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수련으로 이혼위기에서 탈출한 부부의 비하인드 인터뷰

저 김기자, 3남매 엄마인 한 주부님을 만났습니다. 결혼 생활 21년, 툭하면 버럭 하는 남편 때문에 이혼 위기까지 갔지만, 마음 빼기로 이 문제들을 해결했다는 기막힌 반전의 주인공! 말조차 건네기 두렵던 남편과 이젠 장난치고 농담도 한다는 자칭 용 된 주부님과의 리얼 빼기 토크입니다.

♥ 남편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로 심각했나요?

두려움의 대상이었어요. 부르기만 해도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가슴이 뛰는 거예요. ‘왜 부르지? 내가 또 무슨 잘못했지??’ 큰소리치는 신랑 앞에서 여지없이 깨졌으니까요. 나중엔 거의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을 정도였어요. 밥 한 숟가락 넘기려면 물 두 컵을 마셔야 했으니까. 이제 말 배우는 막내가 아빠 큰소리치지 말라고 엄마 운다고 얘기할 정도였어요. 정말 지옥이었다니까.

♥ 남편이 원래 그렇게 무서웠나요?

전엔 편했어요. 근데 10년 전인가, 남편이 5남매 중 셋째 아들인데도 10년간 시부모님을 모시다가 제가 몸이 안 좋아지면서 큰아들 댁으로 가시게 됐죠. 그때부터 바뀐 거 같아요. 나중엔 별의별 소리 다 들었어요. 애들 있는 데서 인간쓰레기란 말까지 들었으니까.

♥ 아유, 진짜 힘들었겠네요.

그때는 진짜 아무것도 안 보여요. 한번은 남편이 이렇게는 못 산다고 소리 지르기에 저도 그랬죠. “그래, 그만 살자! 나도 못 살겠다!” 하니까 남편 얼굴이 확 바뀌는 거예요. 내가 그럴 줄 몰랐나 봐.(웃음) 십 년 묵은 체증이 좀 내려가데~. 그 후로 가정 문제 상담소를 다녔어요. 하도 답답해서. 근데 갔다 올수록 벌거벗겨지는 기분만 드는 거예요. 답은 안 알려주고 얘기만 하라니까 회의가 들더라고요. 저는 이혼을 당해도 뭘 잘못했는지 알고 당하고 싶었거든요.

♥ 남편이 왜 그러는지 정말 궁금했을 거 같아요.

제 딴에는 해달라는 대로 다 했거든요. 좋게 말하면 순종파고 나쁘게 말하면 바보 멍청이일 정도로. 근데도 지적질만 당하니까 답이 없는 거예요. 자다가 물 떠오라고 하면 물 떠와, 아침저녁 주물러 재우고 깨우고…. 근데도 만날 애들 잘못 키웠다, 너랑 못 산다 하니까 서러워 울었죠. 애들한테도 뭐라 하겠어요? 엄마, 아빠도 개판 오 분 전인데. 그런 어느 날 남편이 너라도 수련해라 하대요. 지인한테 수련이 좋다는 얘길 들은 거예요. 맞아요, 마음수련 안 했으면 전 말라 죽었을 거예요. 기적이 일어난 거지.

♥ 수련 해보니까 어떻든가요?

해보니까 정말 마음이 빠지는 거야. 너무 신기해서 일주일엔 2번만 갈 거야 했다가 점점 횟수가 늘어났죠. 그냥 너무 좋으니까. 마음이 버려지고 없어지는 걸 가르쳐주고 그게 인정되니까요. 전에는 세상이 다 컴컴하고 암흑이었잖아요. 그러다 우주가 원래 나임을 알았을 땐 세상이 그렇게 찬란하고 반짝반짝거릴 수가 없었어요.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수련하면서 왜 그리 울었는지 오죽하면 수련원에서 눈물의 여왕이란 타이틀까지 붙여줬다니까.


♥ ‘눈물의 여왕’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닌데.

