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엄청나게 웅장한 공연이었습니다! 저 담담한 모습을 보십시오. 스포츠 선수가 1년 넘게 쉬고도 이런 건 처음 봅니다! 정상의 자리에 올랐을 때 혹독한 경쟁에서 벗어났다가 컴백해서 완벽하게 우승할 뿐 아니라, 올림픽 금메달을 땄던 자신을 능가하는 이런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미국 유니버설 스포츠 해설 위원
3월 17일, 전 세계의 이목은 피겨 올림픽 챔피언 김연아의 연기에 집중되었다. 프리 경기 출전 선수 24명 중 마지막으로 나온 김연아 선수는 ‘레 미제라블’의 아름다운 선율 자체가 되어 빙상 위를 날았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아이스링크를 가득 메운 9천 관중은 기립했고, 세계의 언론들은 ‘여왕이 돌아왔다’며 환호했다. 심판들은 수행, 안무, 음악 해석에 모두 6개의 만점을 주었고, 그것은 신채점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올림픽 챔피언들 중 공백을 가진 뒤의 경쟁 대회에서 성공적으로 복귀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피겨계에 한 획을 그었다는 역대 챔피언들도 뚜렷한 동기 부여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자신의 실력을 과신한 탓인지 하나같이 실패로 끝났었다. 그래서 더욱 기대도 우려도 컸다. 김연아 선수 역시 오랫동안 고민하고 선택한 도전이었다. 선수로서의 그 길이 어떠한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욱 신중했다. 하지만 복귀를 결심한 후에는 그 어떤 고통마저도 기꺼이 감내할 마음의 준비를 마친 것처럼 담담했다.
2년 만의 세계선수권 복귀. 신혜숙 코치의 말에 의하면 김연아 선수는 인터뷰 등 피곤한 일정 때문에 만류를 해도 하루 7시간씩의 훈련을 매일 해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쇼트 프로그램 ‘뱀파이어의 키스’에서의 부당한 롱 에지 판정, 그리고 인색한 프로그램 구성 점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냈다. “피겨는 기록경기가 아니다.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면 된다”고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경기가 끝난 후 전 세계 피겨 팬들은 그녀의 스케이팅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해했고 각국의 해설 위원들은 ‘퀸 연아의 멘탈의 승리’라며 그녀의 정신력을 칭찬했다.
김연아 선수를 향한 찬사는 단순히 스케이트를 완벽히 탄다는 이유를 넘어선다. 피겨 100년 역사상 참가한 모든 대회의 시상대에 오른 유일한 선수, 신채점제 도입 후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4대륙피겨선수권대회,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모두 석권한 그랜드슬램의 선수. 그녀가 피겨 전문 빙상장 하나 없는 나라에서, 7살 꼬마 때부터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어떤 환경에서 피겨를 탔는지 안다면, 누구라도 그녀의 열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김연아의 우승으로 우리나라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부문에서 출전권 3장을 확보하게 되었다. 대회 직후 CBC와의 인터뷰에서 김연아는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 후배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의 금메달 획득으로 자신의 꿈은 이루었지만, 그녀를 다시 선수로 돌아오게 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기에.
선수로 복귀한 후에도 그녀는 최고의 선수로서 해외의 멋진 빙상장에서 훈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어린 시절의 한국 코치들에게로 돌아갔고, 후배들과 함께하는 한국에서의 훈련을 선택했다. 챔피언의 겸손함, 후배에 대한 배려,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는 김연아. 그래서 김연아의 스케이팅은 더욱 아름다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