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도시 1위 뉴욕! 가장 상업적인 도시이면서 가장 예술적인 도시 뉴욕, 그곳에 나도 가고 싶었다. 드디어 밟게 된 뉴욕 땅, 그곳에선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를 만들고 있었다. 그 어떤 삶도 그 어떤 가치관도 그 어떤 모습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곳. 나 역시 그들 속으로 들어갔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람들을 따라 구석구석 걸었다. 인종도 관념도 그 어떤 형식도 뛰어넘어 하나 되게 하는 곳, 뉴욕은 엄마 품처럼 포근했다.
사진, 글 홍성훈
펜 스테이션(Penn Station)에서 나오자 맨해튼이 눈앞에 펼쳐졌다. 탁 터진 시야, 마치 큰 바둑판이 놓인 듯 블록 블록마다 서 있는 빌딩들과 형형색색의 대형 간판들은 “나는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이다”라고 말하는 듯 위풍당당했다. 1524년 맨해튼 섬을 최초로 발견했던 이탈리아 항해사 지오반니 다 베라자노는 500여 년 후의 이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뉴욕시는 맨해튼, 브루클린, 퀸즈, 브롱크스, 스태튼 섬의 5개 구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접하는 뉴욕은 바로 맨해튼이다. 뉴욕시 관광의 중심지인 맨해튼은 동쪽으로 이스트강, 서쪽으로 허드슨강, 남쪽으로는 뉴욕만에 둘러싸인 긴 섬이다.
‘세계의 교차로’라 불리는 타임스스퀘어. 빌딩 외관을 도배하고 있는 화려한 광고판들은 한낮에도 불빛을 뿜어낸다. 예전에 뉴욕타임스 건물이 있었던 곳이라 타임스스퀘어라는 명칭이 붙었다 한다. 1899년 최초로 극장이 생기고 브로드웨이 공연 문화가 시작되면서 레스토랑, 카페, 상점이 들어서자 미국에서 가장 화려하고 번화한 곳이 됐다. 센트럴파크는 분주한 도심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나무와 호수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다.
뉴욕은 어우러짐이 자연스러운 도시였다. 노래와 춤과 연주, 체스 등 무엇이든지 하나의 매개체만 있으면 인종 상관없이 편견 없이 함께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융화되고 공유하는 그들의 모습이 멋있었다. 부러웠다.
맨해튼 동쪽 이스트빌리지로 향했다. 1950년 이후 반전과 반체제 문화의 중심지로 언더그라운드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답게, 예술성 가득한 클럽과 부담없이 들어갈 수 있는 싼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한 끼를 해결하고 외곽으로 나오니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낫소 카운티 북쪽 포트 워싱턴,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데이트하는 연인들, 다정히 낚시하는 모녀가 아름답다.
정원의 커다란 나무들은 그 역사를 자랑하고 곳곳에 자리한 조각상들이 예술의 가치를 드높이는 곳. 그중 한 조각상이 내 눈길을 끌었다. 마치 어머니가 아이를 어르는 듯한 모습. ‘배려, 보살핌(Caring)’이라는 제목의 Chaim Gross 작품(1987년)으로, 2차 대전 중 유대인 대학살 때 죽은 어린이들을 추모하며 만들었다 한다.
2011년, 훌쩍 떠난 뉴욕에서도 내 심장을 울리는 건 결국 ‘배려와 보살핌’ 이었다. 그렇다.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지고, 여러 언어, 문화, 예술이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것 또한 누군가의 보살핌이 있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 우리가 알고 있든, 알고 있지 못하든, 변함없이 사랑하고 끝없이 배려해주고 언제나 기다려주는 존재 말이다.
그 땅, 그곳에 엄마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