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옷장, 취업 정장을 나누다

취재 문진정

직장인들의 정장을 기증받아 면접용 정장이 필요한 청년 구직자들에게 저렴하게 대여해주는 곳이 있다. 셔츠는 5천 원, 정장 한 벌은 1만 원 정도. 유행이 지난 옷은 디자인을 고쳐주기도 한다니, 헉~하게 비싼 정장값이 부담되었던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대~박이다.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박금례, 한만일, 김소령, 윤정용, 이혜영, 이혜원씨. 2011년 9월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배움터인 희망제작소 ‘소셜디자이너스쿨’에서 만나 ‘열린옷장’ 아이디어를 냈고 2012년 7월 온라인 사이트를 오픈하였다고 한다. 팀원 6명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운영하고 있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 말이 쉽지 투잡이 어디 보통 일인가. 암튼 현재 기증받은 정장이 약 140벌, 대여자는 약 50명에 이르렀고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 같다고 한다.

참여 방법은 다음과 같다.

기증하고 싶을 때  

① theopencloset.net에 접속한다.
② 연락처와 주소를 남긴다.
③ 정장을 담을 박스가 집으로 배달된다.
④ 응원 메시지를 적어 옷과 함께 반송한다.
⑤ 기증된 옷은 세탁, 수선을 거쳐 열린옷장 홈페이지에 등록된다.

대여하고 싶을 때

① theopencloset.net에 접속한다.
② 필요한 정장을 고른다.
③ 주소, 연락처를 기입한 후, 대여료를 입금한다.
④ 배달된 정장을 받아 잘~ 입는다.
⑤ 정장을 입은 후 착용 소감, 메시지를 적어 옷과 함께 택배로 반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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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사람 : 박금례씨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많이 들었던 얘기가 ‘낡은 정장을 누가 입어?’ 예요. 그런데 대학교 4학년 학생 열 명 중 아홉 명 이상이 면접용 정장 구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취업준비생들뿐 아니라 고등학생의 학부모, 갑자기 정장이 필요한 직장인들도 많으세요. 한두 번 입을 옷이라면 ‘빌리는 게 효율적이다’라는 생각들이 점점 생겨났으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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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사람 : 한만일씨  

열린옷장의 장점이 있다면 옷마다 기증자분과 대여자분의 이야기를 쌓아나간다는 거예요. 보통 물건을 기증하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는데, 열린옷장의 기증자는 옷 대여 여부와 대여 소감을 메시지로 받게 됩니다. 대여자와 기증자 간에 인생의 선후배로서 면접, 진로, 회사 생활 등 도움을 주면서 계속 교류해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박원순 시장님께 기증받은 옷이 시청 공무원 면접 준비자에게 대여가 되어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것처럼요. 대여자와 기증자 간의 모임이나 이벤트도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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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자 : 이정성 26세. 취업 준비생

정장이 없어서 취업캠프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을 하던 차에 열린옷장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힘이 되더라고요. 덕분에 모의 면접에서 1등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당장 정장을 가지고 있어도 세탁이 안 되어 있거나 장소에 맞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필요한 옷을 곧바로 빌릴 수 있으니 대여료 몇 배의 가치를 주는 것 같아요. 9월부터 하반기 공채가 시작되는데 모의 면접에서 1등 한 것처럼 실제 면접에서도 1등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저도 정장을 기증하고 싶습니다. 다른 구직자분들도 열린옷장을 이용하시면서 꿈을 이루는 데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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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자 : 고주연 28세. 초등학교 교사

트위터에서 열린옷장을 알게 되어서 기증하게 되었습니다. 기증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고 누가 빌려갔다는 걸 알 수 있어서 신기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게 재밌었어요. 저도 이 정장으로 임용고사 실기 시험을 봤는데요, 다른 대여자분들도 정장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덜어진 만큼 하시는 일이 모두 잘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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