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의 시대에서 빼기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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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21세기는 정신의 시대라고 합니다. 마음의 시대, 감성의 시대라고도 하지요. 먹고사는 생계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면 사람들은 자아의 성장에 관심을 갖는다고 합니다. 물질적인 풍요를 목표로 달려온 인류가 이제 마음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기업, 지식보다 감성을 중요시하는 교육….
물질의 시대가 더하기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빼기의 시대입니다. 사람이 자기가 살아온 삶의 마음들을 빼내고 자기라는 존재를 다 없애면 근원으로 돌아가듯이, 우리네 삶도 마음의 이치와 다르지 않습니다. 옷장에, 주방에, 책상에, 생활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와 경제, 예술, 교육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쌓여온 삶의 군더더기들은 소통과 흐름을 막는 우리 마음의 짐이기도 합니다. 우리 삶의 모든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는 빼기의 흐름은 참된 본성으로 향하는 마음의 길을 알려줍니다. 진정한 ‘웰빙(Well-being)’은 빼는 삶입니다. 그 참된 삶을 위한 생활의 지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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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안에 가득한 옷들. 자주 착용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만약 2년 넘도록 입은 적이 없는 불필요한 옷이라면 부담이 될 뿐이다.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옷의 20%만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80%의 옷은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파레토법칙’이라 불리는 20대 80의 법칙은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들, 대부분의 활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묵은 옷들은 공간만 차지하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입을 확률이 거의 없는 이 옷들은 내 기억과 마음까지 차지한 채 나를 묶어둔다. 사계절을 두 번이나 순회하는 긴 시간 동안 입을 마음이 없었다면 이미 나와 인연이 끝난 것이다. 그 옷들을 떠나보내야 할 때다. 옷에는 사람의 체취가 배어 있고, 2년이 넘도록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을 어쩌다 입게 되면 옷과 몸이 맞지 않아 불편할 때가 있다.
물건에는 수명이 있다.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물건은 생명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당연히 기가 정체된다.
묵은 옷들은 과거에 묶인 기억과 같다. 집착의 마음이며 잡동사니를 치우는 과정은 버림에 관한 것이다. 이는 오랫동안 물건을 간직해야 했던 우리의 두려움을 버리는 것이다. 가진 게 적을수록 지금 가진 물건을 더 많이 쓰게 되는 법. 물건을 돌보는 일에 에너지도 덜 빼앗긴다.
버리면 버릴수록 마음이 정리되고 상쾌해진다. ‘버리는 것’은 곧 ‘잃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버리는 것은 ‘새로운 기회와 만남을 불러오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빼기 방법    2년 이상 한 번도 입지 않고 옷장 속에 묵혀 두었던 옷은 과감히 버린다. 그리고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간직해야 할지 그 기준을 분명히 한다. 어떤 컬러가 나를 아름답게 보이게 하고 기분까지 즐겁게 만드는지 파악한다. 부족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남아 있는 옷들을 살펴보면서 어떤 기분이 드는지 지켜보자. 모양이나 재질, 착용감, 치수 그밖의 무엇이든 하나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련 없이 버리자.

‘언젠가’의 심리를 버리자.    설문 조사에서는 처리하기 곤란한 물건, 버리려고 해도 버릴 수 없는 물건의 베스트 3은 책, 잡지, 옷이었다. 이것들을 버릴 수 없는 것은 이 ‘언젠가’의 심리 탓. 그러나 언젠가는 결코 오지 않는다.

가능한 한 밝은 색 옷을 입는다.    보는 순간, 만지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고 안심이 되는 그런 옷을 고른다. 얼굴을 환하게 만들어주고, 입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번지는 옷, 절로 어깨가 펴지면서 자신감이 생기는 옷, 밝고 경쾌한 인상을 주는 옷이 당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다. 입으면 긍정적이고 밝은 느낌이 드는 옷이 좋은 옷이다.

