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자적살롱, 은둔하는 청춘과 음악으로 소통하다

취재 문진정 & 사진 홍성훈

학교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나 홀로 집에만 있는 청소년들을 집 밖으로 불러내 음악도 가르쳐주고 재미있게 놀아주기도 하는 형, 누나 혹은 삼촌들이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모여 만든 사회적 기업 ‘유유자적살롱(줄여서 유자살롱)’이다.

2009년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 자리를 잡은 ‘유자살롱’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집에만 있는 ‘무중력 청소년’들에게 음악과 밴드 활동을 통해 자신감과 사회성을 키워주는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이름 하여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

이들이 말하는 ‘무중력 청소년’이란, 학교나 친구 등 사회의 ‘중력장’에서 벗어나 혼자 고립된 채 외로움, 우울감, 낮아진 자존감으로 무기력하게 지내는 아이들을 말한다. 그런 친구들 또한 적절한 기술을 배우거나 친구를 만난다면 중력을 거슬러 무한히 날아오를 수 있기에, 이들에게 작게나마 중력장을 만들어주고, 그런 친구들을 적당한 중력으로 품어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은 것이 유자살롱 멤버들의 마음.

현재 이충한, 전일주 공동대표 그리고 정호경, 고서희, 정신우, 한겨레씨까지 모두 여섯 명의 뮤지션들이 함께하고 있으며 올가을 6기째를 맞이했다. 한 기수의 수강생은 8~10명. 공식적으로 책정된 수강료는 있으나 수강생의 반 정도만 전액을 낸다. 나머지 운영비는 ‘유자밴드’의 공연, 외부 음악 작업 수입이나 후원금으로 마련된다.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는…

대상 : 울 수도권 거주 혹은 통학 가능한 15~24세. 특별한 사회 활동을 하지 않고 종일 집에서 지내며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서류상 학교에 등록되어 있어도 무관)

수강료 : 월 40만원 × 3개월 (학생들의 사정에 따라, 서태지 팬들의 모임인 ‘매니아 기빙 서클’의 장학금으로 감면, 혹은 전액 면제의 혜택이 있음)

문의 : 070-4268-5177  hello@yoojasalon.net

요즘 학교를 자퇴하는 학생만 1년에 7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자퇴는 안 했더라도 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심한 경쟁 상황에 대한 압박감으로 학교를 겉도는 친구들도 많고요.

그 친구들에게 뭘 가르친다기보다 “그 나이 때는 그게 당연하다” “네 잘못이 아니다” “사실 나도 힘들었는데 이런 과정들이 다 지나고 나니 나중에는 도움이 되더라, 걱정 말자”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줘요. 솔직히 음악인들도 은둔 기질이 있거든요. 유자살롱 스태프들도 평균보다는 외롭게 자란 편이라 경험에서 나오는 공감대가 있어서인지 아이들이 더 신뢰를 하고 마음을 여는 것 같아요.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공부하고 경쟁해야 하는 힘든 상황에 공감해주고, 말을 건네고, 들어주면서 사회의 ‘중력 발전소’ 역할을 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악기를 조금씩 배우다가 나중에는 합주를 하는데, 합주라는 게 틀렸다, 맞다, 따지기보다 노래에 자기 악기를 맞추고 서로의 마음을 맞추는 일종의 비언어적 의사소통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밴드 활동은 사회적 소통을 시작하는 데 아주 좋은 계단인 셈이에요. 3개월쯤 지나면 ‘얘들이 왜 여기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만큼 에너지가 가득 차 있어요. 한창 웃고 떠들고 놀 나이인데, 그걸 이삼 년 동안 못 하다가 여기서 3개월 동안 즐겁게 지내는 걸 보면서 마음이 울컥할 때도 있고요.

프로그램이 끝나고 검정고시를 봐서 대학에 간 친구도 있고, 대안학교를 간 친구도 있고, 친구끼리 밴드를 만든 경우도 있습니다.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자기와 비슷한 친구들을 돕고 싶다는 아이도 많고요. 은둔을 해봤던 그 친구들이 제2의 유자살롱을 만든다면,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외롭고 절망스러운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겠죠.

그게 진짜 유자살롱인 것 같아요.

‘유자살롱’ 공동대표 이충한씨

저는 16살이고 ‘유자살롱’에서 기타를 배우고 있습니다. 작년에 4기로 시작했는데 5기 때 심화 과정을 끝내고 지금은 또래 스태프로 6기 친구들을 도와주고 있어요. 중1 여름 방학 끝나고부터 학교에 안 갔어요. 집에만 1년 넘게 있다가 몸이 아파서 3개월 정도 병원에 있었는데 병원 선생님이 유자살롱을 소개해주셨어요.

제가 좀 사람 만나는 게 무서웠는데 밴드를 하고 합주를 하다 보니까 꼭 이야기로 사람을 사귀는 게 아니구나, 싶어서 좋았어요. 자기 악기, 역할을 가지고 만난다는 거요. 또 선생님들이 이야기를 잘 들어주세요. 새로운 해결 방법을 찾아줄 때도 있고, 안 되면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것밖에 안 하지만 그래도 좋은 것 같아요.

여기 있으면서 사람들 만나는 것도 재밌어지고 스스로 뭔가 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이 기회에 유자살롱 선생님들께, 아… 오글거려서 한마디밖에 못 하겠는데…. ㅎㅎ 감사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그램 4기 참가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