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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했던 나, 대인 관계의 고수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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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 읽기와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소심하고 평범한 아이였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잘 받는 예민한 성격이라 대인 관계가 아주 힘들었다. 그래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문제는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였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니 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빠졌다.

왕혜진. 이화여대 한국화과 4학년

고등학교 때와는 모든 게 달랐다. 수업이 끝나면 따로따로 흩어지던 학부 친구들, 적성에 맞지 않던 학과와 전과(轉科)를 반대하시던 부모님, 사람들과 좀 더 친해지고 싶어서 찾아간 동아리도 생각이 나와는 너무 달라 힘들었다. 대학에 입학하면 자유롭게 내 꿈을 펼칠 수 있을 줄만 알았는데, 외롭고, 힘들었고, 별세계에 내던져진 것만 같았다. 점점 지쳐갔다. 학교상담센터를 방문해도, 잠깐의 위로였을 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릴 때부터 가족들과 사이가 안 좋았는데 대학에 들어간 뒤 점점 더 심해졌다. 심하게 다투면 방에 틀어박혀 울거나 집을 뛰쳐나가거나 했다. 그럴 때 전화할 만한 친구도 없었다. 무리 사이에 껴 있으면 항상 겉돌았다. 몸도 늘 무기력하고 피곤했고, 그러다 보니 게으름이 습관이 되었다. 팔, 허리, 어깨 아픈 곳도 많았다.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어보려고 해도 그때뿐이었다. 나는 심리적인 압박이 너무 커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매일매일 자해하는 망상을 했다. 산다는 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별일도 없는데 눈물을 줄줄 흘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때 나는 내 마음이 고장 난 걸 모르고 있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특이한 공개강좌가 열렸다. 마음수련 명상이라는 거였는데, 느낌도 좋았고, 명상에도 관심이 있어서 가게 되었다. 그때 나는, 나를 구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런데 거기 사람들은 정말, 가식이 없는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걸 보니 ‘아, 나도 이걸 하면 행복해질 수 있겠다’ 싶어 대학생 캠프를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잘 이해도 되지 않았고, 정말로 버려지는지 의문도 들었다. 그러나 마음을 버려 가면서, 며칠 지나지 않아 명상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일주일이 지난 뒤, 몸과 마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난생처음, 행복이라는 것도 느꼈다. 예전의 행복이란 건 내가 원하는 게 이뤄지거나 다른 사람보다 나은 조건에서 산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거나 머리로 행복하다 생각한 것이었다. 그런데 마음이 비워지니 그런 것 없이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후 마음수련 명상은 내 삶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우선 스트레스가 제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거의 없다. 평소에도 긴장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 타입이라서, 전엔 무언가를 하게 되면 불안에 떨고 이것저것 고민도 많이 하고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무척 많았다. 그런데 이젠 새로운 일을 준비해도 불안함이 없다. 마음 없이 그냥 하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명상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학교에서 하는 전시회도 열등감과 완벽주의, 불안함과 걱정, 자책감과 도망치고 싶은 기분 같은 갖가지 생각에 시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게 없으니 너무 즐겁고 좋다.
친구들에게도 집착하거나 내 생각이 옳다고 강요하는 경우도 많았다. 친구들이 고민을 이야기하면 그냥 이겨내면 되지 뭘 말하냐는 투로 성의가 없었다. 또 나는 속이 매우 좁은 나머지 친구들을 꼭 한 번씩은 미워했다. 맘에 안 드는 점이 있으면 혼자 미워했다. 상대방이 뭐라 하면, 겉으론 수용하는 척하면서 속으론 ‘너는 틀렸고 내가 옳아’ 시비했다. 상대가 내 말을 안 따라주면, 아무리 나한테 잘해줬어도 미워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 마음들을 버린 지금은 정말 친구들이 모두 다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놀랍다.
이제는 친구들과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해도 집착이 없으니 관계가 끊길까봐 불안하지 않고, 오랜만에 만나면 있는 그대로 편하게 대할 수 있다. 대화할 때도 저절로 상대에게 맞추게 된다. 또 새로이 누군가와 친해질 때면 전에는 완벽하게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부담을 느끼곤 했지만 이제는 자유롭다. 얼마 전에 직업적성검사를 했는데 집중력 최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전엔 그림 그릴 때도 30분에 한 번씩 화장실 가거나 일어나서 돌아다닐 정도로 산만했다. 그런데 이제는 집중하면 몇 시간이 훌쩍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가 되었다. 몸도 건강해지고 무기력증도 없어졌다.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즐겁다.

 

2010. 7. July 월간마음수련

불안 제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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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외국어를 구사하고 전문 지식으로 세계 최고의 다국적 기업에서 CEO로서 가장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벌어들인 돈으로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것이다.’ 이는 나에게는 선택이 아닌 일종의 사명이었다. 일등을 향한 의지가 강했던 나는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목표를 향해 영어와 전공 공부에 임했고, 토익 고득점 획득, 편입 합격, 교환 학생 파견 등 소위 말하는 ‘취업 스펙’을 갖추었다. 나는 스스로 진취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도 나는 늘 불안하고 초조했다.

이진석. 중앙대 경영학과 4학년

바둥거리며 열심히 사는 현실의 삶에도 불구하고 이상은 충족되지 못했다. 현실과 이상의 격차 속에서 불안, 초조, 집착의 마음은 계속해서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그 심리적 고통이 극에 달해 수업을 한 시간만 들어도 신경이 예민해져서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강의 내용을 하나도 놓치지 말고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다른 학생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 발표할 때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마음 등으로 몸도 늘 긴장 상태였고 경직되었다. 수업 후에는 그런 마음으로 에너지가 다 소진되어 무기력해져 버리곤 했다. 달성하려던 목표는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었다.
이러한 집착의 마음을 바꾸겠노라 마음을 먹어 보았지만,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결과는 더 큰 고통으로 되돌아올 뿐이었다. 이 마음으로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었고, 결국 나는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교내의 학생상담센터에서 6개월간의 상담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는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머리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았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마음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결책을 제시해주신 분은 의외로 아버지셨다. 책을 통해 마음수련 명상을 알게 되었다며, 권해주신 것이다. 나는 해야 할 수많은 과제들을 뒤로하고 명상을 하러 갔다.
마음수련 명상은 누가 봐도 납득이 가는 방법인지라 해보고 싶은 의지가 생겼다. 나를 옥죄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아 “정말 마음을 버리면 버려지냐”고 몇 차례 물어보기도 했다. 명상을 하면 할수록 마음이 버려진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물론 마음을 버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꼼꼼하고 완벽주의적인 성격이어서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버리는 데에만 남보다 여러 날이 걸렸다. 또 명상 후 달라진 나의 모습을 상상하고 내가 제대로 하고 있나 끊임없이 의심한 탓에 명상이 굉장히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여러 번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명상을 시작한 후 2주일이 채 되기 전에, 어린 시절 상대에게 억눌려오고 또 그 상대에게 나중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앙갚음을 해주겠노라 다짐했던 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남을 돕기 위해서 성공하려 한다고 합리화시켰던 그 속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결국은 내가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고, 세상에 인정받고 싶어서 그토록 성공에 집착했던 것이었다. ‘항상 남을 위해 산다고 생각해 왔던 내가 이렇게 이기적이었구나.’ 내가 가졌던 완벽주의 또한 나 자신을 치장하기 위한 교묘한 도구임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나를 힘들게 했던 불안, 초조, 집착의 근본 원인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나는 항상 나만의 잣대로 내가 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닌, 내가 바라는 목표를 내세워 그것을 고집해 왔다. 그렇게 효율성에 매여 살고 사소한 결과에도 연연하다 보니, 좁은 마음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현재 조건에서 그냥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나를 움직여온 수많은 무의식의 마음들이 버려지면서 차츰 혈색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떤 일이든 몸을 먼저 움직여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요즘은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서 아쉽다. 그만큼 어떤 일이든 잡념과 걱정 없이 하니 재미가 있다. 싫어하던 전공 공부를 수월하게 집중할 수 있게 된 것도 보너스처럼 얻은 수확이다.
수업 시간에도 내가 이해하는 것에 만족하고 넘어가니 훨씬 마음이 편하고 오히려 효율성도 높아졌다. 발표를 할 때도 긴장이 덜 되고 주변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줄도 아는 나의 새로운 모습이 경이로울 정도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했던 내 모습이 수련을 한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게 느껴진다. 현재 내가 쓰고 있는 이 마음이, 현재 내가 취하고 있는 이 행동이 바로 나다. 내가 생각하고 바라는 미래의 어떤 모습도 내가 아니기에, 더 이상 그 허상에 속아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며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2010. 7. July 월간마음수련