버리기 위한 기술 10가지
1. 보지 않고 버린다
2. 그 자리에서 버린다
3. 일정량을 넘으면 버린다
4.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버린다
5. 정기적으로 버린다
6. 아직 사용할 수 있어도 버린다
7. ‘버리는 기준’을 정한다
8. ‘버리는 장소’를 많이 만든다
9. 좁은 곳부터 시작해본다
10. 누가 버릴지 역할 분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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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약혼식 때 사진입니다. 1년 8개월의 연애 끝에 결혼을 약속했지요. 저를 번쩍 들어 안아 입 맞추던 그때, 여자로서 꿈꾸던 로망이 실현되는 순간이었죠. 경찰인 남편은 일이 많았지만 새벽 2, 3시에도 저를 보려고 달려왔습니다. 우리는 1시간을 달려 바닷가로 향했고 별도 세고, 달도 세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무겁다며 제 가방도 들어주고, 못 먹는 멍게도 제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맛있게 먹어주던 자상한 남자였습니다.
하지만 결혼 후 남편은 ‘24시간 근무 중~’ 무뚝뚝한 하숙생이 따로 없었습니다. 첫아이를 낳고 얼마간은 아기와 잘 놀아주더니 곧 나 몰라라 했고, 어쩌다 집에 있을 때면 텔레비전만 끼고 앉아 웃는데, 얼마나 얄밉던지요. 결혼에 대한 환상이 와장창 깨졌습니다. 결혼한 걸 후회했고 부부싸움도 잦아졌습니다.
그렇게 십 년을 살다가 2007년 마음수련 명상을 하면서 기억 속에 있는 마음의 사진 버리기를 몇 달째, 연애 시절처럼 낭만적이고 자상한 남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니 자기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남편이 멋져 보이고, 집에 오면 쉬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이해되더군요. 어느 날 남편이 한마디 하더라고요.
“마음수련을 하니 사람이 이렇게 바뀌는구나. 고마워, 감동했다.”
똑같은 약혼식 사진인데, 사진처럼 남편에게 떠받들려지길 바랐던 마음을 버리고 나서 다시 보니, 오직 사랑 가득한 우리 부부입니다. 결혼하길 정말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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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먹는 걸 좋아했다. 세상엔 먹고 싶은 것투성이였다. 배가 불러도 먹고,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팠다. 밥도 보통 남자들보다 많이 먹었고, 과자도 애들보다 많이 먹었다. 먼저 먹어야 힘을 내서 일할 수 있다는 강박관념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먹으면 살찌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 때문에 먹으면서도 고민을 했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 나는 다른 엄마들과 나의 차이를 알았다. ‘다른 엄마들은 자식 먼저 챙겨 먹이는데 나는 왜 나부터 먹을까, 내가 왜 이렇게 먹고 있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명상을 하며 비로소 내가 과식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살아온 기억을 떠올려 버리다 보니 엄마의 칭찬 한마디가 떠올랐다. “너는 참 밥을 맛있게 먹는구나.”
솔직히 나는 다른 형제들에 비해 특별히 잘하는 게 없었다. 그런 내게 엄마가 유일하게 칭찬해준 것이 바로 밥을 잘 먹는다는 거였다. 그 칭찬이 좋았고 더 듣고 싶었다. 점점 더 먹는 것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과식을 당연하게 여겼다. 음식만 보면 아이도 신랑도 눈에 보이지 않았고,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일단 나의 허기부터 채워야 주위 사람들이 보였다.
생각해 보니 아버지도 당신이 드시기 전에 자식들이 먼저 먹는 걸 싫어하셨다. 나는 아버지를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버리고 싶어 살아온 내 모습과 내 생각, 관념들을 빼내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더 이상 먹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먹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사라지고, 옆에서 먹는 얘기를 해도 동요하지 않는다. 이젠 음식을 보면 다른 사람 먼저 챙겨줄 줄도 안다. 그렇게 나는 과식 습관에서 벗어났다.

 

참고 도서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캐런 킹스턴 저 / 도솔
<정리 플래너> 제니퍼 베리 저 / 나무발전소
<성공 정리법> 캐슬린 켄달 택케트 저 / 큰나
<큰 쓰레기통을 사라> 우스이 유키 저 / 산수야
<버리는 기술> 다쓰미 나기사 저 / 이레

2010. 10. October 월간마음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