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 구이

“황태 보냈다, 좋은 거니께 구워 먹어”

외할머니께서는 고향 떠나 객지에 사는 손자에게 종종 택배를 보내십니다. “황태랑 야채 좀 보냈다, 몸에 좋은 거니께 구워 먹어.” “어떻게 하는 건데요?”

“별거 아녀. 우선 머리랑 꼬리를 떼고 막 두들겨.
예전에는 방맹이로 두들겼는디 그게 없으면 칼 손잡이 뒤로 혀봐.
그담에 물에 살짝 담갔다가 물기를 빼고 살짝 초벌로 구워.
그걸 양념에 재우는디 양념 만드는 거는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설탕 넣고
깨, 파, 마늘, 술도 한 숟갈 넣으면 되여. 양념이 배일 정도만 재우면 되니께 뭐 그리 오래는 아니고.
그담에 참기름이나 들기름 두르고 다시 구우면 된다, 잘 알어들었제?”

할머니 말씀이 맞습니다. 황태는 해독에 좋은 대표적인 식품으로 독을 빼내는 데는 이만 한 게 없습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북엇국을 먹는 것도 황태가 주독을 풀고 소화기 기능을 보호해주기 때문입니다.

북엇국의 시원한 맛과는 다르게 황태구이의 양념은 황태의 비린 맛도 잡아주면서 매콤하고 달콤한 맛이 적절하게 섞여 입맛을 돌게 합니다. 질감도 부드러워 오래 씹다 보면 황태 고유의 구수한 끝 맛을 느낄 수 있지요. 외할머니 표 황태구이의 깊은 맛을 어릴 때는 미처 몰랐는데요, 직접 만들어 보니 외손자에 대한 사랑과 정성이 새삼 느껴져 한 조각 한 조각 아껴 먹고 있답니다.

1. 불린 황태의 물기를 꼭 짜주세요. 그러지 않으면 초벌구이할 때 기름이 튀어 위험합니다. 2. 황태가 도톰할수록 양념에 충분히 재워주세요. 양념이 속까지 배어야 맛있답니다.

한의사 서정복님은 1981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동의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 강동구에 있는 동평한의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의학만큼이나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는 마음씨 따듯한 청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