사람이 진리를 모르고 못 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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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세상에 살지 못하고
세상을 복사한 자기의 마음의 세계에 살고 있기에
진리인 세상의 것은 하나도 모른다
성경이나 불경은 참인 세상에서 이야기한 것인데
자기의 마음속에서 그것을 보니
그 마음의 가짐에 따라 해석이 달라져
수많은 종파가 생겨진 것이라
그렇듯이 사람이 세상과 겹쳐진
마음의 세상에 살고 있어
세상에 살지만 자기 마음속에 살고 있어
진리인 세상을 모르는 것이다
또 세상과 하나가 되어야 세상을 알고
세상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진리인 세상을 못 보는 이유는
사람의 마음속에 진리인 세상이 없어서이다
참인 진리로 거듭난 자만이
진리를 알 수가 있고 진리를 볼 수가 있다
진리란 세상이고
인간이 세상이 되어 세상에 다시 나면
세상의 이치를 다 알 수가 있고
진리라 죽음이 없을 것이다

詩_ 우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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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명 선생은 마음수련의 창시자이며, 저술가이자 시인이다. 깨달음과 진리에 관한 3권의 시집을 포함, 모두 열 권의 책을 펴냈으며, 마음과 우주의 이치, 사람들이 마음을 닦아 참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담고 있다. <진짜가 되는 곳이 진짜다>로 미국의 철학자 에릭 호퍼를 기념하는 에릭 호퍼 어워드에서 몽테뉴 메달을 수상했으며 철학, 영성, 명상 분야에서 다수의 도서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스웨덴어 및 일본어를 포함한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으며, 전 세계를 다니며 강의와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2010. 7. July 월간마음수련

가짜 허 진짜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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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한 사람도 진짜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이 없다. 무한대의 대우주의 하늘이 본래이시고 근원이신 창조주이시다. 이 창조주는 대 영과 혼으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몸과 마음이 있으시다. 이 존재는 시작 이전에도 계셨고 세상이 끝나도 계시는 진리 그 자체이시고 천지 만물만상의 어버이이시고 천지 만물만상을 창조하신 창조주이시다.

이 존재는 완전하시어 이 세상에 난 것은 모두가 이 존재의 자식이기에 다 살게 하시고 또 완전하게 창조하셨으나 인간이 이 창조주를 등지고 창조주의 세계와 창조주의 것을 복제하여 자기의 마음속에 복제의 세상을 가지고 있으니 인간만이 마음의 세계가 있어 가짜인 것이다. 인간이 완성되어 있다면 우리는 종교나 기타의 단체가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진짜는 세상이다. 세상은 이미 완성이 되어 있고 세상은 이미 깨쳐 있다. 우리의 마음이 살아계신 대우주 자체의 몸 마음으로 다시 날 때 이 자체는 신이시라 죽음이 없고 지혜라 세상의 이치를 다 알 것이다.

허란 인간이고 참이란 세상이다. 인간은 자기의 마음세계인 허상의 세계에 살 것이 아니고 참인 세상에 나야 할 것이다.

詩_ 우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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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명 선생은 마음수련의 창시자이며, 저술가이자 시인이다. 깨달음과 진리에 관한 3권의 시집을 포함, 모두 열 권의 책을 펴냈으며, 마음과 우주의 이치, 사람들이 마음을 닦아 참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담고 있다. <진짜가 되는 곳이 진짜다>로 미국의 철학자 에릭 호퍼를 기념하는 에릭 호퍼 어워드에서 몽테뉴 메달을 수상했으며 철학, 영성, 명상 분야에서 다수의 도서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스웨덴어 및 일본어를 포함한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으며, 전 세계를 다니며 강의와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2010. 7. July 월간마음수련

