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외주구매팀 박진수(36) 대리. 항상 활력 있고 여유로워 보이는 그를 사람들은 ‘만만디 대리’ 에너지 만땅 ‘빠때리’라 부른다 한다. 하지만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기 전만 해도 입사 원서를 넣는 곳마다의 탈락, 단짝 친구의 허무한 죽음 등으로 인해 힘들었다는 박진수씨. 입사 초만 해도 신경질적이고 늘 피곤해 있었던 그가 이렇듯 긍정 ‘에너자이저’로 변화될 수 있었던 건 그즈음 만난 마음수련 덕분이었다고 한다. 마음 빼기를 하며 그토록 궁금했던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근본적으로 변화될 수 있었다는 박진수씨. 4년 차 직장인 박대리가 전하는 직장 생활의 지혜와 빼기 이야기.
“박대리 뭐 좋은 일 있어?” “뭐 믿는 빽이라도 있어?”
요즘 경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회사 분위기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지만 언제나 잘 웃고 여유 있어 보여서인지, 지나가는 분들이 한마디씩 하곤 하십니다.
일할 때는 일하고, 먹을 때는 먹고, 잘 때는 자고….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살 수 있게 된 지금의 제 모습이 감사할 뿐이죠.
사실 저는 2010년, 입사 초기만 해도 굉장히 신경질적이고 화가 많은 사람이었어요. 이건 아니다 싶은 상황에서는 상사고 뭐고 상관없이 싸우다 보니, 성격 장난 아니다며 혀를 내두르는 사람도 많았고, 파이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죠.
몸도 굉장히 안 좋았어요. 당시 오랜 불면증을 앓고 있었거든요. 제가 우여곡절이 좀 많았는데 특히 제 주변에 죽음이 많았어요. 스무 살 때는 고1 때 짝이었던 친구가 죽고, 20대 중반에는 친했던 형이 죽고…, 그러다 29살 때에는 가장 친했던 단짝 친구가 허무하게 죽고 말면서 정신적인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사람은 왜 태어났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내가 재수 없는 인간인가 싶기도 하고 그즈음 불면증이 생겼어요. 누우면 잠이 안 와서 네다섯 시간 뒤척이다, 겨우 한 시간 자고, 낮에는 허덕이고…. 그때 제 모습이 꼭 좀비 같았어요. 잠을 자려고 운동도 해보고 정신과 상담도 받아보고 온갖 것을 해봤지만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불면증이 더 심해졌죠. 100여 군데 입사 원서를 냈는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줄줄이 탈락을 했으니까요. 그래도 좋은 대학, 대학원에 연구소도 인턴 경험도 했으니 다 나를 받아줄 줄 알았는데 아닌 겁니다. 열등감, 자격지심, 불안감…. 그런 마음들이 복합적으로 올라오면서 정말 지옥이었습니다. 그즈음에 한 한의원에서 월간<마음수련> 책을 보게 되었어요.
‘사람은 눈, 귀, 코, 입, 몸으로 자기 마음속에 사진을 찍어 놓고, 자기가 만든 비디오테이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비디오테이프를 없애고 세상이 되어 살면 세상의 이치를 다 아는 지혜자인 성인이 될 것이다.’ ‘우명 선생의 세상 너머의 세상’ 칼럼의 그 글이 강하게 다가왔어요. 아, 내가 찾던 거다~! 다행히 그때 신입 공채 합격 통보를 받았고 본격적으로 마음수련을 시작했어요.
1과정에서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삶을 하나하나 돌아보는데, 깜짝 놀란 게 제가 정말 나만의 사진세상 속에서 살고 있었더라고요. 그 가짜인 사진세상을 다 버리고, 나라는 존재마저 다 버리니 어느 순간 크기를 설명할 수 없는 넓은 우주가 내가 되어 있었어요. 아, 원래 우주가 나였구나, 나는 원래 없었구나…. 한마디로 저는 꿈을 꾼 것과 같이 깨고 보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었더라고요. 그 꿈에서 벗어나야 진짜 삶을 살 수 있는 건데. 색즉시공공즉시색 등 그렇게 어렵던 경구의 뜻, 그토록 고민해왔던 세상의 이치도 이해가 되었지요.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던 친구도 편안하게 보내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니까 점점 잠을 잘 자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너무 행복했죠.
직장 생활을 해보니 가장 힘든 게 인간관계더라고요. 수련할 당시에 정말 미워했던 상사들이 있었어요. 부하 직원에게 일은 다 주고 자기는 놀러 다니는 상사, 일은 안 가르쳐주면서 나만 괴롭히는 것 같은 상사….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것도 다 나만의 사진세상 속에서 미워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상대방 입장에서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는데 정말 제가 죽일 놈이더라고요. 저는 누나 셋에 막내로 오냐오냐 자라면서 이기적인 면이 많았거든요. 자기주장 강하고 고집 세고, 신입사원이 그러는데 어느 상사가 좋아했겠어요. 나만이 옳다며 오만방자했던 내 모습이 너무 참회가 되어, 잘못했다 하면서 많이 울었죠. 그렇게 참회가 되면서 사람들을 대하는 자세도 많이 달라졌어요.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귀 기울이게 되고, 들어드리게 되고….
“박진수 요즘 싹 바뀌었다고 소문났더라, 진수씨 바뀐 거 보고 놀랐어.”
입사 초부터 저를 지켜본 상사분의 말씀에 ‘아, 내가 바뀌었구나’ 저도 다시 한 번 절감하기도 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잘하고 싶어서 여러 책도 봤지만 제 것이 되지 않았는데, 마음 빼기를 하면서 근본적으로 바뀌어가는 제 모습이 저 스스로도 참 신기했습니다.
예전에 경주 석굴암에서 ‘부는 스스로 만족하는 데 있다’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진짜 행복은 현재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더라고요. 제 삶을 돌아보면 항상 저보다 더 좋은 상황의 사람을 부러워하고 열등감을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잘사는 편이었는데도 저보다 더 좋은 집안의 친구를 부러워하고. 대학, 대학원, 회사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였죠. 다른 회사가 더 좋아 보이고, 다른 팀 일이 더 좋아 보이고…. 비교하는 마음이 있는 한 어떤 조건이 와도 행복할 수 없었죠.
솔직히 대기업에 다닌다 해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많아요. 특히 경제적인 불안감요. 그래서 가끔씩 주식에 풀배팅을 하거나 복권 등을 사면서 한꺼번에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을 봐요. 하긴 저도 처음에는 있지도 않은 막연한 10년 후를 생각하느라 지금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살았더라고요. 하지만 그 불안한 미래도 내 마음속에만 있는 거였고, 그냥 이 순간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하루하루를 그냥 열심히 살게 되었습니다.
‘자기의 일을 즐겨라,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 직장의 신 되는 거? 어렵지 않아요~^^