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고민 상담소

30대 중반의 미혼 여성입니다. 수십 년간 편찮으신 엄마가 최근 몸이 더 안 좋아지면서 부쩍 저에게 의지를 하십니다. 결혼한 다른 형제들이 있지만, 불편하다며 저하고만 살려고 하시지요. 요즘 들어 엄마는 둘이 한적한 시골에 가서 살자 하십니다. 그렇지만 한창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제가 그런 결정을 하기란 쉽지 않네요. 일을 그만두고 엄마를 모셔야 하나 싶다가도, 그냥 이렇게 제 삶을 포기했다가 후회와 원망이 남을까 두렵습니다. 어머니와 제 삶 모두 지혜롭게 꾸려갈 방법이 없을까요.

저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4년 전쯤 엄마가 담도암에 걸리셨어요. 막 결혼하고, 일도 하고 있었을 때였죠. 아빠도 대장암으로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엄마가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그래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엄마를 돌보았어요. 그런데 힘들더라고요. 특히 환자들은 작은 것에도 섭섭해하고 민감하시니까요. 저도 ‘내가 이 정도 했으면, 엄마는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면서 자꾸 바라는 게 생기고. 계속 이러다가는 오히려 서로 원망과 상처만 남을 것 같았습니다. 6개월 만에 가족들과 상의해서 형제들과 분담을 했어요. 처음엔 당황한 듯했지만 형제들도 이제야 자식 노릇 한다 싶어 마음이 편하다 하고, 엄마도 자식들 키운 보람이 있다고 하십니다.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항상 내 심정을 엄마와 형제들에게 솔직하게 말하세요. 그러다 보면 방법이 나옵니다. – 문지혜 / 직장인

어머님께서 몸이 좋지 않으니, 그럴수록 가장 믿는 따님께 의지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암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님을 7년 동안 모셨지만 돌아가신 후 엄청 울었습니다. 잘해드린다 했지만 어머님의 고통까지 느끼지는 못했던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되, 엄마 때문에 따님의 인생을 발목 잡히고 자기 일까지 잊어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어머님이 서운하시겠지만 가족과 잘 상의하셔서 가까운 요양원에서 친구들과 치료받으시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혼자만 감수하고 고통받지 마시고 다른 형제분들과 잘 상의하세요.

– 팔천사 / 블로그(blog.naver.com/a508004) 운영

어머니께서 조금이라도 거동이 가능하신가요?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어머니께서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복지관 같은 데서 좋은 프로그램을 배울 수도 있고, 또래의 친구들도 만나다 보면 마음도 많이 편해지실 수 있을 겁니다. 딸이 보살펴드릴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요. 지금이라도 어머니가 남은 삶을 스스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셨으면 좋겠네요. – 구복서 / 간호사

저는 엄마가 얼마 전 돌아가셨지요. 엄마가 몸이 안 좋아지시면서 병원 생활을 할 때, 저도 님과 같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저에게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고 떠나고 마셨지요. 제가 님이라면 일단 어머님을 모시고 시골에 내려가겠습니다. 요즘은 재택근무도 많으니, 집에서도 가능한 일을 찾아 해가면서 어머니를 돌보는 거지요. 그렇게 해보면, 엄마의 마음도 풀릴 것이고 님도 후회가 안 남지 않을까요? 한번 시작해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길을 찾아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이희정 / 직장인

집에 아픈 엄마를 혼자 두고 직장에서도 편하게 일할 수가 없으시겠네요. 저는 따님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주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네요. 노인장기요양 방문 서비스나 바우처 사업 등 해당 건강보험공단운영센터와 구청의 사회복지과를 찾아가면 자세히 안내해줄 거예요. 물론 처음에는 어르신의 거부감이 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꾸 방문해서 말씀도 경청해 드리고 실제적인 것들을 도와드리다 보면 달라지십니다. 꼭 가족들만이 어르신을 돌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어르신을 내 부모님처럼 모시기 위해 준비하며, 자격을 갖춰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답니다. 혼자만 고민을 안고 있지 마시고, 사회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아보세요. 분명 행복한 시간들이 올 겁니다. – 김숙이 / 전남 화순 효성노인복지센터장

50대 중반의 남자 직장인입니다. 아이가 셋인데, 첫째가 대학생이고 나머지는 고등학생, 중학생이에요. 이 아이들 어떻게 키울까 앞길이 막막한데, 퇴직 압박만 다가옵니다. 젊은 사람들은 치고 올라오는데, 몸은 잘 안 따라주고, 머리도 예전만큼 안 돌아가고요. 집에서는 근엄한 가장처럼 보이지만, 제 안의 자신감은 점점 사라지네요. 제가 이 아이들을 끝까지 잘 키울 수 있을지 하루하루가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