“정말 미안해, 버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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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수련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오로지 내 마음 편해 보자는 목적이었다.
미국에서 살아야 하는 것 때문에 결혼을 할까 말까 매우 고심하다 결국은 하게 되었다. 그런데 시집 식구에게 남편 이름으로 은행 융자를 해주었는데 한 번도 갚지 않고 여태 소식이 끊어진 상태다. 벌써 10년 전 일이다. 이 일로 남편과 자주 싸웠고 이혼 직전까지 가기도 했었다.
한 푼도 써 보지도 못한 이 큰 빚을 우리가 떠안기로 결정하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매달 지불할 때마다 억울한 생각에 남편에게 뭐라 하면 남편은 언제까지 그럴 거냐며 되레 화를 내곤 했다.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달래느라 힘들었다.
미국에 살면서 친정 동생들 결혼식에 참석도 못 하고 살아온 세월이 너무 허무했다. 작년에야 겨우 23년 만에 친정에 다녀올 수 있었다. 당시엔 지금의 내 나이면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살아야 하는데 빚에 허덕이고 있으니 의욕도 잃고 무기력에 빠져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싫었다. 이런저런 일들로 남편과 사이가 꼬이기 시작하더니 점 하나에 님이 남이 된다고 우리 부부는 한집에 같이 사는 동거인일 뿐이었다. 아이들도 직장 때문에, 학교 때문에 기숙사로 다 떠나고 둘만이 남은 상태에서 매일 이런 불편한 관계로 지내는 것이 지겨웠고 스트레스에 편치 않은 마음이어서 그런지 위에도 탈이 나 먹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마음수련을 하고부터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8개월 전 시작하게 된 이 수련으로 요즈음 나는 아주 편하게 지내고 있다. 내가 남편을 이해하거나 용서하기 위해 애를 써서가 아니라 그냥 내 마음이 저절로 많이 너그러워지고 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남편에게 먼저 이런저런 말을 할 수도 있게 되고 화도 나지 않게 되었다.
한 예로 남편이 방에 불을 끄지 않고 나올 때가 자주 있는데 예전에는 왜 끄지 않았냐고 한마디 하거나 혼자 궁시렁거리며 가서 껐는데 이제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끄게 된다. 그냥 그렇게 되는 것이다.
남편도 내가 원망하거나 불평을 하지 않으니 편안해하는 것 같다. 사실 피해를 준 사람에 대한 원망을 버릴 때는 잘 버려지지가 않아 매우 힘이 들었다. 그래서 한번은 마음으로 그 사람이 앞에 있다 생각하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실컷 다 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쉽게 버려졌다. 나 혼자 불평하고 속 끓이고 옆에 있는 사람까지 불편하게 만든 것이 모두 내 탓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수련 후 하게 되었다.
예전의 마음 버리기, 비우기란 그저 체념이고 포기였다. 하지만 그런 마음들은 차곡차곡 쌓여 있다가 언젠가는 다시 올라오기 마련이다. 때문에 완전히 깨끗이 버려야 하는 것이고 마음수련은 그렇게 해준다.
수련하면서 참회한 것이 많지만 특히 자식에 대해서는 엄마로, 어른으로 잘못한 부분이 많았다는 것을 반성했다. 너희는 어리니까, 자식이니까 하며 아이들 의견은 들을 생각을 안 하고 무조건 명령하고 복종을 강요했다. 수련하고 얼마 후 딸도 수련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딸과 수련 얘기도 하면서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다. 얘기를 하다 보면 ‘내가 그랬었나?’ 할 정도로 기억에도 없는 일을 아이는 다 기억하고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딸에게 “미안해, 버려줘~”라고 말한다.
마음수련 후 예전보다 많이 너그러워지고 여유도 생긴 것 같다. 젊어졌다는 소리도 자주 듣는다. 예전에는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꼬리를 물며 떠오르는 생각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이제는 바람처럼 흘러 나가 버려 마음에 남지를 않으니 그지없이 편안하다.
마음수련의 방법은 버리기만 하면 되는 매우 쉬운 방법이지만 강하고 끈질긴 ‘나’라는 자기중심적인 관념들 때문에 한편으로 쉽지는 않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살아갈 목표가 생겼다. 남아 있는 마음들을 완전히 버려 평화롭고 행복한 ‘나’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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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August 월간마음수련

화를 다스리는 두 남자의 스트레스 극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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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화 때문에 속 끓였던 두 남자가 있다. 오랫동안 축구 선수와 감독 생활을 하면서 생긴 승부욕이 강한 집착이 되며 불같은 화를 주체 못 했던 방계학(60)씨와 직장과 가정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화로 나타나면서 항상 피로했다는 이희주(43)씨. 두 남자는 마음수련 명상을 통해 비로소 화를 이겨낼 수 있었다 한다. 스무 살 차이에도 만나자마자 친숙해진 두 사람. 연령도 살아온 환경도 다른 두 남자의 훈훈한 화 이야기.

정리, 사진_ 김혜균 / 대담_ 방계학 교사, 이희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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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하는 성격 때문에 손해 많이 봤지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대학까지 축구 선수 생활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승부에 대한 집착이 상당히 강했지. 무엇을 하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화가 났으니까. 고등학교 땐 청소년 대표 선수로 추천될 정도로 실력이 좋았거든. 당시 1년 후배가 차범근 감독이었으니까 우리 멤버가 상당했지. 그렇게 선수 생활에다 학교 축구부 코치, 감독도 오래 하다 보니까 점점 더 다혈질이 되더라고.
  저 같은 경우는 성격이 예민한 편이었는데, 92년부터 5년간 유학 생활을 하면서 더 심해졌어요. 혼자 다 해야 하니까 정서적으로 불안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 날 도와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 아닌 사람은 적으로 생각하면서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심해졌어요. 적인 사람은 계속 단점만 보이고 괜히 하는 짓마다 화가 나고 그렇게 됐죠.
  나는 내 기준에서 벗어나는 건 용서가 없었던 것 같애. 시합에서 지는 것보다 화나는 게 합숙소 생활하는 아이들이 도망가서 다른 데 있다가 왔을 때야. 가만두질 않았지. 바로 무릎 꿇리고 엎드려뻗쳐시키고. 그걸 본 다른 학생들은 저 선생님한테 걸리면 죽는다고 소문이 쫙~.(웃음) 별명이 호랑이 선생님, 헐크, 뭐 그런 거였어.
  상상이 가네요.
  감독 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그만두게 됐어. 근데 선생이 돼서도 감독 시절 성격이 그대로인 거야. 나이 어린 선생들도 날 어려워하더라고.(웃음) 아무튼 애들 혼내는 게 직업이었으니까. 뭐가 걸리면 “야, 이 새끼야, 저기서 손들고 있어” 하면서 욕으로 시작했다가 욕으로 끝나는 거야. 불같은 성격이라 언제 화살이 올 줄 모르니까 주위 사람들이 항상 긴장 상태였지. “어허” 하고 입을 찬다거나 “어허, 참 나” 하기만 하면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거야.
  내 생각에는 이게 맞는데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을 때 화를 내게 되는 것 같아요. 부하 직원 같은 경우는 지시한 일을 제대로 안 하거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을 때 미필적 고의가 아닌가 싶어 화가 났고요. 아내와도 성격 차이가 있어서 신경질도 많이 냈죠.
  어딜 가나 답답한 거지. 어떻게 풀었어?
  담배 피고, 술 먹고 그랬죠. 술은 먹었다 하면 필름이 끊길 때까지 먹었어요. 근데 먹다 보면 마음이 더 올라오는 거예요. 과음하고, 혼자서 중얼중얼 욕을 하고 있고.
  나도 술 잘해. 남자들이 대부분 그렇지. 근데 아마 다 느낄 거야. 처음 마실 땐 좀 풀어지는 것 같지만 결국 똑같다는 거.

