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애들아, 선생님, 동생들, 사정이 있어서 휴대폰을 이제 안 쓸 거야!!! 헤어지려니까 눈물이 나오네 ㅠㅠㅠㅠ 이제 문자는 못 하지만 연락처는 삭제하지 마라죠. 나도 전화번호 다 적어 노을 테니까!! 답은 안 해죠도 되…. 이제….ㅠ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게 저장되지 않는 번호였다. 우리 반 아이 같은데 대체 무슨 상황일까. 나는 갑자기 당황했다. 답을 보내려 해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손만 떨렸다. 바보같이 안절부절못하다가 ‘아참! 통화!’ 하고 정신을 차렸다. 아이는 정말로 울고 있었다.
“선생님이다. 왜 그래?” “흑흑흑….” “왜 울어? 무슨 일인데?” “흑흑흑….”
전화 속의 우는 목소리는 나이도 성별도 가늠할 수 없었다. 나는 몰라서 미안하다며 네가 누구냐고 물었다.
“흑흑흑… 동수예요.”
아! 동수. 이태 전 학교의 제자이다. 야단을 맞아도 꿀밤을 맞아도 하회탈 웃음으로 넘기는 밝고 명랑한 아이였다. 그런데 이 아이가 지금 꺼이꺼이 운다. 일단 슬픈 아이가 전화를 끊지 않도록 자꾸 말을 시켰다.
“키 크고 잘생긴 동수?” “흑흑… 예.” “요새도 축구 잘하나? 엄마 아빠 잘 계시고?” “흑… 예.” “이제 중학교 가지? 어느 학교에 배정됐냐?” “대양중학교요. 흑.”
아이는 울면서도 묻는 말에 꼬박꼬박 답해 주었고 나도 말을 걸면서 천천히 안정을 찾았다. 휴대폰 때문이었다. 아이는 그것 때문에 아버지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그래서 제 방에 들어와서 마지막 문자를 띄운 것이다. 나는 얼마나 속상하느냐, 원래 아빠들은 그렇게 버럭 하지 않느냐고 토닥거렸다. 하지만 내가 어찌 그 여린 마음까지 온전하게 느낄 수 있을까.
위로가 길어지면 나도 모르게 노파심으로 중언부언할까 싶어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이내 불안해서 문자를 보냈다.
‘동수야, 소나기 같은 슬픔은 금방 지나간단다. 속 풀릴 때까지 실컷 울고 너답게 씩씩하게 일어서기 바란다.’
내가 그날 잔뜩 새가슴이 되어 아이를 달래야 했던 이유가 있다. 바로 며칠 전, 휴대폰 문제로 부모와 갈등을 겪던 옆 반 아이가 불현듯 사라져버린 일이 생겨서이다. 골마루 저쪽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키가 커서 ‘너는 진짜 국제적인 모델감이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던 아이. 선생님과 친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늘 말수가 적고 쑥스러운 듯이 인사를 하던 아이. 나는 그 아이가 없는 옆 교실 앞을 지날 때마다 떨려오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리고 며칠 후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천사들은 그 빛나는 미소로 우리를 쉬게 하고 그 고운 몸짓으로 우리를 위로하고 그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를 경이롭게 한다. 하지만 가끔 어떤 천사는 아주 바쁜 하늘의 부름 때문에 미처 작별 인사를 건넬 틈도 없이 서둘러 우리 곁을 떠나기도 한다. 천사가 너무 바쁘지 않게 오랫동안 함께 있을 수 있게 어른인 내가 뭔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