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글 김선규
부산 범어사에 다녀왔습니다.
금정산 자락에 자리 잡은 범어사는 천년고찰답게
뭇 중생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듯했습니다.
감지덕지 비까지 내려주었습니다.
메마른 세상이 촉촉해지기 시작하고,
이렇다 저렇다 열기 가득했던 내 마음도
정갈하게 식혀줍니다.
머릿속도 그 어느 때보다 맑아지는 듯했습니다.
덕분에 비 오는 날의 수채화 한 폭 담아봅니다.
창문에 매달리는 빗방울들
연못에 떨어지는 빗방울들
그리고 산에, 바다에, 나무에, 풀잎에
무수히 떨어지는 빗방울들.
내 안에도 끝없는 생각의 빗방울들이 매달립니다.
어떤 것은 고뇌, 어떤 것은 환희
어떤 것은 그리움…
이들은 그대로 기도가 되어줍니다.
당신을 더 높이,
더 깊이 사랑하고 싶다는
나의 소망이 빗방울처럼
내 마음의 창문에 매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