 

화는 내가 맞다는 데서 시작
  남자들 경우 참을 때까지 참다가 욱하고 터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무조건 참는 건 한계가 있더라고요.
  나도 그놈의 욱 때문에 손해 많이 본 사람이야. 내가 보기에 아니다 싶으면 지위 고하 상관없이 화를 냈거든. 교장 교감한테 대들기도 하고, 집에서도 금방 잡아 죽일 듯 화를 내고. 돌아서면 바로 후회할 짓을 자초했지.
  회사에서 가정에서 자꾸 신경질과 짜증이 나니까 불면증에다 피부건조증도 생기고 몸이 지치더라고요.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기사를 보고 명상을 시작하게 됐어요.
  나도 정말로 이 불같은 성격을 왜 갖고 있나, 성격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그러다가 아는 사람 소개로 명상을 하게 됐지. 명상하는데 누구한테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어마어마하대. 운동이 내 인생의 전부였더라고. 그동안 축구 경기 했던 거, 이겼을 때 졌을 때, 선수들 지도하고, 화냈던 것들을 모두 버려나갔지. 그러면서 알게 된 게 나는 늘 내 기준에서 봤다는 거야. 넌 왜 나만큼 못하니 하면서 아이들도 야단쳤고. 본의 아니게 감독직을 은퇴했을 때도 나보다 못한 놈들이 내 역할을 하는 게 울화가 치밀고,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게 화가 났지. 무조건 내 입장에서 배타적으로만 생각했어.
  공감이 가요. 저도 명상하면서 화의 원인이 내가 맞다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는 걸 알았어요. 나름대로 회사에 이익을 많이 줬거든요. 다 내가 잘나고 일을 잘해서 인정받는다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내 의견에 반대하거나 나를 평가절하하는 사람한테 화가 나고, 그들이 나를 질투, 시기한다고 생각했죠. 한편으론 가정에서도 남편으로 존중받고 싶은데 충족이 안 되니까 또 화를 내고…. 계속 악순환이었던 거죠.
  화를 낸 것도 결국 이 세상에 나 혼자라는 외로움과 내 능력을 주위 환경이 못 받쳐준다는 원망에서 비롯됐더라고. 하늘에다 삿대질한 거지. 그 마음을 많이 버렸어. 명상하면서 눈물이 쏟아지는데 걷잡을 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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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성공과 명예 그리고 남한테 좋고 멋있게 보여지는 걸 중요시했더라고요. 내 능력에 비해 주위의 평가는 못 미치니까 화가 났던 거고요. 유학 생활, 학위, 공부했던 것 등 ‘잘난 나’를 많이 버렸어요. 그러다 보니 전엔 내 일이 중요하고 다른 사람들의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거라 생각했는데, 마음을 비우면서 명예나 성공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채워주는 거란 걸 알게 됐어요. 나 혼자 사는 게 아니구나…. 그게 내 착각이었구나. 사람이 겸손해진다고 할까요.
  맞아. 그러니까 상대방의 말을 먼저 경청하게 되고, 수용하게 되더라고. 전엔 그런 게 있나.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하고 대들기부터 했지.(웃음) 이젠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이렇게 말이 나와. 주변 사람들이 저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달라졌나 한다니까.
  명상하고 나서는 저절로 욕이 안 나오더라고요. 화도 오래가지 않고, 아까 화내서 미안하다 사과할 줄도 알게 되고. 다른 일도 내 일처럼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대인 관계가 달라지더라고요. 무시하는 마음이 없어지고, 사람들의 장점이 먼저 보이는 거예요.
  맞아. 전엔 보기만 해도 미웠던 아이들한테 일부러 한마디라도 걸게 되더라구. 지금은 아이들 지도하는 방법도 달라졌어. “너 그러면 안 되겠지?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노래하듯이 야단치고.(웃음) 청소할 때도 지시하거나 명령했는데 요즘은 나도 빗자루 들고 같이 해. 아이들이 키득키득 웃으면서 잘 따라주니까 고맙지. 무서워서 나한테 오지도 못했던 아이들이 이제 예체능실로 공 빌리러 온다니까. 요즘은 더우니까 애들 등목도 해주고 얼굴에다 칙~ 뿌리기도 하면서 장난치고 그래.
  와~ 정말 많이 달라지셨네요. 저는 가까운 사람들한테 참회가 많이 됐어요. 대개는 화를 내는 대상이 가까운 사람들이잖아요. 아내라든지 회사 동료들…. 돌아보면 그리 화낼 일도 아니었는데 왜그랬을까. 말이나 표정, 시선에서 화난 눈빛으로 째려봤던 것부터가 반성이 됐어요. 그 마음이 얼굴에도 나타나는지, 몇 년 만에 다시 함께 일하게 된 분이 있는데, 저보고 눈빛이 달라졌다 하시더라고요.
  나는 한의사가 진맥하면 이건 사람이 아니다 할 정도였어, 맥이 안 잡힌다면서. 타고난 체력이 좋아도 싸움하고 화내는 데 다 소진시켜 버린 거야. 지금은 마음이 편안하니까 혈액 순환도 잘되고 머리털도 난다니까.(웃음)
  맞아요. 화낼 때 소모되는 에너지가 상당해요. 저도 화가 없어지면서 많이 건강해졌어요. 늘 피곤했는데 밤늦게 들어가도 개운하고, 숙면을 취하더라고요. 올해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도 명상한 분들의 검사 결과가 나왔잖아요. 기초체력지수가 좋아졌다고. 그걸 보면서 공감이 많이 갔어요.
  이제 우린 화를 다스릴 줄 알게 된 거지. 화가 나면 상대한테 퍼붓는 게 아니라 먼저 내 안의 화를 버리는 거야. 그리고 그 감정이 다 없어졌을 때 말을 하지. 그러니까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가 없어. 전엔 그런 게 있나? 싫으면 니가 나가라 소리부터 질렀지.(웃음)

 

화가 올라올 땐 침묵, 마음부터 버려
  얼마 전엔 저희 동료 한 분이 상대방이 열 받게 하는데 어떻게 화가 안 날 수 있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신기하다고 하시면서요.(웃음) 지금은 가령 화가 올라와도 점잖게 표현하게 되는 거 같아요. 화가 올라왔다는 걸 아니까 순간적으로 버리고 차분하게 상대방한테 표현을 하게 되는 거죠.
  요 며칠 전엔 이런 일이 있었어. 한 아이가 영어 시간에 늦게 들어갔는데 내 이름을 판 거야. 방계학 선생님 심부름 하다가 늦어졌다고. 영어 선생님이 나한테 확인하기에 맞다고, 그랬다고 했지. 나중에 그 녀석을 부르니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더라고. 그래서 “야. 자식아, 핑계를 대도 제대로 대야지, 이게 뭐냐?” 근데 녀석이 그다음부터 나를 엄청 따르더라고. 내 별명이 방개인데 저 멀리서 “방개” “형” 하고 들어가.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던 녀석들이 내 이름을 부르고 접근해온다니까. 마음공부 안 했으면 세월아 네월아 월급만 받고 띵까띵까 했을 텐데 지금은 아이들하고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한 줄 아니까 감사한 마음뿐이야. 아이들에게 더 사랑을 주고, 아이들 마음 열어주는 게 내 할 일이다 싶어.
  마음수련 명상이 수용이잖아요. 수용하게 되면 화가 많이 다스려지는 거 같아요.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게 당연한데 우리는 여름에 왜 덥냐? 겨울엔 왜 춥냐? 하면서 화를 내는 꼴이거든요. 명상하면 여름엔 더워서 좋고 겨울엔 추워서 좋고 그렇게 되는 거 같아요.
  마음을 버리면 진짜로 삶이 바뀌잖아. 예전엔 어쩌다 집에 있어도 TV만 보고, 아내가 설거지를 부탁해도 안 했어. 커피나 갖다 줘! 그랬는데 지금은 청소도 하고 밥도 하고 심지어 창작도 한다니까, 요리 창작.(웃음)
  저도 많이 달라졌어요. 우스갯소리도 많이 할 줄 알게 되고, 비서 대신 간식을 사오기도 해요. 전엔 허튼 시간을 쓰면 금전적인 손해라는 생각이 강해서 엄두도 못 냈거든요. 그러니까 예전엔 내가 술 먹자고 할까봐 피했던 사람들이 이제 자기들이 먼저 맥주 한잔 하자고 하더라구요. 내가 바뀌니까 사람들도 같이 변하는 걸 느껴요.
  이 명상의 장점은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고 그래서 버린 만큼 확실히 바뀌게 된다는 거 같애. 그러니까 화를 다스리고 싶다면 명상을 해야 하는 거지. 안 그러면 참다가 폭발하든, 못 참아 폭발하든 둘 중 하나거든.
  그러게요. 화내며 사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 원래는 화 없이 사는 게 당연하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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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August 월간마음수련

