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하프물범을 찍기 위해 처음으로 캐나다 남동부에 위치한 세인트로렌스만(灣)을 방문했다.
당시 나는 보도 사진가로서 겪는 슬픔과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마침 지인이 보내 준 아기 물범 사진이 담긴 엽서 한 장이 나를 동물 사진가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영하 20도의 추위마저 잊어버릴 정도로 촬영에 몰입했다. 그리고 드디어 아기 물범 사진을 발표하던 날, 한 여성이 잡지에 실린 물범 사진을 정성스레 오려 수첩에 보관하는 걸 보게 되었다. 순간 나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는 동물 사진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 이후 아기 물범이 태어나는 매년 2월이면 세인트로렌스만의 유빙(流氷, 떠다니는 얼음)을 찾았고 올해로 벌써 23년이 흘렀다.
사진, 글 오하라 레이(Ohara Rei) 번역 오쿠토미 코우지
10년 전만 해도 유빙 위로 헬리콥터가 착륙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얼음이 점점 얇아지면서 유빙에 오르는 것조차 어렵고 촬영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유빙의 감소는 새끼 하프물범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얼음 위에서 태어난 아기 물범은 어미로부터 독립하기까지 약 4주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그러나 어미 물범과 아기 물범이 함께하는 시간은 불과 2주. 그동안 어미는 식음을 전폐하고 옆에 꼭 붙어서 아기만 보살피며, 헤엄치는 법을 가르치는 등 아기가 혼자 독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시간이 지나면 어미는 무리를 따라 북쪽의 바다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2주 동안 아기 물범은 유빙에서 지내게 되는데, 유빙 밑에는 유빙이 끌고 온 플랑크톤 덕분에 물고기가 많기 때문에 먹이 잡기가 쉬워서이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유빙이 줄어들거나 빨리 녹으면서 해에 따라 수십만 마리의 아기 물범이 죽고 있다. 과학자들은 향후 30~40년이 지나면 지구상에 유빙이 생기지 않을 거라 예상한다.
20년 넘게 물범들과 유빙을 찍으면서,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첫 걸음은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좋아하는 건 소중하게 대하기 때문이다. 자연을 좋아하게 되면 결국 자연을 지키는 것과 연결된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좋아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게 내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기 물범이 너무나 좋아서 시작했던 일, 그러나 결국 물범과 유빙의 사진을 통해 환경 문제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는 나는 다시 보도 사진가로서의 길로 회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