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희망 준 젊은이들의 꿈과 도전_슈퍼스타K 허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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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오디션’이라 불리는 ‘슈퍼스타K’. 최종 결선에서 대국민 문자 투표 결과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면서 허각의 이름이 불려질 때, 가슴을 졸이며 바라본 많은 시청자들이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노래를 잘한다는 것 외에는 그저 길을 가다 흔히 마주칠 수 있는 그런 젊은이들이 모여 벌인 오디션이었는데, 결말은 한 편의 해피엔딩 드라마를 본 것처럼 감동적이었습니다.
최현희 문화칼럼니스트 , 사진 제공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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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이겨낸 사연들, 인간성도 실력이다

준결승을 치르면서 많은 사람들은 외모와 노래 실력을 겸비한 존박의 우승을 점쳤지요. 하지만 또 많은 사람들은 노래 실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허각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듯했습니다. 외모도 출중한 편이 아니고 나이도 많은 편인 허각의 강점은 뛰어난 가창력, 그리고 중요한 또 하나, 따듯한 마음과 진실함입니다. 더욱이 어려운 성장기를 보낸 그이기에 허각씨의 우승은 시청자의 염원이 되었나 봅니다.
Top 11에 올라온 참가자들 대부분 부유한 환경인 경우는 없어 보였습니다. 평범한 줄 알았던 우리 젊은이들에게 어찌나 그렇게 저마다 사연들이 깊은지요. 그런데 그 사연의 공통점은 모두 ‘노래’로 자신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꿈을 키워왔다는 점에서 참 대견했습니다.
특히 열네 살 때부터 노래를 불렀다는 허각의 이야기는 단연 관심을 모았습니다. 어려서 부모가 헤어지고, 아버지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았던 그는 어려운 형편에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 적도 없고, 다른 참가자들처럼 악기 연주도 못합니다. 동네 쇼핑몰 대회에서 처음으로 노래 실력을 인정받은 후 쌍둥이 형과 함께 각종 동네 대회에서 상을 휩쓸다가, 행사를 다니며 노래를 익혀왔다지요. 방황의 시절, 중학교를 중퇴했다 뒤늦게 복학해 졸업했고 당연히 아버지는 아들이 노래하는 것을 많이 걱정하고 반대했다 합니다.
올해 26세의 환풍기 수리공 허각은 몇 년 전 쌍둥이 형과, 유재석씨가 진행하는 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헤어진 어머니를 만났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미 새 가정을 꾸리고 있었고 그 가족들은 쌍둥이 형제의 존재를 몰라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를 이해한다는 착한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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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박의 어머니, “허각이 일등이면 더 좋은 일”

합숙 생활과 미션 수행이 방영될 때 참가자들이 떨어져 있던 부모와 해후하는 장면도 나오고, 또 탈락한 자식을 격려하고 안아주는 부모님 모습도 나옵니다. 자기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을 텐데, 큰 품으로 남의 자식까지 껴안은 그 든든한 부모님들을 볼 때마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없는 참가자들에게 마음이 쓰인 것도 인지상정이겠지요. 특히 허각에겐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형편상 아들을 응원하러 오지 못했던 존박의 어머니에게 비행기 티켓을 선사한 이는 뜻밖에도, 처음부터 존박을 친동생처럼 챙겨온 허각이었습니다. 미션에서 우승한 그에게 소원을 묻자 존박의 어머니에게 드릴 비행기 표를 사달라고 했답니다.
허각의 배려로 존박의 어머니가 드디어 합숙소로 아들을 찾아와 눈물로 포옹을 할 때,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허각을 생각해 마음 아팠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자상하고 성실한 아버지와 우애 깊은 쌍둥이 형이 있지만 어머니의 빈자리는 컸을 겁니다. 그의 노래가 간절한 이유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일지도 모르지요.
결승 무대에서 라이벌이 된 존박의 어머니도 허각을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마음 편안하게 해라. 네가 일등하면 잘돼서 좋은 일이고, 허각이 일등을 하면 더 좋은 일이다. 힘들게 자랐는데 얼마나 좋은 일이냐’라는 내용의 편지가 전해질 때 참 공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개인의 사연들이 지나치게 밝혀진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래서 더 공감했던 건 아닐까요. 어려운 환경을 잘 극복해낸 젊은이라면, 사람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도 한 번 더 생각해 보았겠지요. 그리고 그 어려움을 ‘노래’라는 긍정적인 정서로 풀어낼 수 있는 젊은이라면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는 진심이 담길 겁니다.
음악은 귀로 듣지만 그것만 갖고 감동이 전해지지는 않습니다. 노력과 거기서 묻어나는 따스함이 더해질 때 우리는 노래를 가슴으로 듣고 노래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가집니다. 그래서 당연히 인간성도 실력인 겁니다. 언젠가부터 외형과 배경, 성과주의를 당연한 듯 생각해온 우리에게 인간성이 왜 가장 중요한 실력인지 보여준 것이지요.
가수 윤종신씨는 최종 심사 평에서 “허각씨는 정말 간절함만큼은 언제나 일등이었다”라고 했습니다. 이승철씨의 심사 평도 기억에 남습니다.
“허각씨는 이 땅에 많은 노래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노래가 많이 인스턴트화되고 있는데, 앨범 나오면 노래 연습보다는 복근 운동부터 하는 가수들이 많죠. 허각씨는 노래로 승부하는 가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그의 힘들고 어려웠던 환경보다는 훌륭한 가수로 성장해가는 그 모습을 지켜봐주고 싶습니다. 참가한 젊은이들 모두, 그렇게 꿈이 자신을 더욱 성장시키는, 행복한 가수가 되길 바랍니다.


2010. 12. DECEMBER 월간마음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