행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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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헤맸는데 알고 보니 그 행복이 내 마음 안에 있었다는 마테를링크의 동화는 평범한 진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엔 ‘파랑새 증후군’이라는 말에 더 공감하는 듯합니다. 좀처럼 자신의 현재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까닭입니다. 행복은 내 안에 있지만 찾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비우고 나누어주는 것임을 깨닫기까지 ‘나’라는 고비를 숱하게 넘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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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특별하고 귀한 선물 하나를 받았다. 영화 속에 나오는 숲속의 통나무집 같은 곳에나 걸려 있을 법한 사슴 박제였다. 자신이 직접 뉴질랜드 북섬의 로토루아 산속에서 사냥한 야생 사슴의 머리 부분을 박제해 놓은 것이라 했다. 뿔이 머리 양옆으로 우아하게 솟아올라 있는 데다가 털 색깔 또한 엷은 갈색의 아주 멋진 사슴 박제였다.
걸어놓고 보니 거실 품격이 확 달라 보일 정도로 멋졌다. 그날 저녁 그 박제를 보고 또 보고 하면서 자정까지 넘겼다. 거실의 환한 불빛을 받아 사슴의 순하고 큰 눈망울들이 살아 있는 듯 반짝였고, 까만 코 또한 윤기가 흘렀다. 죽어 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리 보아도 정말 살아 있는 진짜 같았다.
그러다가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죽은 애완견을 박제로 만들어 곁에 놓고 사는 사람도 있을까? 그런 괴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은 없겠지. 이미 세상 떠나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부모, 가족, 친지 등을 박제로 만들어 놓고 가보처럼 모시고 사는 사람들도 있을까? 세상천지에 그런 혐오스럽고 엽기적인 괴물은 절대 없겠지. 그런데… 가만있어 보자. 내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는 인연의 상相들. 언제나 내 기억 속에 진짜처럼 살아 있으면서 상주하고 있는 그 인연의 상들 또한 실은 박제들이 아니던가? 그렇다. 그것들은 모두가 진짜 같지만 실은 하나같이 죽어 있는 박제들이다. 이렇게 기억 속의 상들이 모두 죽어 있는 박제들임을 시인하자, 그 이후부터는 명상할 때 그것들이 놀랍도록 쉽게 버려졌다. 마음으로 시인하니 믿음과 결의가 커지고, 믿음과 결의가 커진 만큼 잘 버려졌다.
며칠 후 문득 중국의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된 진시황제의 무덤 속 모습이 떠올랐다. 불로초를 구하지 못한 진시황제는 자신이 죽은 다음에도 근위병들이 자신을 호위해주기를 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죽자 그 시위군사들 모두를 실제의 모습 그대로 흙으로 복제하여 구워낸 다음 그의 무덤 속에 대열을 지어 세워 놓았다. 그는 몸은 비록 죽었더라도 영혼만큼은 살아서 그 깜깜한 무덤 속에서나마 자신이 살아온 것과 똑같은 삶의 연극을 영원히 되풀이하고 싶었던 것이다.
전에는 진시황제의 그런 무덤 속 사진을 보면서 엄청난 권력을 지녔던 그의 우매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인간적 욕심 말고는 떠오르는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마음수련 명상을 하면서 뜻밖에도 바로 내 안에 수천 년 전의 그런 진시황제가 있다는 것, 아니 그보다 수천 배 더 어리석은 내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내 삶 속의 모든 인연과 장소들을 실물 그대로 박제품과 복제품들로 만들어 내 안에 진열해 놓고 그 안에서 살려고 애쓴다는 점에서 나의 어리석음은 진시황제와 하등 다를 바 없었으나, 나는 몸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그러한 짓을 하였으니, 진시황제와는 비할 수도 없는 어리석은 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진시황제의 무덤 속 같은 박제들만이 즐비한 마음의 세계를 계속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내가 만들어 놓은 상들을 진짜라고 믿으며 허송세월만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내려다보니 참으로 기막히게 불쌍하고 우매한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명상하면서 그 마음의 짐들을 자꾸 내려놓았다. 그러자 마음세상은 점차 호수처럼 맑아지고 바깥세상은 점점 더 경이롭고 충만해 보였다. 생활하면서 부딪치는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경우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도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시비 판단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주위의 모든 인연들과 자연이 나와 마찬가지로, 또한 나와 함께, 우주의 자식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때마다, 즉 정신을 차릴 때마다, 고향에 온 것 같은 하나 됨의 편안함과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자유롭게 살려면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하고, 정신 차리고 살려면 마음 청소부터 해야 함을 알게 되었기에 이제는 아침이면 등교하는 어린이처럼 우선 명상센터로 발길을 향한다. 가짜인 나를 청소해 버리기 위함이다.

정경현님은 1996년 뉴질랜드로 이민한 뒤 현지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쳐왔으며, 테니스 코치로 활동 중입니다.


