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노는 아저씨의 친절한 고민 상담소

 

20대 중반 여성입니다. 저는 눈꺼풀은 처져 있고, 코는 눌려 있어요.

외모를 가지고 놀림도 당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웃지만, 그럴 때마다 주눅이 들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없습니다. 주위에 성형을 해서, 정말 예뻐진 사람들을 보면

저도 정말 정말 성형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보수적인 아빠는 절대로 반대를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대로는 자신이 없습니다.

점심시간 직장 동료가 신문에 숨은그림찾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참 진도를 못 나가서 어깨너머로 백조 한 마리를 찾아줬습니다. 그랬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건 백조가 아니라 오리 같은데?” 하길래 한마디 해줬습니다. “숨은그림찾기가 무슨 극사실주의 작품이냐? 누가 순천만 흑두루미 찾으래? 대충 민머리에 주디 튀어나오면 백조나 오리지. 동그라미 쳐~”

처진 눈꺼풀과 눌린 코 때문에 성형을 고민 중이시군요. 세상이 숨은그림찾기의 그림처럼 대충 백조든 오리든 동그라미 치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백조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예쁜 오리 정도는 바라는 게 현실입니다.

 

그럼 성형을 해야 되냐 말아야 되냐 이런 애매한 상황 기준 정해 드리겠습니다. 자신의 얼굴을 가장 모르는 사람이 본인 자신입니다. 항상 평면에 비친 얼굴만 보게 되고 단점만 눈에 들어오다 보니 스스로 착각하기 쉬운 게 본인 얼굴이라 주위에서 너 누구 닮았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의아해합니다. 자신의 얼굴을 모른다는 거죠.

 

고민하실 필요 없이 주위 사람 20~30명에게 물어보세요. 70~80%가 성형을 권하면 용기를 가지고 무리해서라도 하세요. 반대로 70~80%가 반대하면 굳이 하실 필요 없습니다. 어중간하게 나오면 시간적 여유 가지시고 주머니 사정, 시술 부위 등 이모저모 잘 따져보세요. 주위 사람들은 고민녀님의 전체적인 조화까지 볼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판단보다 더 정확할 겁니다. 그리고 아버님 문제는 넉넉잡고 한 달간 아버님 얼굴 특정 부위 트집 잡으세요. 예를 들어 머리가 크다든지 콧구멍이 짝짝이라든지. 아버님이 짜증 내시면 그때 말하세요. 저는 이런 놀림을 20여 년간 받아왔고 앞으로 70년을 더 받고 살 거라고.

  동료가 놓고 간 신문의 숨은그림찾기에서 오리처럼 보이던 백조 머리에 왕관 하나를 그려 넣었습니다. 약간의 성형(?)을 했더니 이제 누가 봐도 백조네요.^^

동네 노는 아저씨 백일성. 올해 나이 42세. 동갑내기 아내와 중딩 남매 그리고 1930년대생 부모님과 함께 한집에서 박 터지게 살고 있음. 3년 전 우연히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이야기 방에 ‘나야나’라는 필명으로 박 터지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남기게 됨. 2009년에는 <나야나 가족 만만세>라는 수필집도 발간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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