마음 버리면서 정말 만날 울었어요. 처음엔 남편 때문에 힘든 줄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 돌아보니 제가 남편 없는 엄마, 할머니 밑에서 자라다 보니 남편을 떠받들어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더라고요. 남편이 있어야 내가 사니까. 어찌 보면 버르장머리 없는 남편을 만든 거죠. 또 다 나를 위해 한 거였어요. 물 떠다 주고 주물러준 것도 싫은 소리 안 들으려고 ‘으씨, 내가 니 종이야?’ 하면서. 그 사람도 다 느끼니까 싫었겠지요. 딸한테도 너무 잘못했고요. 제가 신랑한테 당한 걸, 어느 순간 다 딸한테 풀고 있더라고요. 너무 미안해서 또 펑펑 울었죠. 딸한테 그랬어요. 미안해. 엄마가 그것 때문에 그렇게 힘들었는데 너한테 똑같이 했더라. 친구가 되고 싶었는데, 엄마가 막고 있었어. 우리 그 마음 다 내버리자. 엄마도 노력할게. 그러니까 딸이 “엄마, 알아~” 그래요. 우리 딸도 마음수련 했거든요. 엄마를 이해해주는 딸이 참 고마웠어요.

♥ 남편분도 아내가 친구가 되어주길 바라지 않았을까요?  

그러니까요. 제가 딸한테 원했던 걸 남편도 원했더라고요. 나중에 남편 얘기 들어보니, 남편이 바란 건 내가 바깥바람도 쐬고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사는 거였대요. 하긴 만날 친구들도 만나지 왜 집구석에만 있냐고 했어요. 남편은 그게 싫었다고 하더라고요. 집에서 애들만 쳐다보고 있고, 뭘 물어보면 애들한테 물어보거나, 몰라~ 당신이 알아서 해, 내가 어떻게 알아? 했으니 남편이 볼 땐 제가 답답함의 극치였던 거죠. 돌아보면 정말 사소한 걸로 벼랑까지 갔던 거예요.

♥ 답답한 문제들이 풀리면서 숨통이 좀 트였겠어요.

아유, 살 것 같았죠. 나는 다 잘하고 그 사람이 상처 준 거다 생각했는데, 버리다 보니까 그 사람이 이해되고, 내가 잘못한 게 화끈하게 인정이 됐으니까요.(웃음) 한편으로 남편한테 바라는 게 많았던 거 같아요. 나는 셋째 며느리인데도 당신 부모하고 10년 살았다, 할 만큼 하지 않았냐, 하면서. 근데 사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원해서 한 건데 이제 와 새삼 알아달라고 했구나, 그걸 아니까 남편에게 기대는 마음에서 벗어나고 점점 편해지데요. 지금은 그냥 하고 싶은 얘기도 하고, 어쩔 때는 정말 용 됐다~ 싶을 정도예요.

♥ 어떻게 용 됐다는 건지 자랑 좀 해주세요~

제가 남편한테 “당신 이거 잘못됐어!” 하고 표현을 하는 거예요, 감히.(웃음) 신랑 얘기에 토를 달면서 제 생각도 얘기하고. 그럼 남편도 그 말이 인정되는지 귀담아 들어주는 거예요. 남편 말이, 예전에는 저하고 얘기하면 벽창호랑 얘기하는 거 같았는데, 어느 순간 자기 수준을 넘어섰대요.(웃음)

♥ 이제 같이 웃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신랑이 된 거네요.

전엔 남편이 인간쓰레기라고 한 걸 생각하면 하염없이 눈물만 났는데, 언젠가부터 그 말을 생각하면 픽 웃음이 나요. 어쩜 그리 정확한!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그냥 쓰레기가 아니라 쓰레기통이잖아. 쓰잘데기 없는 헛부스러기 마음만 담아놓은 쓰레기통. 그러면서도 신기한 거예요. 어떻게 그 말을 생각하면서 웃을 수 있지?(웃음)

♥ 진짜 기막힌 반전입니다~^^

그러니까요. 저는 신랑이 등 떠밀어 수련원 보내준 게 제일 감사해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선물을 받았으니까요. 이 마음 빼기 아니면 어떻게 가족들하고 이렇게 웃고 살 수 있겠어요. 정말 마음 빼기 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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