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두렵지 않아요

두렵지 않아요, 실패는 날 더욱 단단하게 해줄 테니까요!

백기렬
20세. 경기대학교 방송연예학과 1학년

고등학교 2학년 때다. 우리 학교에는 자신의 멘토를 정하고 멘토가 되어 달라고 자기 소개서도 쓰는 등 직접 몸으로 부딪쳐보는 과정이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요리사가 꿈이었던 나는 여러 음식점에 전화를 걸었고, 양식 레스토랑 한 곳에서 나를 받아주었다.

 

나는 먼저 요리사로서 해야 할 기본적인 것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음식 재료 고르기, 샐러드 물에 담그기, 닭 다리 손질하기 등 하루 12시간씩 3개월을 주방에서 지냈다. 설거지 양도 어마어마했지만 열정적으로 요리를 하시는 분들 옆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냉정한 세계였다. ‘레스토랑이 호수 위의 백조라면, 주방은 물 밑에서 버둥거리는 백조의 발’이라는 말처럼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닭 다리를 손질하다 손을 베어도, 쓱 보고 지나가거나 간단한 조치만 해줄 뿐이었다. 자기가 알아서 랩으로 감싼 후 바로 칼질을 해야 했다. 더운 오븐기 앞에서 항상 땀이 범벅되면서도 웃으면서 일하는 셰프님들…. 힘들어도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분들처럼 정말 요리가 미치도록 좋아서 할 자신은 없었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됐구나. 정말 어리구나, 아직 사회에 나갈 준비가 안 됐구나.’

그동안 얼마나 부모님한테 의존하면서 살았는지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했다. 돌아보니 나는 오직 내가 만든 요리를 손님들이 맛있게 먹을 때의 즐거움만 생각했다. 하지만 프로들 세계에선 그건 기본이었다. 중요한 건 요리를 하는 과정이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하기 싫은 일도 수없이 해야 했다.

한 번은 딱 3분 지각을 했는데, 벌칙으로 1시간 30분 동안 오이 10박스를 썰게 했다. 내겐 큰 고비였다. 처음엔 하나씩 톡톡 썰다가 나중엔 오이 4개를 한꺼번에 썰었다. 그렇게 오이를 다 썰고 식초, 설탕을 넣어 용기에 오이 피클을 담은 다음 ‘백기렬’이란 이름을 마지막으로 적었을 때, 그 성취감과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3개월 후 학교에 돌아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발표했다. 선생님께선 “네가 드디어 자신을 넘어섰구나” 하며 기립 박수를 치고 칭찬을 해주셨다. 하지만 그 이후 나는 요리사의 꿈을 접었고, 다시 진로를 고민해야 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부모님의 권유로 마음수련을 하게 되었다. 수련을 하며 돌아보니 요리사 인턴 과정을 겪으며 재미는 있지만 나와 맞지 않다고 결정한 건 결국 몸이 힘들고 피곤해서였다. 그걸 극복했다면 나는 지금 경력 2년 차의 요리사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정말 앞으로가 문제였다. 매번 힘들다고 포기하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 역시 설사 실패한다 해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나를 더 단단하게 해줄 것임을 아니까. 그렇게 나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이런 놈이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 스스로가 한심했다. 돌이켜보면 이 한 몸 편하고 싶다고 떠받들고 살아온 삶이었다. 물 뜨는 것조차 귀찮아서 후배를 시키거나 친구와의 약속도 귀찮으면 취소하고 딩가딩가 집에서 누워 TV만 봤다.

아무 대책도 없이 막연히 “잘될 거야” 했던, 나를 버려나갔다. 남들보다 위에 있고 싶어 하는 자존심도 버렸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내심 두려워하는 마음도 버렸다.

자존심과 두려움, 욕심으로 가득 찼던 마음들을 버리자, 나의 본래 모습이 드러났다.

순수하고 무한한 우주가 원래의 나임을 알았을 땐 픽 웃음이 나왔다. 본래의 나는 못한다 잘한다도 없고, 위아래도 없고, 한계도 없었다. 세상엔 하찮은 일이 하나도 없었다.

마음가짐이 바뀌니 행동도 바뀌어갔다. 쓰레기 버리기, 방 청소 등 작은 일부터 열심히 하게 되었다. 마음수련은 내게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져주었다.

지금 내겐 도전하고픈 꿈이 있다. 바로 모델이다. 모델이 된다는 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힘든 일이지만, 나에게 잘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몇 백 명의 모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출발이 늦은 셈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바심은 없다. 좋은 모델이 되기 위해 워킹 연습도 하고, 기본적으로 연기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주위의 조언에 따라 모델과에서 방송연예과로 전과도 했다. 처음엔 인물을 분석하고 대본 외우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그 모든 것이 다 도움이 된다는 걸 알기에 연기 연습도 부지런히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꿈을 향해 달려간다. 세상에는 하다가 힘들어서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2배, 3배, 10배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 그렇게 도전하는 자만이 무대 위에 설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