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비우는 웰빙라이프의 지혜 (22)

 

석가모니에게 반특이라는 좀 우둔한 제자가 있었습니다.

동료들이 그의 머리 나쁨을 걱정하며 말했습니다.

“너는 어려운 것을 기억할 수 없으니, 이 글귀나 읽도록 하여라.”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일러주었습니다.

“신체의 동작, 언어, 의지의 작용을 악으로 하지 말지며,

모든 생명이 있는 중생을 상해하지 말 것이며,

오직 바른 생각으로 공(空)을 보면 무익한 고통이 없을지니라.”

그러나 반특은 이 간단한 말씀조차 외울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바보 천치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저는 세존의 제자가 되기는 애당초 틀린 모양입니다.”

이 말을 들은 석가모니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바보이면서 스스로 바보인 줄 모르는 사람이 정말 바보다.

너는 스스로 바보인 줄 알고 있으니 정말 바보는 아니다.”

그리고는 비 한 자루를 주며 동료들의 글귀를 더 쉽게 줄여

‘먼지를 닦고 때를 씻으라’는 한마디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우둔하지만 정직했던 반특은 열심히 그 말씀을 외우며

동료들 신발의 때를 씻어주고

집 안의 먼지를 깨끗하게 닦았습니다.

그렇게 한 자루의 비와 한 구절의 말씀에 전념한 덕분에

반특은 드디어 자기 마음의 때와 먼지를 씻어낼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번뇌에서 완전히 벗어난 반특은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훌륭한 부처가 됩니다.

 

어떤 길을 가려 하든 엄청난 교리를 외우거나

학식과 지식을 쌓는 것이 능사는 아닌 듯합니다.

논리와 사상에 매이기보다 먼저 몸을 움직이는 것,

한 자루의 비를 들고 동료의 자리를 쓸어주는 것,

그렇듯 참으로 살아 있는 행동이 먼저 나올 때,

비로소 내가 가고자 하는 그 길의

‘첫걸음을 떼었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빼기가 대안이다

고정관념이 우리 행동에 미치는 영향 그 흥미로운 실험들 (1)

정리 편집부 출처 <마음의 시계>(엘렌 랭어 | 사이언스북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 생각을 제어할 수 있고 어느 쪽으로든 선택하여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습득된 고정관념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50세가 넘으면 체력이 떨어진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나빠지기 마련이다” 등 우리가 살아오며 갖게 되는 수많은 관념들이 말이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마음의 시계>의 저자인 엘렌 랭어는, 30여 년 이상 여러 실험들을 통해 그러한 고정관념들이 우리의 행동과 잠재성을 얼마나 구속하는지에 대해 보여줘 왔다. 우리를 틀에 가두는 것은 신체가 아니라, 신체가 한계를 지닌다고 믿는 스스로의 사고방식이라는 것. 고정관념을 버리고 사소한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삶이 얼마나 행복하게,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다.     

‘여자는 수학을 못한다?’

사전에 자극된 관념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점화효과라고 한다. 예를 들면 ‘여성들은 수학을 그다지 잘하지 못한다’라는 관념을 자극하면, 그 여성은 수학 실력이 악화될 것이다. 동양인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 시험을 치르게 하면서, 한 집단은 ‘동양인’이라는 정체성으로, 다른 집단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 사전 자극했다.

동양인에 대한 고정관념은 수학을 잘한다는 것이고,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수학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 사전 자극된 집단은 수학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보였고, 동양인이라는 정체성으로 사전 자극된 집단의 점수는 매우 높게 나왔다.

‘높은 가격이 높은 품질을 의미한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시작하기 전인 실험 참가자들에게 그들이 에너지 강화 음료라고 믿는 음료를 나눠주었다. 이때 한 집단에게는 음료의 값이 2.89달러라고 알려주었고, 다른 집단에게는 정가 2.89달러의 음료지만 도매로 단돈 89센트라는 할인가에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운동을 마친 후 살펴본 결과, ‘할인가’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정가’ 집단에 비해 운동의 강렬함이 낮았고 운동 후에도 피로감을 더 크게 느낀다고 나타났다.