임지호

요리연구가 산당 임지호 님은 1956년 경북 안동 생으로, 자연 재료로 특유의 멋과 맛을 선보이면서 해외에서도 다수의 한국 음식전을 열며 큰 호평을 받은 요리예술가입니다. 저서엔 <마음이 그릇이다, 천지가 밥이다>(샘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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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는 낸 만큼 어리석어지고 없애는 만큼 이익이다. 화가 없어지는 것이 바로 이익인 것이다. 나는 화가 나거나 말거나 그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저 단순하게 살려고 한다. 행복은 단순한 데 있고 그것은 곧 고요함이다.
내 마음도 그렇듯 고요하게 운영하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잘 안되지만 노력하다 보면 몸에 배어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로워진다.
화장실 청소도 좋은 방법. 아내와 나는 우리가 운영하는 식당의 화장실 청소를 매일 한다. 이는 자기 마음을 닦는 것과 같다. 가장 더러운 것을 가장 성스러운 기도로써 닦는 것이다. 그러면 화가 쌓이지 않고 동시에 화장실을 이용하는 손님의 기분도 좋게 한다. 화장실을 쓰는 사람은 청소해준 사람의 배려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젊었을 때는 열정이 강해서인지 우선 화가 먼저 났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오십이 넘으면서 더 겸허해지고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내가 마음을 닦아서 아주 멋진 인간이 되겠다’는 것보다는 한 땀 한 땀 기워 내는 바느질처럼 마음도 그렇게 하나하나 정리하고 주변을 세심하게 배려하며 살고 싶다.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그렇게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을 일으켜주는 것이 행복의 비결인 것 같다.


이수나

연기자 이수나님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MBC 특채로 연기자가 된 뒤, MBC드라마 <전원일기> <안녕 프란체스카> 등에 출연했습니다. 30년 이상의 연륜에도 아직도 연기를 할 때면 긴장된다는 님은 늘 처음이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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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외도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마음을 안정시킬 곳을 찾다가 마음수련 명상을 하게 됐다. 처음엔 그 사람을 떠올리기만 해도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차츰 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을 대하던 내 마음을 보게 된 것이다. 잘난 척했고 나보다 못하다며 하대하고, 나한테 열등감을 느끼게 하고…. 모두 내 잘못이었다. 남편을 떠올리며 잘못했다고 참회했다. 그러다 보니 미움도 화도 빠져나갔다. 몇 개월 후 다시 만난 남편과 참 편안했다.
재작년, 친한 동생에게 나로서는 큰 돈을 빌려주었다. 동생은 얼마 후 잠적을 해버렸다. 온갖 마음이 끓어올랐다. 나는 돈에 대한 집착과 동생에 대한 마음들을 버리고 또 버렸고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난 어렸을 때부터 돈 욕심과 집착이 강했다. 돈을 빌려준 것도 이자를 많이 쳐준다는 말에, 돈을 더 벌고 싶은 욕심에 빌려준 것이다. 겉으로는 동생의 사정을 이해하는 척하며…. 마음으로 동생을 떠올리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 후 동생과 다시 만났을 때 오히려 감싸 안을 수 있게 되었다.
화가 날 땐 나를 먼저 돌아보고, 나의 오만과 교만이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았나 반성한다. 마음을 버리고 버려 진심으로 나를 낮출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아예 화날 일이 없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버릴 수 있어서 참 좋다.


2010. 10. October 월간마음수련

더하기의 시대에서 빼기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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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21세기는 정신의 시대라고 합니다. 마음의 시대, 감성의 시대라고도 하지요. 먹고사는 생계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면 사람들은 자아의 성장에 관심을 갖는다고 합니다. 물질적인 풍요를 목표로 달려온 인류가 이제 마음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기업, 지식보다 감성을 중요시하는 교육….
물질의 시대가 더하기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빼기의 시대입니다. 사람이 자기가 살아온 삶의 마음들을 빼내고 자기라는 존재를 다 없애면 근원으로 돌아가듯이, 우리네 삶도 마음의 이치와 다르지 않습니다. 옷장에, 주방에, 책상에, 생활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와 경제, 예술, 교육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쌓여온 삶의 군더더기들은 소통과 흐름을 막는 우리 마음의 짐이기도 합니다. 우리 삶의 모든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는 빼기의 흐름은 참된 본성으로 향하는 마음의 길을 알려줍니다. 진정한 ‘웰빙(Well-being)’은 빼는 삶입니다. 그 참된 삶을 위한 생활의 지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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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안에 가득한 옷들. 자주 착용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만약 2년 넘도록 입은 적이 없는 불필요한 옷이라면 부담이 될 뿐이다.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옷의 20%만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80%의 옷은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파레토법칙’이라 불리는 20대 80의 법칙은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들, 대부분의 활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묵은 옷들은 공간만 차지하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입을 확률이 거의 없는 이 옷들은 내 기억과 마음까지 차지한 채 나를 묶어둔다. 사계절을 두 번이나 순회하는 긴 시간 동안 입을 마음이 없었다면 이미 나와 인연이 끝난 것이다. 그 옷들을 떠나보내야 할 때다. 옷에는 사람의 체취가 배어 있고, 2년이 넘도록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을 어쩌다 입게 되면 옷과 몸이 맞지 않아 불편할 때가 있다.
물건에는 수명이 있다.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물건은 생명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당연히 기가 정체된다.
묵은 옷들은 과거에 묶인 기억과 같다. 집착의 마음이며 잡동사니를 치우는 과정은 버림에 관한 것이다. 이는 오랫동안 물건을 간직해야 했던 우리의 두려움을 버리는 것이다. 가진 게 적을수록 지금 가진 물건을 더 많이 쓰게 되는 법. 물건을 돌보는 일에 에너지도 덜 빼앗긴다.
버리면 버릴수록 마음이 정리되고 상쾌해진다. ‘버리는 것’은 곧 ‘잃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버리는 것은 ‘새로운 기회와 만남을 불러오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빼기 방법    2년 이상 한 번도 입지 않고 옷장 속에 묵혀 두었던 옷은 과감히 버린다. 그리고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간직해야 할지 그 기준을 분명히 한다. 어떤 컬러가 나를 아름답게 보이게 하고 기분까지 즐겁게 만드는지 파악한다. 부족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남아 있는 옷들을 살펴보면서 어떤 기분이 드는지 지켜보자. 모양이나 재질, 착용감, 치수 그밖의 무엇이든 하나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련 없이 버리자.

‘언젠가’의 심리를 버리자.    설문 조사에서는 처리하기 곤란한 물건, 버리려고 해도 버릴 수 없는 물건의 베스트 3은 책, 잡지, 옷이었다. 이것들을 버릴 수 없는 것은 이 ‘언젠가’의 심리 탓. 그러나 언젠가는 결코 오지 않는다.

가능한 한 밝은 색 옷을 입는다.    보는 순간, 만지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고 안심이 되는 그런 옷을 고른다. 얼굴을 환하게 만들어주고, 입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번지는 옷, 절로 어깨가 펴지면서 자신감이 생기는 옷, 밝고 경쾌한 인상을 주는 옷이 당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다. 입으면 긍정적이고 밝은 느낌이 드는 옷이 좋은 옷이다.

