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 공유 서비스 키플

취재 & 사진 문진정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하루가 다르게 ‘폭풍 성장’하는 아이의 옷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아이가 셋이 넘는 ‘다둥이’ 가정 엄마에게는 육아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이런 엄마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공유 기업’ 키플(Kiple)이다.

2년 전 이성영 대표는 다니던 벤처기업을 그만두게 되면서 당시 미국에서 완전히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한 ‘공유경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돈을 주고 사는 소비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신이 가진 것을 공유함으로써 효율적인 자원의 분배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아이 옷의 경우 금방 작아져 못 입게 되는 데다 치수와 취향도 다양해 물려줄 사람도 찾기 어렵고 중고로 팔기는 더 번거롭다. 그래서 대부분 헌 옷 수거함으로 들어가는데, 이런 아이의 옷들을 공유하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오픈한 것. 만 원이면 4~5벌은 거뜬히 살 수 있으니, 육아 비용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이다. 그 결과 현재 하루 평균 150~200벌, 한 달에 3~4천 벌이 새 주인을 만날 정도로 활발한 교환과 나눔이 이뤄지고 있다. 합리적 가격에 화학 물질 걱정 없는 옷, 아이들에게는 물건의 순환과 자원의 소중함을 알려줄 수 있는 교육적 효과까지, 단순한 교환 이상의 가치를 나누는 착한 소비다.

키플 나눔은 이렇게

1) 옷장에 쌓인 아이 옷을 정리해 키플로 보낸다.

2) 보내진 옷은 브랜드, 품질 등에 따라 평가를 거쳐 가격이 책정되는데, 가격은 무료부터 보통 2~3천 원 선이다. 그 가격만큼의 ‘키플머니(포인트)’도 적립받을 수 있다.

3) 옷의 사이즈 측정, 사진 촬영, 다림질, 택배 발송 등은 키플 직원에게 맡긴다. www.kiple.net

저는 중고, 구제 옷이라는 말보다는 ‘두 번째 옷’이라는 말을 씁니다. 한 번 입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 주인을 만나서 계속 순환하는 거죠. 옷을 교환해서 입다 보면 지금의 내 옷이 6개월 후면 또 다른 누군가의 옷이 되기 때문에 옷을 깨끗하게 입게 되고, 옷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을 대하는 마음이 조금 달라지는 거 같아요.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엄밀하게 보면 우리의 것이구나, 인식이 바뀌는 경험을 하거든요. 한마디로 세상이 거대한 옷장이자 공동체인 거죠. 아직 오해 섞인 시선도 있고 참여하는 엄마들도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기쁨과 효용 못지않게 누군가와 나누는 가치와 기쁨을 더 많은 엄마들이 경험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기존의 옷 시장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저희 키플이 세상의 눈에 맞게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는 적립된 키플머니로 공연 티켓이나 유기농 농산품, 세제로 바꿀 수 있는 등의 새로운 서비스도 계획 중입니다. 더 많은 부모님들이 ‘애들 다 클 때까지’ 만족하실 수 있도록 계속 진화해 나가야지요.^^

 김민정 님 키플 옷은 받으면 늘 기분이 좋아요. 누군가의 손길로 정돈되었다는 걸 알 수 있죠. 세탁도 잘되어 있어 입던 옷이라기보다 잘 물려받는 기분. 제 아이의 옷도 더 잘 정리해서 보내고 싶어져요.

 알밤맘 님 뉴스에서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사실 전 중고 옷을 입힌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해 참여하기가 선뜻 내키진 않더군요~. 괜한 자존심에 내 귀한 아이들에게 굳이 중고 옷을 입혀가며 키워야 하나 하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막상 보니 정말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더군요. 왜 그동안 새 옷만을 고집했을까 하고요.ㅋ 옷 상태도 너무 괜찮고 일단 취지가 너무 맘에 들어요~. 자원 절약에 제3국의 어려운 아이들까지 도와주다니,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앞으론 정말 키플 골수팬이 될 듯싶네요. 이런 좋은 문화들이 많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