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노는 아저씨의 친절한 고민 상담소

저는 평범한 대학생 남자입니다. 그런데 요즘 키 때문에 심각합니다.
169 정도 되는데, 오락 프로에서도 키 작은 게 자꾸 놀림거리가 되고,
실제로 키가 큰 애들이 인기도 많고, 취업도 잘되는 것 같아요.
키높이 깔창이라도 신어야 하나 고민입니다.
키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키 크다고 능력이 더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도 자꾸 큰 친구들 틈에 있으면 주눅이 듭니다.

최00 / 26세. 제주도 거주

흔히 키에 대한 고민을 얘기하면 나폴레옹을 예로 들곤 합니다.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정복하지 않았느냐…. 다 좋습니다.
그런데 이분은 지금 죽은 지가 20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까지 키 얘기입니다.
무덤에서도 썩 좋은 일은 아닐 겁니다. 고민남님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됩니다.
작은 키로 인한 사회적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또 하나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으로 위축되곤 한다는 것.

첫 번째 사회적 불이익은 제가 인생 선배로서 단언컨대 절대 없습니다. 예를 들어 호주에 사는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먹고 삽니다. 조금 작은 코알라가 나뭇잎에 손이 안 닿아서 굶어 죽었다는 해외 토픽 들어 보셨어요? 까치발을 들었거나 남들보다 조금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먹지 않았을까요? 코알라한테 없는 게 우리한테는 있죠. 고민남님이 언급하신 바로 키높이 깔창! 깔 거 깔고 신을 거 신으세요. 충분히 보완됩니다. 그리고 운동하세요. 균형 잡힌 몸매는 한결 커 보입니다.

두 번째 고민, 남들의 시선. 앞으로 서로 부딪치며 살아갈 사람들이 많아 보이시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마음속으로 헤아려 보세요. 내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아마 다섯 손가락 꼽기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TV 등에서 루저 타령을 하고 주위에 키 큰 친구들이 맴돌아도 이 사람들은 절대 님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 있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즉 님의 삶에 어떤 영향도 어떤 자극도 되지 않은 사람과 말들입니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손가락을 꼽을 때 새끼손가락부터 꼽아보세요. 마지막 엄지는 남겨 놓으세요. 그 엄지가 당신, 인생에서 최고는 당신입니다. 자신감 있는 당신이 가장 커 보입니다.


동네 노는 아저씨 백일성. 올해 나이 41세, 동갑내기 아내와 중딩 초딩 남매 그리고 1930년대생 부모님과 함께 한집에서 박 터지게 살고 있음. 3년 전 우연히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이야기 방에 ‘나야나’라는 필명으로 박 터지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남기게 됨. 2년 전에는 <나야나 가족 만만세>라는 수필집도 발간했음. 좌우명이라고 할 거는 없지만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 자주 들었던 말, “지랄도 많이 하면 는다~”를 한 가지 일에 꾸준히 하라는 말로 새기고 살아오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