버리기 위한 기술 10가지
1. 보지 않고 버린다
2. 그 자리에서 버린다
3. 일정량을 넘으면 버린다
4.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버린다
5. 정기적으로 버린다
6. 아직 사용할 수 있어도 버린다
7. ‘버리는 기준’을 정한다
8. ‘버리는 장소’를 많이 만든다
9. 좁은 곳부터 시작해본다
10. 누가 버릴지 역할 분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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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약혼식 때 사진입니다. 1년 8개월의 연애 끝에 결혼을 약속했지요. 저를 번쩍 들어 안아 입 맞추던 그때, 여자로서 꿈꾸던 로망이 실현되는 순간이었죠. 경찰인 남편은 일이 많았지만 새벽 2, 3시에도 저를 보려고 달려왔습니다. 우리는 1시간을 달려 바닷가로 향했고 별도 세고, 달도 세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무겁다며 제 가방도 들어주고, 못 먹는 멍게도 제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맛있게 먹어주던 자상한 남자였습니다.
하지만 결혼 후 남편은 ‘24시간 근무 중~’ 무뚝뚝한 하숙생이 따로 없었습니다. 첫아이를 낳고 얼마간은 아기와 잘 놀아주더니 곧 나 몰라라 했고, 어쩌다 집에 있을 때면 텔레비전만 끼고 앉아 웃는데, 얼마나 얄밉던지요. 결혼에 대한 환상이 와장창 깨졌습니다. 결혼한 걸 후회했고 부부싸움도 잦아졌습니다.
그렇게 십 년을 살다가 2007년 마음수련 명상을 하면서 기억 속에 있는 마음의 사진 버리기를 몇 달째, 연애 시절처럼 낭만적이고 자상한 남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니 자기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남편이 멋져 보이고, 집에 오면 쉬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이해되더군요. 어느 날 남편이 한마디 하더라고요.
“마음수련을 하니 사람이 이렇게 바뀌는구나. 고마워, 감동했다.”
똑같은 약혼식 사진인데, 사진처럼 남편에게 떠받들려지길 바랐던 마음을 버리고 나서 다시 보니, 오직 사랑 가득한 우리 부부입니다. 결혼하길 정말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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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먹는 걸 좋아했다. 세상엔 먹고 싶은 것투성이였다. 배가 불러도 먹고,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팠다. 밥도 보통 남자들보다 많이 먹었고, 과자도 애들보다 많이 먹었다. 먼저 먹어야 힘을 내서 일할 수 있다는 강박관념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먹으면 살찌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 때문에 먹으면서도 고민을 했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 나는 다른 엄마들과 나의 차이를 알았다. ‘다른 엄마들은 자식 먼저 챙겨 먹이는데 나는 왜 나부터 먹을까, 내가 왜 이렇게 먹고 있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명상을 하며 비로소 내가 과식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살아온 기억을 떠올려 버리다 보니 엄마의 칭찬 한마디가 떠올랐다. “너는 참 밥을 맛있게 먹는구나.”
솔직히 나는 다른 형제들에 비해 특별히 잘하는 게 없었다. 그런 내게 엄마가 유일하게 칭찬해준 것이 바로 밥을 잘 먹는다는 거였다. 그 칭찬이 좋았고 더 듣고 싶었다. 점점 더 먹는 것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과식을 당연하게 여겼다. 음식만 보면 아이도 신랑도 눈에 보이지 않았고,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일단 나의 허기부터 채워야 주위 사람들이 보였다.
생각해 보니 아버지도 당신이 드시기 전에 자식들이 먼저 먹는 걸 싫어하셨다. 나는 아버지를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버리고 싶어 살아온 내 모습과 내 생각, 관념들을 빼내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더 이상 먹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먹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사라지고, 옆에서 먹는 얘기를 해도 동요하지 않는다. 이젠 음식을 보면 다른 사람 먼저 챙겨줄 줄도 안다. 그렇게 나는 과식 습관에서 벗어났다.

 

참고 도서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캐런 킹스턴 저 / 도솔
<정리 플래너> 제니퍼 베리 저 / 나무발전소
<성공 정리법> 캐슬린 켄달 택케트 저 / 큰나
<큰 쓰레기통을 사라> 우스이 유키 저 / 산수야
<버리는 기술> 다쓰미 나기사 저 / 이레

2010. 10. October 월간마음수련

버리고 비우는 웰빙라이프의 지혜 (3)

 

치사하고, 무정하고 자기 생각만 하기로 치자면
꽉 다문 굴 껍데기 같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냉랭함은 삼복더위에도 사무실을 꽁꽁 얼려 놓았으며,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단 1도도 높아지는 법이 없었다고 하지요.
그런 스크루지에게 죽은 옛 동료의 유령이 나타나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스크루지는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외롭고 힘들었던 스크루지의 어린 시절, 젊은 시절엔 그도 감사할 줄 알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이가 들며 점점 욕심과 냉정함과 계산에 찌들어갑니다.
자기중심적이고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옳다고 믿고 삽니다.
그는 죽어서도 사람들에게 외면당합니다.
그렇게 살다가 죽으면, 살았을 때 집착한 그 마음 그대로
가져간다는 것을 보고는 스크루지는 비탄에 휩싸입니다.
그를 변화시킨 건 뼈아픈 뉘우침이었습니다.
그 후 스크루지의 얼굴엔 늘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스크루지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자신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진실로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 것이 없는 사람이 되었지요.
지나간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우리에겐 바로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 수많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랑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 다시 태어날 수는 없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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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한 사람은
말에도
군더더기가 없다

문진정

함께 대화하기 진짜 싫은 사람은?
한 설문 조사 기관에서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1위가 거친 언행을 하는 사람, 2위는 잘난 척하는 사람, 3위는 과도하게 말이 많은 사람이 꼽혔다. 이 중 2위와 3위의 공통점은 말수에 관한 것.
회사와 소셜 네트워크라 불리는 인터넷상 대화 등 사회적 인간관계의 폭이 커지고 대화를 나눌 기회도 많은 요즘, 말 많은 사람으로부터 자기 자랑, 불평불만, 하소연을 듣고 싶은 사람은 없다. 말은 글과 달리, 머릿속의 생각이 여과 없이 나갈 때가 많다. 복잡하게 말하는 것은 생각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또 ‘긴 설명이 이해하기 쉽고 예의 바른 것’이라는 관념을 가진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말이 길어진다. 자신의 박식함을 자랑하고, 상대에게 인정받고 싶을 때,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에서 합리화하고 싶을 때 장황한 과장된 언변을 늘어놓게 된다.
남이야 알아듣건 말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면 끝이라는 식의 일방적인 소통은 환영받지 못한다. 더욱이 남을 험담하거나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는 말하는 사람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또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네…’ 하는 생각으로 귀담아듣지 않는다. 과한 말수는 대개가 이런 경우이기 십상이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말이 많다. 상대와 공감하는 사람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더 많이 한다. 배려하는 데에는 그리 많은 말수가 필요하지 않다. 상대와 공감하는 긍정적인 대화에서는 백 마디 말보다 눈빛 하나가 더 진심을 전달해준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말은 우리의 언어생활에 꼭 해당되는 말이다. 바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간결하고 쉬운 대화를 원한다. 짧지만 강렬한 영화 대사가 오래 남고, 짧은 문장으로 표현된 연설문이 더 인상적이고 핵심을 관통한다. 군더더기 없는 언어생활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CEO나 정치가 중에 말이 많은 사람은 드물다. 말이 많을수록 실언을 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번 한 말은 주워 담을 수도 없어서 실수를 수습하려다가 중요한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많다. 그들은 꼭 필요한 한마디로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는다. 목표가 분명하며, 부하 직원의 말을 경청하여 최적의 방안을 모색한다.

