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으면 기분 좋고, 그렇지 못하다 싶으면 왠지 시무룩해집니다. 사람들은 흔히 첫인상만 보고 평가를 내리니까요. 이왕이면 첫인상이 좋아야,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도 유리하겠지요. 때문에 첫인상을 좋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기도 하고, 개인의 인상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며 ‘첫인상 교육’을 하는 회사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학자들은 바로 이 첫인상의 함정에 대해 말하기도 합니다. 첫 만남이 많아지는 요즘,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첫인상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 편집자 주
좋은 첫인상을 남길 수 있는 기회란 결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 디오도어 루빈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 것. 첫인상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그 정확성은 그리 신뢰할 만하지 않다.
– 이드리스 샤흐
좋은 첫인상을 만들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대하고 미소를 짓는 것이다. 이것이 첫 만남에 당신을 긍정적인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 토도로프(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
편도체가 눈매로써 첫인상을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7/1000초다.
– 왈렌(미국 다트머스대 심리와 뇌과학 교수)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인, 얼굴 표정이 74.5%
2012년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남녀 직장인 822명을 대상으로 ‘직장, 거래처와 동료 사이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인’을 조사한 결과, 1위가 ‘얼굴 표정(74.5%)’으로 가장 많았다. 외모의 준수한 정도는 49.4%로, 외모보다 표정이 훨씬 첫인상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 것. 그다음 차림새(40.0%), 어투와 자주 사용하는 용어(32.1%), 체격(24.5%) 순이었다.
면접관 2.6분 안에 첫인상 판단, 90.7%가 면접에 첫인상 반영
취업포털 사람인이 2010년 4월, 인사 담당자 353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면접관이 지원자의 첫인상을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6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응답자의 90.7%가 첫인상이 면접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인상 자체가 지원자의 생활 습관 등을 담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첫인상을 평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으로는 얼굴 표정(25.6%), 말투(22.2%), 바른 자세(19.4%) 이목구비 등 외모(10.3%) 순이었다.
<첫인상>이란 제목으로 나올 뻔했던 소설 <오만과 편견>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1775~1817)의 소설 <오만과 편견>은 처음 <첫인상>이라는 제목으로 집필한 책이다. 소설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의 오만한 첫인상에 대한 편견으로, 가까워지지 못하다 여러 가지 상황을 통해 그 남자가 첫인상과는 달리, 너그럽고 생각이 깊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점점 사랑에 빠져가는 과정을 그린다. 첫인상은 콘크리트처럼 쉽게 굳어지는 특징이 있어 처음 형성된 인상은 쉽게 바꿀 수 없다고 하지만, 결국 그러한 판단이 편견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은 많다. 혹시 첫 만남에서의 인상 때문에, 기분이 상해 늘 나쁘게만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면 잠시 그 편견을 버리고 그 사람을 새롭게 바라보면 어떨까.
첫인상이 우리의 판단에 미치는 영향
< MBC 스페셜>에서는 2009년 1월 4일 ‘첫인상’에 관한 기획을 방영했다. 실험 중 하나는, 피의자의 외모가 범죄의 판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한국모의법정. 허름하게 입힌 피의자에게 배심원들은 평균 8.9년의 형을 내렸다. 반면, 같은 피의자이지만 깔끔한 화장을 시키고 정장으로 갈아입히자 배심원들은 평균 5.1년의 형을 내렸다. 이러한 실험들은 첫인상에서 받은 순간의 정보로 인해, 얼마나 많은 판단의 오류를 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첫인상 안 좋은 사람들을 위한 위로
안 좋은 첫인상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괜한 오해를 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인상이 안 좋은 사람은, 조금만 좋은 행동을 해도 사람들에게 더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애당초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일 거라는 선입견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번 친분을 맺으면 더 깊게 맺는 경우가 많다.
첫인상이 평생 가는 것도 아니다. 심리학 용어로 빈발효과(Frequency Effect)라는 말이 있다. 첫인상이 좋지 않게 형성되었다고 할지라도, 반복해서 제시되는 행동이나 태도가 첫인상과는 달리 진지하고 솔직하게 되면 점차 좋은 인상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인상 때문에 고민이라면 무엇보다 많이 웃어라. 웃기만 해도 첫인상 점수가 30%는 올라간다. 그리고 진정으로 지금 하는 일을 즐겨라. 활력 있는 웃는 얼굴은, 인상 좋은 사람의 무표정한 얼굴보다 백배 낫다.
