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에게 배우다

겨울 하늘에 ‘V’자를 수놓으며 기러기 떼가 날아갑니다.
한겨울을 잘 보내기 위해 멀리 시베리아에서 찾아든 것이지요.
그냥 이맘때 흔히 보는 철새 중 하나라 생각했는데,
기러기들이 ‘V’자로 날아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선두부터 서로 날개를 퍼덕이며 공기의 저항을 감소시켜서
뒤의 기러기가 손쉽게 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문제는 누가 ‘힘들고 위험한 V자 대형의 선두를 맡느냐’입니다.
왜냐하면 선두의 기러기는 거친 맞바람을 가르면서 비행해야 하므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모해서 병이 들기 쉽고,
천적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니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기러기들은 힘이 센 누구 하나가 앞장서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전체가 번갈아가면서 선두 자리를 분담한다는군요.
앞장선 기러기가 지치면 뒤로 물러나고
뒤에 있던 기러기가 차례로 앞으로 나서며 리더가 되는 것입니다.
뒤따르는 기러기들은 선두에 선 기러기에게 힘을 북돋아주기 위해,
번갈아가며 ‘끼룩끼룩’ 구령도 붙여준다고 합니다.
그렇게 소리로써 자신뿐 아니라 다른 기러기들에게도
‘우리는 함께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신념과 믿음을 주는 것이지요.
간혹 대형에서 벗어나는 기러기가 생기면 다른 기러기가 다가와
쪼아대거나 야단치는 등 나름 통제하는 시스템도 있다 합니다.
뿐만 아니라, 먼 거리를 비행하다가 병에 걸리는 기러기가 생기면
가족 또는 동료 두세 마리가 함께 이탈하여 아픈 기러기를 돌보고,
이후 건강이 회복되면 다시 함께 이동한다고 합니다.
아픔도 공유하며 끝까지 함께하는 것이지요.

늘 자연에서 배우지만 기러기에게도 배울 게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리더의 역할과 자세, 소통하고 협동하는 정신 그리고 사랑과 배려….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봅니다.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코끝을 스칩니다.
그래도 기러기 떼를 떠올리면 왠지 마음만은 훈훈해지는 것 같습니다.
더욱 따뜻하고 행복한 새해 맞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