 

머릿속이 맑으면 말에도 군더더기가 없다
‘간결’하게 말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우리 스스로가 ‘간결’해지는 것이다. 말은 머릿속 생각이 표출된 것이다. 따라서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쓸데없는 생각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머릿속이 맑으면 말에도 군더더기가 없다. 반대로 쓸데없는 생각이 많고 사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말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요점을 잡지 못하고 쓸데없는 말과 거짓말이 뒤섞인다. 자연히 듣는 사람은 혼란스럽다.
 

쉬운 말일수록 힘이 있다
머릿속 주제가 분명해졌다면 ‘상식’을 바탕으로 말을 이어나간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용어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없다.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할수록 ‘상식’의 범위에서 이야기해야만 쉽게 전달된다. 어렵고 애매모호한 단어를 사용하고도 상대가 이해해주기를 바라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자.
 

상대방 입장이 되어보자
상대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관심 분야는 무엇인지, 상대의 피드백을 잘 듣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기중심이 아니라 상대 입장이 될수록 명쾌한 단어가 저절로 나오고 대화는 단순해진다. 이런 사람의 말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경청하고, 신뢰할 것이다.
 

공감의 ‘빼기 대화법’ 여섯 가지
① 머릿속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쓸데없는 잡념을 버린다.
② 말을 하기 전에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듣고 이해한다.
③ 내가 하려는 말이 내 입장 위주의 자기중심적인 말인지, 상대의 입장을 헤아린 것인지 고려한다.
④ 밝고 긍정적이며 쉬운 단어를 사용한다.
⑤ 개인적인 감정, 경험, 가치관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그대로’ 말한다.
⑥ ‘화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자. 꾸밈없이 간결하게 말하는 사람은 목표가 확실하며 진실하다.
 

 


 

‘칼 약속’의 강박관념을 끊다
권민범 / 40세. 회사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나는 약속을 칼같이 지키는 사람이었다. 한번 뱉은 말은 꼭 지켜야 직성이 풀렸다. 차가 막혀 어쩔 수 없이 약속 시간에 늦을 때면 내 마음은 요동쳤다. 1분이 지날 때마다 속은 타들어갔고,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상대가 10분 정도 늦는다 하면 자초지종도 듣지 않고 “오지 마!” 하고 버럭 화를 내거나, 그냥 가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손목시계는 항상 10분 빨리 맞춰져 있었고, 약속 시간보다 30분은 일찍 도착해야 안심이 됐다. 일을 할 때도 무조건 시간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던 나는, 여유 있게 해도 괜찮다는 팀원들과 갈등을 빚었다.
마음 빼기를 하면서야 나는 약속 시간 강박관념의 이유를 알게 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엄마는 며칠 뒤 삼겹살을 사주신다고 약속했고, 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당시 내게 삼겹살은 아주 귀한 음식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약속을 잊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그때의 실망감이란!! 그날 이렇게 다짐했다. ‘나는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이 될 거야!’ ‘한번 내뱉은 말은 꼭 지킬 거야!’
사실, 지금 생각하면 어린 시절에 찍힌 ‘마음사진’ 하나일 뿐인데 내 삶에 이렇게 큰 영향을 주었다니, 새삼 놀라웠다. ‘겨우 이런 사진 한 장 때문에 속을 볶으면서 살았구나, 이걸 버리면 이제 자유다!’
나는 죽기 살기로 명상을 하며 버리고 버렸다. 그리고 서서히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일단 마음이 편해졌다. 약속을 안 지킨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몹쓸 사람으로 분류했는데 이젠 그런 마음이 없다. ‘이유가 있겠지,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먼저 상대의 입장을 생각한다. 가끔 내가 늦게 되면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반대로 상대편이 늦을 때도 “기다릴 테니 천천히 오세요” 하고 말하는 배려도 생겼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전엔 무조건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무리하게 진행해서 화를 자초한 적도 많았다. 지금은 결과물에 중점을 두고 최선을 다하며 시간을 융통성 있게 조절한다. 자연스레 업무의 질도 향상되었다. 내겐 놀라운 변화다.
 


 
잔소리 없애니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송현정 / 40세. 주부. 서울시 양천구

“또 술이야?” “설거지 좀 해” “낚시 너무 자주 가는 거 아냐?” “애한테 책 좀 읽어주지” 어쩌면 하는 짓마다 못마땅한지, 나는 남편에게 쉴 새 없이 잔소리를 해댔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버럭 화를 내거나 곱지 않은 눈초리로 쳐다봤다. 잘못한 걸 알면서도 고치려 하지 않는 남편, 그럴수록 잔소리는 늘어났고 남편의 귀가 시간은 더 늦어지고 다투는 일도 많아졌다.
그 무렵 마음수련 명상을 하게 되었다.
남편에 대해 미운 감정이 일어났던 순간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버려나갔다. 그런 어느 날 불현듯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남편은 자기밖에 모르고, 나는 우리 가정을 위해 잔소리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편하고 싶었고 남편을 내 뜻대로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은 내가 자라온 환경과도 관련이 있었다. 오빠만 셋 있는 집의 외동딸로, 집안일을 거의 도맡아 하며 자라면서, ‘왜 나만 일해야 해’ 하며 불만이 컸고, 도와주지 않는 오빠들이 미웠다. 그러다 보니 내 이상형은 ‘나만을 위해주는 자상한 남자’였는데, 남편은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것은 남편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상을 그린 것도, 그 그림과 맞지 않는다고 실망하고 한탄한 것도, 그 원망을 잔소리로 쏟아부은 것도 모두 나였기 때문이다.
그제야 남편에게 미안했다. 하루 종일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남편,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남편에게 내가 해준 건 잔소리였으니…. 술을 마시고, 휴일마다 낚시를 가는 남편의 심정이 헤아려졌다.
자연스럽게 남편을 향한 말투도 점차 부탁하거나 물어보는 식으로 바뀌었다. 요즘은 남편을 위해 안주상을 차려주기도 하고, 낚시를 갈 때면 도시락을 싸주며 “월척 낚어~ 파이팅~!!” 하고 외친다.
남편도 점점 바뀌어갔다. 낚시를 갈 때 말없이 휙 나갔던 남편은 이젠 “낚시 갔다 와도 돼?” 하며 묻고 다녀온다. 매일 마시던 술도 줄었고, 설거지도 도와주고, 모임이 있을 때도 함께 가려고 한다. 그런 남편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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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2. DECEMBER 월간마음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