“첫인상으로만 사람을 판단하지 마라”
영업인이 절대로 가져서는 안 될 선입견
고객은 첫인상으로 영업인을 판단하더라도, 영업인은 절대 첫인상으로 고객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첫인상이 틀리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15년 전 직장 동료들과 강원도 쪽으로 단체 여행을 가, 축구를 하기 위해 학교 운동장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마침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어 가보니, 초라하고 볼품없는 60대 노인이 운동장 구석에서 풀을 뽑고 있었다. 첫인상만으로만 보면 여지없이 막일을 하는 사람.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노인이 학교장이어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첫인상 오류의 좋은 예로는 말콤 글래드웰이 쓴 <블링크>에 잘 나와 있다. 자동차 세일즈맨 보브 골롬은 한 달에 20대의 차를 파는 놀라운 저력의 사나이다. 골롬의 성공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는 고객을 결코 외모로, 첫인상으로 판단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문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사람은 누구나 차를 살 가능성이 똑같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최선의 시도를 해야 합니다. 풋내기 세일즈맨은 고객을 보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사람은 차를 살 것처럼 보이지 않아.’ 이것은 최악의 자세입니다. 때로는 전혀 살 것 같지 않았던 사람이 대박인 경우도 있거든요. 제 주요 고객 중에는 농사를 짓는 분이 계시는데 여러 해 동안 그에게 모든 종류의 차를 다 팔았습니다. 당신이 지금 이 자리에서 쇠똥 묻은 작업복을 걸친 그를 본다면 아마 귀한 고객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이처럼 영업인은 절대 고객을 첫인상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하지만 고객은 첫인상으로 영업인을 평가하니, 스스로 좋은 첫인상을 갖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
– 오정환 / 오정환리더십아카데미 원장
첫인상의 중요성
심리학 용어로 ‘초두효과’라는 말이 있다. 여기 두 사람이 있다.
A 질투심이 강하다 / 고집이 세다 / 비판적이다 / 충동적이다 / 근면하다 / 똑똑하다
B 똑똑하다 / 근면하다 / 충동적이다 / 비판적이다 / 고집이 세다 / 질투심이 강하다
A와 B중 어떤 사람을 소개받고 싶은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B를 선택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두 사람의 특징은 똑같고 순서만 바꿨을 뿐이다. 그런데도 B를 선택하는 건 초두효과 때문이다. ‘초두효과’란 먼저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들어온 정보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A는 질투심이 강하고 고집이 세다는 부정적인 내용이, B는 똑똑하다, 근면하다는 긍정적인 내용이 먼저 제시되어, B의 첫인상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첫인상이 굉장히 정확할 거라는 관념과는 달리, 이렇게 사소한 정보 나열의 순서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것이다. 이것은 첫인상의 오류를 나타내주기도 하지만 스스로 첫인상을 잘 가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주기도 한다.
– 허은아 / 글로벌 이미지전략가, <메라비언 법칙> 저자
항상 새 학기가 시작되는 게 두려웠다. 내 첫인상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한 아토피 때문에 스스로 위축돼 있었고 자신감이 없어서 친구들에게 말도 잘 걸지 못했다. 늘 표정이 어둡고 굳어 있어서 “좀 다가가기 어렵다”는 말을 듣곤 했다.
그러다가 방학 때 마음수련을 통해서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아토피로 심하게 위축되었던 마음도 버릴 수 있었고, 그러면서 내 스스로에게 좀 당당해지고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긍정적인 면을 먼저 보게 되니까, 내가 먼저 사람을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 그 후 새롭게 만나는 친구들에게 먼저 스스럼없이 다가가게 되었다. 친구들 모두 표정이 너무 밝아졌다고 했다. 항상 입꼬리가 내려와 있었는데 지금은 보기 좋게 웃고 있다고. 이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너무 좋다. 지금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인상이란, 가식적인 미소보다는 꾸밈없이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 김도희 / 16세. 학생.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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