‘가망 없다던 환자’가 ‘곧 퇴원할 환자’들의 병동으로 옮겨졌을 때  

10년간 말을 못 하는 상태로 보호 시설에 있던 여성이 병동을 개보수하는 동안 같은 건물의 다른 층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녀가 지내던 3층 병동은 환자들 사이에서 ‘가망 없는’ 병동으로 알려져 있었다. 반면 새로 옮기게 된 1층 병동은 곧 퇴원할 환자들이 머무는 곳으로, 그곳 환자들은 가까운 곳을 돌아다닐 자유와 같은 특권을 누렸다.

병동을 옮기기 전 검진 결과, 문제의 여성 환자는 말을 하진 못했으나 건강 상태는 탁월하다고 판단되었다. 그런데 1층 병동으로 옮겨 그곳의 특권을 일부 누리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자, 곧 말을 하더니 이윽고 퍽 사교적인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3층의 개보수는 곧 끝이 났고, 그 환자는 ‘가망 없는’ 병동으로 돌아간 지 일주일 만에 쓰러져 사망했다. 검시에서는 아무런 의학적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렇듯 살아오면서 갖게 된, 혹은 주입된 모든 관념들은, 실제 우리의 삶과 신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념을 바꾸고, 없애는 것이 왜 중요한가를 알 수 있는 실험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빼기가 나를 바꾼다

음식에 대한 편견을 깨다

 

30대 초반, 나에게는 정신적 멘토라고 여겼던 분이 계셨다. 그분은 요가, 명상에 일가견이 있었고 외모에서도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풍겨져 나왔다. 하루는 그분께서 나에게 채식을 해보라며 권하셨다. 그분의 정신세계를 닮고 싶은 마음에 나는 곧바로 채식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육고기는 물론 생선이나 계란도 먹지 않았다. 아침은 야채에 된장, 점심은 도시락을 싸다녔다.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명체를 죽이지 않으니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이론적으로도 내 행동의 당위성을 찾고 싶어 책도 많이 읽었다. 술도 자연스럽게 끊었다. 친구들이 ‘혼자서 천년만년 살 거냐’ 핀잔도 줬지만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단순히 먹고사는 즐거움만 추구하는 ‘그들’과 나는 다르다는 것을, 나는 내 입맛 하나를 위해서 사는 동물이 아님을 스스로 인지시키며 나와의 약속은 십 년이 넘게 계속 지켜졌다. 그러던 2010년 호기심에 시작한 마음수련은 내가 생각했던 음식과 마음의 평화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나는 과체중이라 열등감이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보이고자 등산, 헬스, 스쿠버 등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 내 인생을 돌아보며 채식과 금주를 포함한 이 모든 것들이 열등감을 포장하기 위한 것임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고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너네와는 달라. 난 정신세계를 추구해.’ 마음에 우월함을 채우며 살아온 세월이 십 년이 넘어가다 보니 고집과 틀이 되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절대 피해 준 적 없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도 가족 식사를 즐겁게 해본 기억도 없었다. 아빠와의 외식이라는 애들의 사소한 즐거움을 뺏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아빠였음을 알고 너무나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진리는 무엇을 먹는가에 달려 있지 않다는 것도 절실히 깨달았다. 오히려 채식한다고 티 내며 나와 남을 구분 짓고 사는 동안 내 삶은 진리와 멀어져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채식도, 내 삶에서 보고 배운 기준과 틀도, 그걸 가진 나도 다 버렸다. 그 후론 몇 달 사이에 먹는 것으로 다른 사람을 시비하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나 자신부터 자유로워졌기에 가능해진 편안함이었다. 주위 사람들의 마음도 진실로 이해하게 되었다. 상대가 무엇을 먹든, 충분히 이해가 되었고 그것을 시비하고 구분 짓고 있는 내가 있다는 것이 잘못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도 알게 되니 이 몸뚱이만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세상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저절로 들었다. 어떤 높은 이상과 정신세계를 추구하기 전에, 먼저 나부터 참회할 때, 진정한 마음의 평화도 찾아옴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김철기 45세. 자영업. 제주도 제주시 봉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