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 작지만 위대했던 우리들의 도전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울렁증 극복하고 사람들 앞에서 사회 보기

지난해 연말 동호회 모임에서 송년회 사회를 부탁해왔다. 남들 앞에 서는 것 자체가 크나큰 벌처럼 느껴졌던 내겐 참으로 난감한 제안이었다. 회사에 입사해서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자리에서도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지고 손은 땀으로 범벅되고 심장 소리가 온몸으로 느껴질 정도로 사람들 앞에 서는 걸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택해야 했다. ‘한번 나를 내던지고 도전해 볼 것인가, 말 것인가….’ 하지만 살면서 하기 싫다고 무섭다고 피하다가는 나 자신을 넘어설 수 없다는 걸 수없이 느껴왔기에 큰 결심을 하고 사회를 맡게 되었다. 처음엔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얼굴이 굳어갔지만, 작은 말 한마디에도 따뜻한 박수와 함성으로 큰 힘을 실어주시는 동호회 분들 덕분에 나도 몰랐던 잠재된 끼가 나오기 시작했다. 송년회가 끝나고 ‘혹시 전에도 사회를 본 경험이 있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고, 무척이나 기뻤다. 그때의 경험은 마치 누군가가 날개를 달아줘서 강 하나를  넘어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도 누군가가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면 격려해주려고 한다. 그 격려와 위로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줄을 알기에.

이기용 41세. 회사원.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슈퍼스타K2’ 탈락의 상처 극복하고 재도전 결심하다

대학 동기가 같이 하자고 해서 얼떨결에 참여하게 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 한 달간의 힘든 촬영이었지만 꿈같은 시간이었다. 친구들과 열심히 밤을 새가며 음악하면서 한 단계씩 오를 때마다 뿌듯했다. 7~8살 어린 꼬마들의 도전도 자극이 되었고, 노래에 대해 객관적으로 심사 위원분들의 평가를 받으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도 했다. 그렇게 24인 안에 들었지만 거기까지였다. 생각보다 탈락의 아쉬움은 컸다. 친구들이 “얼굴이 많이 안 나왔다”고 할 땐 많이 속상했다. 마음수련을 시작했다. 탈락으로 인해 힘들었던 마음, 주변 사람들의 반응과 시선 등 내 안에 남은 ‘마음사진’들을 버리자 점점 홀가분해졌다. 탈락이 곧 실패라고 생각한 나머지 위축이 많이 됐었는데 다시 도전하고 싶은 자신감도 생겨났다. 처음엔 얼떨결에 참여해서 많이 긴장했지만, 이번엔 진짜 제대로 준비해서 다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후회 없이!

선지혜 24세. 대학생. 동아방송예술대학 영상음악과

고소공포증 이겨내고 암벽등반에 도전한 남편

남편과 함께 쉬는 날이면 산을 찾았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등산 교실에 들어와서 가장 기본적인 등산 상식과 정보들을 배우면서 등산도 학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새롭게 암벽등반을 할 때는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높은 바위 벽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누르고 한 발 한 발 올라서 성공했을 때의 그 느낌. 특히 고소공포증이 있었던 남편에겐 한마디로 기적과 같은 일이었으리라. 산행 도중에 높은 직벽 계단이나 가파른 바위를 만나면 오금이 저려서 제대로 건너질 못했던 남편이었다. 그랬던 그가 바위 벽을 손과 발을 의지해 올라갔고 죽느냐 사느냐의 심각한 자기 갈등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해냈을 때, 그는 어안이 벙벙해했다. 한 번 해냈다는 성취감이 그에게 두둑한 배짱을 선물했나 보다. 자꾸만 바위 벽을 타고 오르내렸다. 두려움과 불안을 누르고 용기 있게 해냈다는 자기 극복, 이것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한계를 지레 긋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마음을 준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도전은 젊음의 특권만이 아니다. 우리 인생길, 그 자체가 도전이고 모험에 찬 길이 아닌가.

이명화  48세. 경남 양산시 물금읍

실 패 가   두 려 워   도 전 하 지   못 하 는   이 들 에 게

스탠퍼드대학 심리학 교수인 캐럴 드웩의 오랜 관심사는 사람들이 실패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가였다. 그녀는 그 연구의 일환으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10세 전후의 학생들에게 쉬운 퍼즐을 풀게 한 다음 매우 어려운 퍼즐을 제시하여 그 반응과 태도를 지켜본 것이다.

그녀는 실패는 똑똑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실패를 두려워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실험 반응을 보고서 큰 충격을 받는다.

일부 아이들은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전혀 움츠러들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어려운 문제 앞에서 오히려 의자를 바짝 잡아당기고 입맛을 다시며 “전 도전을 좋아해요!”라고 외치기까지 했다. 그리고 답을 찾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낙담하지 않았다. 실패했다고 생각하기는커녕 실패라는 인식조차 하지 않고 다만 자신들이 배우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패마저도 배움으로 받아들이는 이 아이들은 캐럴 드웩의 롤 모델이 되었다.

어린아이일수록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니, 실패라는 생각 자체가 없다. 그렇기에 잘하든 못하든 스스로 해보려고 한다.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따지고 시작하지 않는다. 안 되면 마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시도해서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그리고 해내고 만다. 뒤집고, 앉고, 걷고, 뛰고, 신발을 신고, 자전거를 타고, 단추를 잠그는 것 등 아이들은 결국 하나씩 하나씩 터득해 나간다. 그것이 바로 성장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실패와 성공이라는 이분법적 구분 없이 그 모든 것이 배움의 연속이고 하나의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실패마저도 사랑했던 아이들은 점점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바뀌어간다. 집과 학교와 사회에서 ‘틀려도 괜찮아!’ 대신에 ‘잘못하면 큰일 나!’와 ‘틀리면 안 돼!’를 되풀이해서 배우고 또 배우기 때문이다. 게다가 승자독식으로 이어지는 과잉 경쟁 속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계속 커져만 간다. 그러한 두려움은 우리의 삶을 주저앉히고 현재의 삶에 안주하게 만든다. 있는 것을 지키려 할 뿐 도전은 피하게 만든다.

도전 없이 안주하는 삶! 그것이 바로 삶이 성장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우주비행사를 뽑을 때에는 계속 성공만을 한 사람들은 뽑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실패나 시련을 겪었지만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을 뽑는다고 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무런 실패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을 신뢰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실패를 하고 후회를 할 수 있기에 우리는 개선을 이루어내고 성공을 만들어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마음이다. 그것이 바로 성장하는 사람들의 특성이다.

출처 <그로잉(내 안의 성장 본능을 깨워라)>(문요한 저 |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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