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발랄해야 할 학창 시절, 하지만 그녀는 이상하게 항상 불안하고 초조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없어 보였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늘 힘겹기만 한 마음,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던 김경미(31)씨는 스물세 살 마음수련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제 세상의 온갖 걱정을 다 짊어진 듯 무거운 마음으로 지냈던 그 시절의 마음은 다 사라졌습니다. 세상은 원래 이렇게 밝고 환했는데, 내 마음에 갇혀 지냈을 뿐이라는 것도 깨달았지요. 지금은 원래의 그 행복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김경미씨 이야기입니다. 정리 최창원 사진 홍성훈
제 마음은 항상 불안하고 초조했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발표 날을 앞두고, 무슨 일을 앞두고. 늘 걱정도 많고, 생각도 많았지요. 친구들에게조차 “니는 뭐 걱정이 그렇게 많노”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았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계속되자, 병원에 가서 상담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더군요. 나는 너무 심각한데….
한 번이라도 제대로 웃고 싶었던 저는 마음수련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알게 되지요. 세상을 내가 살려 하니 힘들었구나. 우주가, 세상이 알아서 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키워주고 있었는데, 나는 이미 나랑 하나인 그 우주를 못 믿고 있었구나. 그걸 알고 난 후 정말로 편안해지더군요. 이제 내가 살려고 아등거릴 것이 아니라 세상의 순리대로 살면 되는 거니까요.
제가 첫째이다 보니까 부모님은 저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셨습니다. 첫째니까 잘해야 한다, 공부도 잘해야 한다, 예의가 발라야 한다…. 그게 참 갑갑했어요. 부모님의 높은 기대치에 맞출 수도 없었고,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지요. 그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그것이 계기가 돼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공주님 같은 예쁜 캐릭터도 그렸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사악한 캐릭터도 막 그리곤 했어요. 돌아보니 그게 제 마음이었습니다. 선함에 대한 동경, 하지만 또 그 이면에는 미움과 원망이 가득 차 있었던 겁니다. 이제 제가 그리는 그림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스케치북 위의 그림이 아니라, 내가 내딛는 걸음걸음이 세상을 위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되길 바라지요.
저는 예전에는 항상 사람을 믿지 못했어요. 사람이라는 존재가 막연히 싫었지요. 저 사람도 내가 조금만 잘못하면 뒤돌아설 것이다, 그런 불안함이 있었거든요. 내가 실수해서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그런 긴장감 때문에 항상 사람과의 관계가 편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수련을 하던 중 한 가지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굉장히 친했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내가 어떤 실수를 했는지, 친구들이 말도 안 하고, 뒤에서 수군대서 하루 종일 울었던 일. 그때의 충격이 내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 거였습니다. 다시는 상처받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수련을 하는데, 처음에는 잘 안 버려지더라고요. 계속 반복해서 버리다 보니 어느 순간 없어졌고, 그 상처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내 마음에 미움과 원망이 있으면 미움과 원망밖에 안 보이고, 내 마음에 우주가 있으면 상대도 우주로 볼 수 있고 우주로 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모든 사람 안에 있는 우주를 보고, 그 중심을 볼 수 있어지면서 불신도 없어지고 정말 사랑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그 좁은 틀 속에 살던 김경미라는 존재를 버리고 나니, 정말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집도, 남편도, 주위 사람들도 예전에 알던 그 사람이 아니라 새 사람이었지요.
요즘은 낮엔 남편이 운영하는 약국을 도와주고, 저녁이면 시어머니와 함께 수련원에 갑니다. 저 또한 수련하는 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이제는 저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지요. 사실 자기만의 마음세계에서 빠져나온다는 게 그리 만만치는 않거든요. 제가 먼저 겪어온 과정이 있으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조금씩 자기에게서 벗어나면서 좀 더 자유로워지고 행복해하는 분들을 뵈면, 저도 참 행복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