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수 자체로 빛나는 동물, 그리고 아이들

자연 그대로의 삶, 그들이 좋다

나는 동물들이 좋다. 그들의 가식 없는 순수가 좋다. 그들은 내 여행의 오아시스이다. 그들은 기꺼이 내게 다가와 친구가 되어주었다. 내가 외로울 때는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내가 힘들어할 때는 나의 무거운 짐을 들어주고, 내가 배고파 할 때는 기꺼이 그들의 젖을 나누어주며 우리는 설산을 넘고 큰 강을 건너고 사막을 지났다. 난 그 동물들의 단순함이 좋다. 우리 인간들처럼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그들의 삶이 좋다.


파키스탄 와칸. 2007년

유목민 소녀가 새끼 양을 포근히 안고 있다. 어린 양을 보살펴주는 소녀의 사랑이 가득하다.

인도 카슈미르. 2001년

이 지역의 소녀들은 학교도 다니면서 동생도 돌보고 아기 당나귀도 돌봐야 한다. 재갈을 물린 어린 당나귀가 안쓰러웠는지 소녀가 펜넬 꽃을 꽂아주었다.

인도 수루벨리. 2001년

양 치는 소년들과 함께 다니다가 우연히 포착한 순간이다. 염소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들꽃 향기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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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카슈미르. 2001년

‘구자르족’ 유목민은 물소의 먹이를 찾아 이동한다. 원래는 인도 평원에서 살았는데 언제부터인가 히말라야 위쪽으로 올라와 생활하고 있으며, 그 역사가 꽤 오래되었다고 한다. 유목민 가족들은 물소의 젖을 짜고 치즈를 만들면서 물소와 함께 생활한다.

인도 바라나시. 2003년

인도에는 주인 없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개들이 많다. 소년을 찍으려는데 물끄러미 개가 쳐다보고 있어서 같이 찍게 되었다. 소년은 사랑스럽게 개를 안았고, 그 마음에 보답하듯 절묘한 순간에 개가 윙크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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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라자스탄. 2007년

사막 지방에서 만난 양 치러 나온 소년들과 개. 애들보다 더 어른스럽게 느껴졌던 개는 마치 아이들의 큰형님 같았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혀를 쏙 내밀며 익살맞은 표정을 짓는 것이, 아이들에게 사진 찍을 땐 이렇게 포즈를 취하라고 알려주는 듯해 재미있었다.

사진가 이종선님은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습니다. 인도, 네팔, 몽골 지역 등을 여행하며 사람과 동물의 삶과 그 주변의 모습을 친근하게 담아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이종선의 사진전 <너는 나에게로 와서>가 5월 15일까지 갤러리 류가헌(02-720-2010)에서, <우연한 만남> 사진전이 5월 27일까지 인도문화원(02-792-4258)에서 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