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아프리카 희망기구 캄보디아 파견 간사 이나희씨

문진정

앙코르와트 사원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캄보디아 씨엠립 시내에서 버스로 한 시간을 달리면 도착하는 칸셍 마을. 소달구지가 덜그럭거리며 오가는 한적한 이 농촌 마을에 3년 전 초등학교 하나가 생겼습니다. 세이하라는 한 관광 가이드가 자신의 월급으로 만든 칸셍학교입니다.

지난봄, 칸셍학교에는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 면장, 군장님까지 모두 모이는 큰 행사가 있었습니다. 마을에 처음으로 도서관이 생긴 것입니다. 이름 하여 ‘꿈꾸는 도서관’입니다.

꿈꾸는 도서관을 만든 사람은 바로 한국인 이나희(31)씨입니다. 작년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의 ‘희망누리 체험단’을 통해 캄보디아의 국제기구와 NGO를 방문한 나희씨는 식민 지배와, 내전의 상처로 얼룩진 캄보디아의 역사를 접하게 됩니다. 오랜 문화가 한순간에 사라진 캄보디아의 역사는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전 행운아인 것 같아요. 좋은 시절에 한국에서 태어나 배우고 싶은 것을 다 경험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자문해봤습니다. 그리고 제가 경험한 것들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해 3월, 그녀는 홀로 캄보디아 씨엠립에 왔습니다. 캄보디아의 초·중등학교와 한국의 중·고등학교가 친구를 맺어 도서관을 만드는 아시아아프리카희망기구(WHAF)의 ‘꿈꾸는 도서관’ 프로젝트를 이곳 칸셍학교에서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현지 아이들에게는 도서관을 만들어주고 한국 아이들은 이곳을 방문해 문화 체험과 봉사 활동을 하면서 3년간 교류해 나가는 것입니다. 비가 새는 교실을 리모델링하여 한 달 만에 문을 연 도서관에는 캄보디아의 역사책 360권과 영어 책 1000권이 채워졌습니다.

캄보디아의 시골에서 책이란 아주 귀한 물건입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학교에서는 흑백 교과서를 빌려주기도 하지만 방학 때는 반납을 해야 하지요. 그런 곳에 도서관이 생긴다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의 문화를 배우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문이 열리는 셈입니다.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책 구석구석을 가리키는 손가락들. 아이들은 꿈꾸는 도서관을 통해 세상에 눈을 뜨고 자신의 꿈을 이야기합니다.

마치 80년대 한국의 농촌 마을처럼 새벽에 일어나 모내기를 하고 동생을 돌보느라 바쁜 아이들이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은 대단합니다. 나희씨는 청소년 센터에서 한글과 영어 그리고 피아노를 가르칩니다.

 
피곤할 법도 한데 매일 자전거로 40분을 달려와 수업을 듣는 등,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 덕분에 나희씨의 보람도 큽니다. 편안한 일상을 뒤로하고 타국의 생활이지만 오히려 사람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는 나희씨. 조금이나마 자신의 재능과 경험들을 아이들과 나누며 살고 싶다는 그녀의 꿈이 캄보디아 구석구석에 행복한 에너지로 퍼져나가리라 믿습니다.

아이들이 이나희씨에게 선물한 그림.

캄보디아 파견 간사 이나희 씨는 아이들을 만나고 가르치는 것이 좋아 5년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교육 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사람, 주변에 좋은 자극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