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노는 아저씨의 친절한 고민 상담소

 

남자 친구와 사귄 지도 이제 3년째가 되어갑니다.

그런데 갈수록 남자 친구의 잔소리가 심해집니다. 치마는 너무 짧아서는 안 되고,

그런 말투는 써서는 안 되고, 친구들하고 조금만 오래 통화를 해도 싫어하고,

무슨 얘기만 하면 이래라 저래라…. 짜증이 나다가도 또 저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녹고. 그런데 또 잔소리를 하면 싫고. 남친에게는 미안하지만,

남친에 대한 마음이 오락가락하네요.

비가 오는 날이면 시냇가에 묻어둔 엄마가 걱정돼서 슬피 운다는 청개구리 이야기를 가만 생각하면 참 답답한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만 하는 새끼 청개구리,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닌데 요령껏 반대로 나가서 실컷 놀아라, 밤늦게 들어와라, 밥 먹지 마라, 공부하지 마라…. 요렇게 잔소리를 했으면 비 오는 날에 처우는 넋 빠진 개구리가 아닌 무지개 연못의 반듯한 엄친 청개구리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연애 기간 3년 차 남친의 잔소리가 듣기 싫으시군요. 남친이 위에 엄마 청개구리처럼 요령 없이 잔소리 돌직구를 계속 던지고 있으니 사실 청개구리가 아니라도 듣기 싫은 게 당연할 겁니다. 관심의 표현이라고 위로하기에는 도가 지나친 간섭의 잔소리로 들릴 뿐이지요. 잔소리라는 게 그렇습니다. 하는 사람은 조금만 더 생각하고 고쳐주면 될 거 같은데 그걸 안 해주는 상대방이 야속한 거고,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듣고 있으면 머릿속으로 맴도는 말이 있습니다. “알아~~ 알아~~ 다 안다고~ 그러니까….”

3년이란 결코 짧은 기간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자칫 서로가 연애의 감이 떨어질 수가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해서 오락가락하는 마음까지 생기셨다면 분명 연애 생활에 적신호가 들어온 게 맞습니다. 서로가 참고 이해하고 조금 양보하는 건 부부 생활의 미덕이지 결코 연애 생활의 미덕은 아닙니다. 적어도 연애 기간 동안은 서로의 불만 사항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중요한 건 상대방의 이러이러한 게 싫어,라고 얘기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런 불만으로 인한 고민녀님 지금의 마음 상황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는 게 좋습니다.

청개구리 엄마가 왜 죽었는지 정확히 나와 있지는 않지만, 짐작건대 화병이 아닐까 합니다.^^ 잔소리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 못지않게 스트레스받을 겁니다. 두 분 건강을 위해서라도 솔직한 대화 나누세요, 꼭~!^^

동네 노는 아저씨 백일성. 올해 나이 42세. 동갑내기 아내와 중딩 남매 그리고 1930년대생 부모님과 함께 한집에서 박 터지게 살고 있음. 3년 전 우연히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이야기 방에 ‘나야나’라는 필명으로 박 터지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남기게 됨. 2009년에는 <나야나 가족 만만세>라는 수필집도 발간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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