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랄라 세션’과 ‘임윤택’에게 경의를…

지현정 문화칼럼니스트

‘울랄라 세션’은 <슈퍼스타 K3>에 출연해 까칠한 심사 위원 이승철로부터 “너무 프로라서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극찬을 들을 만큼 실력파 그룹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32세의 리더 임윤택은 위암 4기의 환자로, 나날이 파리해지는 그의 얼굴은 보는 이의 마음마저 옥죄게 합니다.

10월 28일 방송에선 심사 위원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미션이었는데, 울랄라 세션은 이승철의 ‘서쪽 하늘’을 선택했습니다. 영화 ‘청연’의 OST 곡으로, 여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장진영은 몇 년 후 위암으로 세상을 하직했지요. 임윤택은 의사로부터 자신의 병이 고 장진영과 유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했습니다. 그  후 임윤택은 ‘서쪽 하늘’을 무척이나 많이 불렀다더군요.

항암 치료 중인 그는 멤버들의 마음이 흔들릴까 봐 검진 결과도 비밀로 합니다. 하지만 보여지는 모습만으로도 깊어지는 병세를 숨길 방법은 없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 괜찮아요.” 임윤택의 미소가 담담할수록, 지켜보는 가슴은 더욱 미어졌습니다.

자신은 천생 노래하는 놈이라 무대에만 올라가면 다 잊게 된다는 임윤택. 과연 무대에서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매번 힘과 열정이 넘치고 신이 났습니다. 하지만 ‘서쪽 하늘’을 부를 때의 분위기는 너무나 절절하게 아팠지요. 대기실에서 통곡이라도 하다 나왔는지, 다른 멤버들의 퉁퉁 부은 눈매는 울었던 기색이 역력한데, 오직 임윤택의 얼굴에만 눈물의 흔적이 없었습니다.

“서쪽 하늘로 노을은 지고… 이젠 슬픔이 되어버린 그대를… 다시 부를 수 없을 것 같아… 또 한 번 불러보네….”

지금은 4명의 멤버가 나란히 서서 노래하고 있지만, 그 이름을 다정히 부를 수 있는 날은 얼마나 남았을까요?

“사랑하는 날… 떠나가는 날… 하늘도 슬퍼서 울어준 날….” 이미 모든 집착을 내려놓은 듯, 삶과 죽음에 초연한 듯한 임윤택의 표정과 너무 잘 어울리는 가사는 더욱 슬펐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주, 최종 3팀에게는 ‘100만 원을 알차게 사용하라’는 소미션이 주어졌습니다. 울랄라 세션이 찾아간 곳은, 임윤택이 치료받고 있는 병원의 소아 병동이었습니다.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깜짝 공연을 하려는 것이었죠. 자그마한 몸에 환자복을 걸치고 감염 방지용 마스크를 쓰고 있는 어린아이들은, 기대와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울랄라 세션이 꾸미는 작은 무대를 지켜보았고 마음껏 웃으며 즐거워했습니다.

임윤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어떤 친구에게 ‘다음 입원은 언제야?’ 그랬더니 ‘저 다시 안 올 건데요’라고 하더군요. 그런 데서 제가 더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그 친구들이 긍정적으로 자신이 나을 거라고 믿는 것처럼, 저도 제 자신이 꼭 일어날 거라 믿습니다.”

진실한 희망은 1%의 확률을 100%로 바꾸어 놓을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부디 이 수많은 사람들의 간절함과 믿음이 모여서, 기적을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임윤택씨를 보며 삶의 소중함을 떠올리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도 하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임윤택씨. 경의를 표합니다, 울랄라 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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