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내와 그리고 같이 살고 있는 부모님과 넷이서 고향으로 벌초를 갔다 왔습니다. 왕복 8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지만 아버지는 일 년에 한 번 고향 가는 길이 기쁘신지 주무시지도 않고 창밖을 내다보며 연신 이야기꽃을 피우십니다. 이때 항상 말동무가 되어드리는 게 아내입니다. 벌초하러 올라가는 길목, 아내가 밤나무 밑에 멈췄습니다. “어머나, 밤이 벌써 익었네요. 아버님 잠깐만요, 여기서 밤… Continue reading
"나야나의 가족이야기"
중2라는 생명체, 그것이 알고 싶다!
본 사건은 얼마 전 올림픽공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저희 제작진 앞으로 한 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중학교 2학년 딸아이의 문자였습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아빠 9시까지 데리러 와줘요~ ♥♥ 제작진은 급히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딸아이의 엄마 즉 아내와도 동행을 했습니다. 그 시각 이후 올림픽공원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제작진은 딸아이와의 약속 시간보다 30분쯤 이른 8시 반에 올림픽공원에… Continue reading
아내의 뻔한 말투 원조를 찾습니다
글 백일성 17년 결혼 생활을 하다 보니 가끔 아내가 하는 말 중에 틀에 박힌 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런 말투의 원조를 한번 찾아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어제 저녁에만 해도 몇 가지 그런 말투가 나왔습니다.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거실을 한가롭게 어슬렁거리는 제 곁으로 아내가 다가옵니다. 그리고 한마디 던집니다.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Continue reading
아들과 함께하고 싶은 101가지 -낚시 편
글 백일성 얼마 전 같은 동네에 사는 아랫동서와 소주 한잔을 나누다 술기운에 아들 녀석들 데리고 낚시 한번 가자는 약속을 했습니다. 저에게는 고1 아들 녀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랫동서는 중1, 초등 4학년 아들 둘이 있습니다. 비록 저는 낚시는 좋아하지 않지만 늘 꿈꿔왔던 새벽안개 속에서 아들 녀석과의 밤낚시를 상상했습니다. 남자 다섯 명이 낚시를 갑니다. 차 안 풍경이 새벽… Continue reading
밤마다 동물 흉내 내는 아내
글 백일성 저녁 식사가 끝나고 아내가 방으로 들어갑니다. 잠시 거실에서 뉴스를 보고 저도 방으로 향했습니다. 방문 가까이 다다르자 방 안에서 간헐적인 신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방문이 열리면서 신음 소리는 좀 더 크게 들렸습니다. 아내가 파란 요가 매트를 깔고 그 위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그렇게 아내는 눈까지 지그시 감고 두꺼비 자세를 하고 가끔 신음 소리를 내뱉고 다시 자세를… Continue reading
아내가 쌈닭이 됐습니다
글 백일성 우리 집에는 축구의 명가 ‘FC 바르셀로나’에 버금가는 존재가 있습니다. 일명 ‘FC 복희’로 불리는 제 아내가 있습니다. ‘파이터 치킨’ 약자 FC입니다. 즉 쌈닭입니다. 어젯밤도 FC 복희가 상대를 찾아 거실을 어슬렁거립니다. 고개를 까딱까딱 움직이며 주위를 돌아봅니다. 자율 학습을 끝내고 온 고1 아들 녀석이 걸렸습니다. 일단 톡 톡 쪼기 시작합니다. “30분이나 늦었네?” “뭐,.. 그냥… 뭐…” 아들… Continue reading
어른들을 위한 동화
글 백일성 저희 동네에 제가 형님으로 모시는 결혼 19년 차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그날은 형수님 생일이었습니다. 평소에는 토요일 출근도 안 하시는 형님이 갑작스럽게 출근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늦은 오후에 퇴근하며 집에 계신 형수님한테 평소 잘 부르지도 않던 이름까지 불러가며 전화를 하셨다고 합니다. “은숙아~ 주차장으로 좀 내려온나.” 3층 집에서 계단을 내려오며 형수님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3층 계단을… Continue reading
얼마 전 결혼한 후배 화니에게
글 백일성 조금 전에 새색시와 포장마차에서 대합탕에 소주 한잔 한다며 전화했었지. 그렇게 한참 깨 볶을 신혼인 너한테 결혼 17년 차 인생 선배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 하나 해줄게…. 그냥 며칠 전 있었던 내 하룻밤 사이의 평범한 일상이야. 언뜻 들으면 뭐가 슬퍼? 하겠지만, 너도 세월이 흐르고 잘 곱씹어 보면 너무 슬픈 이야기니까 들어둬. 우리 부부 며칠… Continue reading
우리 집에는 다섯 명의 현인이 삽니다
글 백일성 거실에 앉아 있는데 부모님 방이 시끄럽습니다. 두 분 다 극에 대한 몰입도가 굉장하십니다.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가서 두 분 옆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극이 끝나갈 쯤 한마디 했습니다. “만날 그게 그거고 뻔한 드라마 뭐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보세요?” 어머니가 힐긋 고개를 돌리고 한마디 합니다. “그래서 너는 술맛을 몰라 만날 처먹고 다니냐?” 43살 범인이 물었습니다. “뻔한 드라마… Continue reading
응급실로 향하는 아내의 굳은 심지
글 백일성 일요일 오후 아내가 안방 화장실 안에서 문을 빼꼼 열고, 마치 영화 ‘링’에 나온 귀신 사다코처럼 머리를 풀어헤치고 화장실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놀래서 지켜보고 있는 저에게 힘겹게 한마디 합니다. “자기야… 아… 아… 병원… 가자… 아….” 전날 밤부터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속이 안 좋다고 하더니 아침에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밥도 못 먹고 죽도 겨우 한 수저…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