은 무관하지 않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때 생기는 근본적인 열등감이 있는 한, 자신감을 가질 수는 없다. 모든 사람들이 참된 자아를 찾고 진정한 자신감을 갖게 되기를 바라며 기획되었던 마음 이야기.

이수현 독자님 마음수련에 대한 이야기를 즐겨본다. 마음을 비워서 변화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와 닿는다. 나는 욕심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글을 읽을 때마다 욕심이 너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비워야겠구나 생각이 든다. 돌아보니 자신감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자신감 있는 사람은 따로 있는 줄 알았던 것 같다. 진정한 자신감이란 무엇인가를 되돌아봤던 기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