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노는 아저씨의 친절한 고민 상담소

 

저는 30대 초반의 주부이자, 직장 여성입니다. 근데 항상 예민하고 걱정이 많습니다.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 일이 잘못되면 어쩌나 걱정,

아이가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나 걱정, 밤에 도둑이라도 들까 봐 걱정,

나이 들어 아프면 어떡하나 걱정…. 매사 걱정하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습니다.

이런 내가 싫지만, 자꾸만 걱정이 끊이지 않습니다.

얼마 전 모 보험회사 광고에서 5~6살로 보이는 아이 하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잠자리에서 뒤척일 때 할머니가 선물한 걱정 인형들이 이렇게 외칩니다. “걱정은 우리가 할게요~ 당신은 행복하기만 하세요.” 언뜻 보면 어른들도 갖고 싶은 참 행복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아이 한 명의 걱정을 대신해주는데 손바닥만 한 인형 6개가 밤새 분주합니다. 아이가 아침 출근길 걱정을 하나, 부장한테 올릴 보고서 걱정을 하나, 대출금 상환 걱정을 하나, 열이 안 떨어지는 자식 걱정을 하나. 이런 어른들 걱정을 대신해줄 인형이라면 적어도 최홍만만 한 인형 6개가 밤새도록 우리 머리맡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야 될 겁니다.

주부님은 걱정이 많아서 고민이군요. 한마디로 걱정이 많아서 또 걱정인 건데요, 누구나 대동소이한 걱정들을 많이 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같은 고민이라도 기준점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그 기준점이 높은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걱정을 기준점이 낮은 사람 입장에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이 되는 거겠죠. 이 기준점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걱정을 나눠 가지는 겁니다. 상대를 믿고 말을 하시고, 동료를 믿고 일을 하고, 작은 병이라도 스스로 이기며 커가는 아이를 믿으시고, 가정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남편을 믿으시고, 나이 먹어서도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자신을 믿으세요. 단언컨대 지금 주부님이 하고 있는 걱정 중에 실제로 일어날 일은 10가지 중에 한 가지도 채 안 될 겁니다. 주부님 말씀대로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거죠. 걱정은 알게 모르게 주위 사람에게 전염이 됩니다. 그리고 행복도 전염이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염시키고 싶으세요?

분명 주부님도 누군가의 걱정을 덜어줄 최홍만입니다.^^ 그리고 주부님 주위에도 분명 주부님의 걱정을 덜어줄 최홍만이 있다는 거 믿으시고 ‘돈 워리 비 해피’ 하세요.^^

동네 노는 아저씨 백일성. 올해 나이 42세. 동갑내기 아내와 중딩 남매 그리고 1930년대생 부모님과 함께 한집에서 박 터지게 살고 있음. 3년 전 우연히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이야기 방에 ‘나야나’라는 필명으로 박 터지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남기게 됨. 2009년에는 <나야나 가족 만만세>라는 수필집도 발간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