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노는 아저씨의 친절한 고민 상담소

저를 좋아하는 두 명의 남자애가 있어요.
한 명은 인물도 좋고 다 좋은데 취업을 아직 못 했고,
한 명은 의사라서 결혼하기 딱 좋아요.
근데 전 첫 번째 애가 더 좋아요. 어떡하죠?

27살 김OO양 /서울시 강남구 거주 / 사회 초년생

질문녀님은 맘에는 끌리지만 앞날이 조금은 불투명한 분과

느낌은 없지만 안정이 잡힌 분 사이에서 고민하고 계시군요.

첫 번째 외모는 마음에 드는데 술만 마시면 주사를 부린다.

또는 외모도 좋고 직업도 좋은데 7형제의 장남이다. 또는 직업도 성격도 딱인데 외모가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이다. 또는 외모, 성격, 직업, 집안 다 좋은데 나한테 관심이 없다. 기타 등등 이런 수많은 경우에 비하면 지금 질문녀님은 아주 간단하죠? 두 분 중에 한 분. 그것도 나를 좋아하는 두 사람이 있다는 건 일단 너무 행복한 일입니다.

두 번째 아마도 질문녀님이 고민하는 이유는 어느 한 분을 선택하게 되면

세월이 지난 후에 다른 선택에 대한 아쉬움의 후회일 겁니다. 하지만 후회 없는 선택은 없습니다. 이 아저씨도 결혼 16년 차 접어들었지만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첫 데이트를 했던 뽀얀 얼굴의 선민이가 생각납니다. 물론 제 아내도 해남 군청 송계장이 가끔 생각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부부도, 선민이와 송계장이 선택하지 않은 아쉬움과 그리움의 대상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아옹다옹 16년째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 번째 후회 없는 선택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좀 더 나은 선택은 있겠죠.

그 선택의 키워드는 딱 두 글자 바로 ‘추억’입니다. 제가 말하는 추억은 앞으로 둘이서 만들어갈 추억입니다. 눈을 감고 생각해 보세요. 어떤 분과 아침 식사를 하고 싶고 우리 아이를 안고 싶고 우리 집을 장만하고 싶고 10주년 20주년 와인을 마시고 싶은지.

자, 그럼 오늘 당장은 어떤 분과 아메 아메 아메 아메 아메리카노~~ 한잔의 추억을 만들고 싶으세요? 한 분의 얼굴이 떠올랐으면 그분과 함께하세요~~.

동네 노는 아저씨 백일성. 올해 나이 41세, 동갑내기 아내와 중딩 초딩 남매 그리고 1930년대생 부모님과 함께 한집에서 박 터지게 살고 있음. 3년 전 우연히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이야기 방에 ‘나야나’라는 필명으로 박 터지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남기게 됨. 2년 전에는 <나야나 가족 만만세>라는 수필집도 발간했음. 좌우명이라고 할 거는 없지만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 자주 들었던 말, “지랄도 많이 하면 는다~”를 한 가지 일에 꾸준히 하라는 말로 새기고 살아오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