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북쪽으로 30km쯤 떨어진 시골 마을 후웨이남옌. 매일 아침이면 뿌연 흙먼지 사이로 맞벌이 엄마들의 오토바이 행렬이 이어집니다. 서너 살 먹은 어린아이를 앞에 태우고 달려가는 곳은 마을의 탁아소이자 초등학교인 ‘푸른하늘배움터’. 이곳에 아이를 맡겨두고 나서야 마음 놓고 일터로 향할 수 있습니다.
이 학교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은 바로 한국인 김봉민(58)씨입니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던 그는 십 년 전 라오스를 여행하다가 길에서 우연히 산후부종으로 고통받는 어린 산모를 보게 되었다 합니다.
“열 서너 살쯤 됐을까, 아이가 온몸이 퉁퉁 부어 잘 서 있지도 못하는 겁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싶어 눈물이 많이 났어요. 얘들을 위해서 무얼 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죠.”
2000년대 초, 라오스에는 한 가정에 대여섯 명의 아이들을 두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대부분 학교 공부보다는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짓거나, 거리를 배회하며 하루를 보내는 아이가 많았지요. 이를 안타깝게 여긴 김봉민씨는 젊은 시절의 야학 경험을 살려 형편이 어렵거나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모아 영어를 가르칩니다. 그리고 더 어린 아이들을 위해서는 유아원을 만들어 라오스어를 가르쳤습니다. 학교에 필요한 학용품과 교재는 양계장을 직접 운영하며 그 수입으로 조금씩 마련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자 학생 수도 늘고 자금도 모아져 2008년 여름, ‘푸른하늘배움터’는 정규학교로 인정을 받게 됩니다. 많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선물하고자 했던 김봉민씨는 라오스에는 없었던 소풍과 예절 교육, 봉사 활동 시간도 만들고 아이들을 위해 공연 팀을 모셔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가정 형편이 좋은 아이들의 입학도 늘어나면서 학비와 후원금으로 운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재정도 안정이 되고 모두 400여 명의 학생들과 10여 명의 교직원이 함께 생활하고 있을 정도로 큰 규모가 되었습니다.
푸른하늘배움터에 대해 입소문이 나자 다른 학교에서 김봉민씨를 찾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직접 방문하여 선생님, 이장님들의 의논 상대가 되어줍니다.
요즘에는 운영 회의에서 필요한 라오스어를 배우기 위해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김봉민씨는, 불과 7년 전 야학에서 영어를 배웠던 장난꾸러기들이 어느새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거꾸로 자신을 이끌어주고 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봉사라는 말 자체가 참 부끄러울 정도로 너무 많은 걸 배웁니다. 부족해 보이는 환경에서도 항상 만족하면서 사는 법을 배우고, 어떤 사람에게도 함부로 하지 않는 모습에 감동도 많이 하죠. 이날 이때까지 살면서 만족할 줄도 모르고 내가 참 정신적으로 모자란 사람이었구나, 더 낮은 마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제나 환한 미소로 고마움을 전하는 순박한 라오스 사람들. 그들과 함께하는 동안 예전엔 미처 몰랐던 행복을 찾았다는 김봉민씨는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남은 생을 보내고 싶다고 합니다. 그들의 천진한 마음을 닮고 싶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