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가디언즈Guardians>

김대형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왜 그리 무서운 것들이 많았는지 모른다. 잠자리에 들어 불만 끄면 움직이는 그림자에 놀라고, 무서운 꿈에 가위눌려 끙끙 앓다가 일어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엄마 품을 파고들기도 했지만 커가면서는 쫓겨나기 일쑤다. 누군가 옆에 있으면 든든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결국은 곰 인형 하나 끼고 잠이 든다. 이렇게 어른이 되면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졌던 일들이 어린 마음에는 모두 두려움이요, 불안함이었다.

<가디언즈>에는 동화와 전설 속에 존재하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착한 일을 한 아이들에게만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준다는 ‘산타클로스’, 부활절 계란을 숨겨 놓고 찾게 하는 ‘부활절 토끼’, 즐거운 꿈속으로 안내하는 ‘샌드맨’ 그리고 가장 익숙한 ‘이빨 요정’ 등 우리의 동심 속에 살아 숨 쉬는 존재들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두려움의 실체로 ‘나이트 매어’ 악몽의 신인 ‘피치’를 등장시키는데, 아이들의 마음속에 두려움을 심어 놓고 자신의 존재감을 돋보이려고 한다.

이렇게 영화가 보여주는 선악의 구도는 명료하고 단순하지만 결코 유치하고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새로운 가디언인 동(冬)장군 ‘잭 프로스트’의 등장이다.

아이들의 동심이 ‘피치’에 의해 위협받게 되자 가디언즈를 믿는 아이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가디언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마는 위험한 상황에서 등장한 ‘잭’은 자신의 잃어버린 정체성과 과거를 찾아가며 이들 ‘가디언’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의 동심에서 나오는 ‘믿음’이다. 사실 악몽의 존재인 ‘피치’도, 아이들에게 악몽을 꾸게 하고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의 표현이고 관심받고 싶어 하는 외로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두려움으로써 인정받으려고 하는 피치보다, 자기 일로 바쁜 다른 가디언들보다도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동네 형 같은 ‘잭’이야말로 어쩌면 진정 아이들에게 필요한 존재인지 모른다. 그렇기에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아이들을 위해 ‘피치’와 그렇게 사생결단을 하며 그들을 지키는 든든한 수호천사로 거듭난 게 아닐까.

영화 <가디언즈>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나 어른들에게도 잊고 있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어른이 된 지금 느끼는 것은 그때의 동심 속에 있던 수호천사들을 왜 잊고 살았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존재들이 가짜라고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그들을 잊고 부정하는 순간 우리의 머리에서 지워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사실 <가디언즈>는 지금 우리 어른들에게 더 필요해 보인다. 지금도 온갖 삶의 두려움들이 하루하루 우리를 엄습하지 않는가.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안 잊었다 말하고 싶다, 지켜달라 하고 싶다. 정의에 보상이 있고 맛난 꿀잠 속에서 근심 걱정 없이 살아 보고 싶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아이들과 좋은 영화 한 편 보고자 한다면 <가디언즈>를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함께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믿어주는 이야기 한마디쯤 나누어 본다면 그간 무관심했던 자신이, 외로웠던 마음이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