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사건은 얼마 전 올림픽공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저희 제작진 앞으로 한 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중학교 2학년 딸아이의 문자였습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아빠 9시까지 데리러 와줘요~ ♥♥
제작진은 급히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딸아이의 엄마 즉 아내와도 동행을 했습니다. 그 시각 이후 올림픽공원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제작진은 딸아이와의 약속 시간보다 30분쯤 이른 8시 반에 올림픽공원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 시각 그곳에서는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가 막 끝나고 딸아이 또래의 아이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딸아이는 두 달 전 이미 예매를 마치고 조금 전까지 저 공연장 안에서 미친 듯 직렬 5기통 점핑을 3시간가량 했을 것입니다.
제작진이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내리려는데 동승한 아내가 제작진을 만류했습니다. 순간 제작진이 멈칫한 사이에 아내는 한곳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제작진의 차가 주차한 바로 맞은편 벤치였습니다. 제작진이 놀란 건 운 좋게 바로 그 자리에 딸아이가 앉아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딸아이의 행동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우리는 차 안에서 딸아이의 행동을 잠시 지켜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제작진에 비친 딸아이의 모습이 어딘가 어색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어색함의 실체는 곧 드러났습니다. 딸아이의 안경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늘 끼고 다녔던 안경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딸아이가 눈을 희번덕 까뒤집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옆에 동승했던 아내의 방언이 터졌습니다.
“저 가시나 렌즈는 또 언제 몰래 샀데? 저 삐~~ 삐~~”
얼마가 지났을까 딸아이는 렌즈를 정리하고 안경을 썼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허리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신발을 벗었습니다. 신발은 집에서 신고 나갔던 그대로의 운동화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운동화에서 검은 물체의 무엇을 꺼내는 듯 보였습니다. 이때 아내의 2차 방언이 터졌습니다.
“저 삐~~~ 깔창까지 깔고 다니네… 어머나! 두 겹이야! 저 삐~ 가시나!”
그리고 곧이어 제작진을 더욱 놀라게 한 광경이 눈앞에서 벌어졌습니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딸아이의 흰색 블라우스였습니다. 바로 시스루룩이었습니다. 집에서 후다닥 입고 나갈 때는 몰랐는데 밖에서 보니 모기장 같았습니다. 아내의 3차 방언이 터졌습니다. “삐~ 삐~ 삐~~~~~~~~~~~ 저 미친 XX 염색체!”
제작진은 이쯤에서 동승한 아내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습니다. “아니 요즘 애들 저 정도는 다 하고 다니잖아. 송이가 배꼽에 피어싱을 하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뭐.”
그런데 제작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딸아이가 벤치 뒤로 가더니 블라우스를 약간 걷어 올렸습니다. 제작진과 아내가 동시에 숨이 멈춘 그 순간… 딸아이는 흐트러졌던 옷을 추슬렀습니다. 잠시 긴장됐던 차 안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렇게 딸아이는 20여 분간의 단장(?)을 마치고 제작진과 아내를 맞이했습니다. 물론 지켜본 거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3일이 지나서 이 생명체가 배가 아프다며 병원에 갔습니다. 의사가 위염기가 있다고 스트레스 주지 말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기가 차고 억울해서 미쳐 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 아니 정말 지가 뭘 했다고.
이런 제작진의 마음, 중2 생명체를 키우시는 모든 분들은 다 공분하실 거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중2 생명체를 키우시는 모든 시청자들에게 한마디만 묻고 싶습니다.
첫 뒤집기를 성공하고 방긋 웃었고 배밀이를 하며 바동거리고 첫 걸음마를 하며 뒤뚱뒤뚱 아빠에게 걸어와 두 팔을 흔들며 안겼던 그 깨물어 버리고 싶었던 딸아이는 도대체 어디 가고 하루 종일 휴대폰으로 같은 생명체들과 교신하는 그냥 물어 버리고 싶은 저 외계인은 어디서 툭 하고 나온 걸까요? 그것이 정말 알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